사이언스월든, 중단과 숙성
똥은 BADS: 굿즈Goods는 가지고 싶지만 똥은 멀리 버려 보이지 않게 하고 싶기에 뱃즈Bads다. 굿즈는 돈을 주고라도 사고 싶지만 뱃즈인 똥은 돈을 주고라도 멀리 치워주길 바란다. 그러고보니 굿즈와 뱃즈 모두 돈을 지불한다는 공통점은 있다. 돈을 지불하니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하나는 소유하고 싶어하는 가치지만 다른 하나는 멀리 버리고 싶은 다소 이상한 가치다.
뒷마당에 누고 길거리, 하천에 버리던 똥을 깨끗하게 그것도 재빨리 치워주니 지불하는 돈이 아깝지 않다. 수세식화장실과 하수처리 시스템은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 중 하나 임에 틀림없다. 그렇게 똥은 우리 눈 앞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수세식변기에 잠시 모습을 드러내는 똥이 방금 전 우리와 함께 있었다는 것을 잊어버려도 아무 상관없게 되었다. 이를 우리는 위생이라고 한다. 폐기물있는 곳에 반드시 시스템이 존재한다.
이제 똥은 리얼Real이 아니다: 똥과의 “사회적 거리두기”에 완벽하게 성공했다. 똥이 리얼이 아니란 뜻은 똥은 시선이 가는 대상이 아니니 객체는 없고 더불어 주체도 사라졌다. 똥으로 표상될 수 있는 존재의 가능성, 자아는 사라져 버렸다. 이것은 온갖 상품 속에 둘러쌓여 있으면서 어떤 상품도 대상화 조차 하지 못하는 구매자, 소비자로서의 현대인을 연상시킨다. 대상 정도는 만들어야 객체가 되고 주체도 생길것 아닌가. 의식하지 못한채 무언가에 이끌려 구매했다는 행동의 기억조차 잊어버리는 소비자는 좀비현상을 연상시킨다. 그러면서 누군가 만들어준 경제성 논리로 가성비를 인형극 꼭두각시처럼 따진다.
“합리적이지만 이성적이지 못하다”: 똥을 수세식변기에 내려 위생을 지키는 것은 합리적이다. 하지만 똥을 변기로 보내 버리지 않아야 하는 많은 다른 이유로 인해 이성적이지 못한 선택이기도 하다.
1961년 이탈리아 예술가 피에로 만조니는 통조림 속에 자신의 똥 30그램을 넣어 “예술가의 똥”이란 작품 90개를 제작해 당시 금 30그램의 가격인 37달러(약 4만원)에 판매했다. 그런데 2016년 밀라노 미술경매에서 예술가의 똥은 37만달러(약 4억원)에 판매되었다고 한다. 지금 금 30그램 가격이 110만원 정도이므로 금 값으로 환산해서 비교했을 때에도 “예술가의 똥” 작품은 약 360배 상승한 것이다.
우선 똥은 예술가의 손을 거쳐 더러운 뱃즈에서 가치로운 작품으로 마술과 같이 변했다. 두번째, 예술가의 상상력은 가격을 금과 비교해서 정했다는 점이다. 1971년 브레튼우드가 파기되었으므로, 1961년 당시 금이 여전히 화폐의 가치기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자신의 작품이 금과 비교되면서 매겨지는 가격 가치경쟁에 뛰어들도록 하였다. 예술가의 손을 거쳐 똥은 뱃즈를 벗어나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금 30그램과 경쟁하도록 만들었다.
과학자는 지난 50년 동안 똥에서 바이오에너지와 전기를 뽑아내기에 충분한 기술을 개발해 왔다. 하지만 인류는 수세식화장실 사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게이츠재단과 삼성이 힘을 합쳐 엄청난 에너지가 소요되는 기술로 똥을 가루로 만드는 변기를 만들었지만 여전히 똥을 뱃즈 취급하고 있다.
과학은 때론 극단을 택한다. 이성을 벗어나기도 한다: 합리적 결정은 여러 측면을 고려하려 결정한 것이지만 때로는 극단으로 귀결되기도 한다. 양 극단을 벗어나는 지혜가 이성이다. 과학의 이론이 강할 경우, 합리에 치우쳐 이성을 잃을 때가 있다. 이 때가 예술가의 도움을 필요로 할 때이다. 언어 이후, 언어 너머를 얘기하는 인문학자와는 달리 예술은 언어 이전의 마음을 챙겨주기 때문이다.
사이언스월든 실험: 과학자와 예술가가 모인 사이언스월든은 함께 모여 토론하며 연구할 수 있는 생활형 실험실 과일집을 2018년 여름 유니스트 캠퍼스내에 마련했다. 생활공간과 하루 기준 20명 정도의 똥을 바이오에너지와 전기로 변환할 수 있는 실험실로 구성된 건물이다. 2018년 7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약 4천명 정도가 방문했고 예술가 레지던시 등 생활하면서 연구에 참여하기도 했다. 월든의 환경주의, 피에로 만조니의 미학적 아이디어를 한층 발전시켜 한 사람이 하루에 눈 똥을 가치기준으로 하는 디지털 생태화폐 똥본위화폐를 만들어 플랫폼을 통해 캠퍼스와 캠퍼스 주변 지역 상가에서 활용하는 연구를 수행했다. 한 사람이 하루에 누는 똥(평균 200그램)이 만드는 바이오에너지, 절약되는 물과 환경오염 감소 가치를 상상하여 이 가치를 똥본위화폐 “10 꿀”이라 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10꿀의 가치를 다른 모든 가치의 기준으로 삼자고 제안한 것이다. 다른 상품, 서비스, 가치들의 가격을 10꿀을 기준으로 매기는 실험이다. 똥본위화폐 가치기준 가능성 연구와 함께 중요하게 생각한 실험은 똥본위화폐의 생태화폐로서의 가능성 연구였다. 똥본위화폐는 매일 7% 씩 사라져 한달이면 모두 없어진다. 모든 사물의 가치 토큰화를 이루고 사물을 교환하는 역할만 화폐가 담당하자는 목적을 갖는다. 이를 통해 모든 사물이 주체를 염두에 둔 대상으로서의 객체가 되는 리얼리즘을 실현하고 돈의 환상으로부터 벗어남으로써 상품 대신 재능을 서로 교환하는 공동체를 지향했다.
사회 실제 적용이 당연히 목표였다. 하지만: 사이언스월든은 비비화장실, 똥본위화폐의 과일집에서의 실험이 사회 실제로 적용되길 기대했다. 그리고, 울산시 특화단지 개발 등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최선을 다해 설득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성사되지 못했다. 첫번째 이유는 경제성, 두번째는 아직 어떤 적용사례가 없다는 위험성이었다. 경제성 부분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는 편익분석 근거와 경제이론적 설득도 가능했다. 투자대비, 수익을 계산하는 편익분석은 객관적인 평가로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주관적 면이 강하다. 편익분석 외에도 이용자 선호도 조사 연구의 결과는 무엇보다 고무적이었다. 전국 16개도시 약 2,600여 가구를 대상으로 비비화장실을 통해 수세식화장실을 극복하면서 바이오에너지 공동체를 만드는 대신 지금의 하수도사용료에 추가하여 비용을 지불하겠냐는 질문에 약 85%가 평균 월 12,600원 정도를 지불할 수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실 사회 적용 측면에서는 아직 현실의 벽이 높다는 것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공무원, 기업 모두 적용 사례, 사업실적이 없을 때 선뜻 결정하지 못하고 무엇보다 처음 적용하는 사업의 경우 책임지고 추진하는 컨소시엄 구성이 쉽지 않았다.
중단 그러나 숙성 기간: 2021년 사이언스월든 실험은 중단되었다. 과학자, 예술자는 자신의 원래의 위치로 돌아갔다. 하지만 과일집, 비비화장실, 똥본위화폐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사이언스월든의 실험은 중단된 것 처럼 보이지만 한국의 김치, 만조니의 똥 통조림 처럼 숙성의 기간을 견디고 있다고 믿는다. 2022년 12월 뉴욕에서 연극 ”Can’t make this sh^t up”으로 공연되고 2023년 베를린영화제를 통해 공개될 예정인 독일 다큐영화 “Holy Shit”에서도 소개된다. 그리고 비비화장실과 똥본위화폐를 체험하고 소식을 통해 접한 젊은이들의 마음 속에 자리 잡아 언젠가 싹을 피울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