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수권과 “커피 토큰” 코인

통제와 자율의 상징

by 강하단

학창시절 학생 버스회수권이란 것이 있었다. 학교 앞에는 버스 학생회수권 2장으로 라면을 사 먹을 수 있는 가게도 있었다. 불법인지 아닌지 중요하지 않았다. 그냥 그것이 자연스러웠을 뿐이다. 회수권으로 라면 먹는 학생도 라면을 팔고 회수권 받아주는 가게 아주머니도 손해 볼 것 없는 일이었다.


학생 버스회수권이 시행되었던 배경에는 다소 슬픈 이야기가 있다. 당시 요금을 받으면서 승객들의 승하차를 도와주고 관리하는 안내양이라 불렸던 안내원이 있었는데 버스사업자들이 안내양이 버스요금을 일부 가져간다고 의심한 것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버스회수권 체계가 도입되었다. 하지만 어쨌든 학생 버스회수권은 토큰이라는 것이 화폐를 대신할 수 있고 특정하게 지정된 사용처 외에도 서로가 원하는 경우에는 사용가능하다는 경험을 사회에 남겨 주었다.


버스회수권은 버스를 이용할 때만 사용할 수 있기에 토큰이다. 또 다른 토큰으로 문화상품권이 있다. 책 구입, 영화와 공연 관람 등 문화생활을 할 때 사용할 수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곳이 지정되었지만 라면을 사먹는데 사용가능했던 버스회수권과는 달리 문화상품권은 다른 용도로 사용되지 않았고 만약 그 시절 라면 가게에서 현금 대신 문화상품권을 받아 달라고 하면 단골 학생이라 하더라도 거절당했을 것이다. 우선 버스회수권 한 장은 금액이 적어 부담없다. 밑져야 적은 돈이다. 그리고 버스회수권이 일부 현금처럼 사용될 수 있었던 이유는 생활에 자주 쓰인다는 것이다. 자주 쓰이는 생활필수품 같은 버스회수권과는 달리 문화상품권은 가끔 쓰이기에 현금 대용으로 사용이 힘들다. 문화상품권은 현금 대용 보다는 선물의 역할에 적합한 토큰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시대 현금과 신용카드 대신 만약 토큰이 거래에 쓰인다면 앞의 아파트 거래토큰의 예 처럼 구매자와 판매자 모두에게 나름의 장점이 있어야 정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버스회수권과 문화상품권을 블록체인 기반의 토큰으로 만들면 어떨까? 아마 시민의 자발적인 사용으로 이어지지 못할 듯 하다. 현금 대신 토큰이 사용될 다른 뚜렷한 이유가 있지 않는한 버스회수권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 문화상품권이 필요한 이유가 지금 시대에 크게 와 닿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이제 블록체인 시대 새로운 변화를 상상해 보자. 이번에는 “커피토큰”을 현실 세계로 초대해 보자. 핸드폰에 “커피토큰” 앱을 깔면 토큰 코인을 구입하여 카페에서 현금 대신 지불할 수 있다. 블록체인 암호화폐의 전자지갑 처럼 커피를 마실 때 사용할 수 있는 토큰 동전 주머니를 따로 차고 있는 셈이다. 먼저 소비자 입장이다. 봉급생활자 또는 용돈을 받는 학생이라면 월급날, 용돈 받는날 한달 동안 이용할 커피토큰을 미리 사둘 수 있다. 커피토큰 암호화폐 단위를 “CF”라 한다면 30 CF를 한달에 한번 미리 사두는 것이다. 그런데 월급과 용돈을 받은 돈으로 그냥 커피 사서 마시면 되지 왜 굳이 불편하게 한 단계를 더 거쳐 커피토큰 코인을 사 두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간단하다. 아침에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잠도 깨지 않고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힘들어 커피 없이는 못살기 때문이다. 커피는 필수품 수준이 되었다. 어짜피 꼭 마실 거라면 다른 곳에 써 버릴 수도 있는 현금으로 커피토큰 한달치를 구입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또 다른 매력도 있는데 커피토큰 코인도 엄연히 암호화폐이다. 적지만 커피토큰을 통해 경제세계와의 얇지만 뚜렷한 끈을 유지할 수 있다. 즉 세계 경제의 지표가 작은 토큰 지갑 속에서 확인가능하다. 그리고 거래소에서 거래도 가능하다. 가격이 하락할 수도 있지만 오를 수도 있다. 커피토큰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아 가격 하락의 부담은 적다. 카페 이용자는 그렇다 치더라도 커피가게에서는 커피토큰 코인을 왜 받아줄까? 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이다. 커피토큰 코인 지불가능이라는 문구가 없는 카페에서 사람들이 발길을 돌리면 버티기 힘들 것이다. 그리고, 커피가게 주인도 손해 볼 것 없다. 만약 암호화폐인 커피토큰 코인을 가지고 있기 싫으면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바로 팔아 현금으로 교환하면 된다.


커피토큰은 블록체인 암호화폐라서 거래가 가능하고 카페에서 커피 마실 때 사용한다.


커피토큰이 활발히 쓰이게 되자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다. 분식집, 빵집, 맥주 호프집, 서점에서도 커피토큰을 받는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핫하게 별 어려움없이 사용되고 있는 커피토큰을 받아주면 사업에 도움이 되고 언제든 암호화폐 거래소 통해 현금으로 교환할 수 있으니 손해 볼 것 없고 오히려 이로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파트 토큰의 예에서 보았듯이 세금의 혜택까지도 가능할 수 있고 신용카드 수수료도 없으니 오히려 낫겠다 판단한 것이다. 외국 여행을 가더라도 환전없이 바로 사용가능하다.


도시에서 만나 얘기 나누는 거의 유일한 장소가 된 카페는 도시의 모습을 많이 바꾸어 놓았다. 생활의 일부가 된 느낌이다. 이제 커피토큰이 이 생활의 화폐 역할을 한다면 블록체인이 운영하는 세계로 대중을 이끄는 초대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시인들의 아주 작은 행동까지 챙기는 커피토큰이 될 전망이다. 가랑비에 옷 젖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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