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 해독제

단일감각 해독제만이 인간 존재 돕는다

by 강하단

“메타버스 VR(가상현실)은 거의 모든 감각을 자극하고 참여하게 만든다”. 디지털 과학기술은 몸의 모든 감각이 참여하는 새로운 세상으로 초대한다. 신경계까지 자극하여 생각의 영역까지 확장하게 한다. 이런 기세라면 갈 수 없는 세상은 이제 없다 싶다. 기껏 즐기다가도 한가지 걱정되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 뚜벅뚜벅 가는 길이 아닌 도움을 받아 큰 배에 올라타는 것과 같다는 느낌이다. 감각이 찾아낸 것이 아니라 강제로 감각되어 지는 것이다. 참여가 아닌 승선이다.


참여 아니라 다 차려진 크루즈에 승선하면 벗어나기 힘들다.


승선해 세상을 경험한다는 것은 사실 무서운 말이다. 현실 속 일상과는 달라 상상하기 힘든데 도움을 받아 수동적으로 경험하는 것이다. 물론 경험은 경험이다. 여행 대신 패키지 관광을 하는 것과 같다. 패키지 관광에서 여행자가 고를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여행 목적지도, 이동도, 음식도, 자는 곳도 모두 정해져 있다. 그냥 즐기면 된다.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는 패키지 관광을 하고 나면 가서 봐야할 핵심은 보게 되어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 비해 오히려 많은 것을 보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보여지는 것을 보는 관광이지 볼 것을 찾아 경험하는 여행은 아니다.


승선의 다른 예도 있다. 문제의 핵심을 샅샅이 다 해부해서 푸는 비법을 쪽집개로 집어 주면 정답 맞추는 능력을 가질 수 있는 학원식 수업이다. 학생이 참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배운 문제와 다른 문제가 출제되면 어려워 할 수 있지만 학원 선생들이 분석하고 분류하는 문제 유형들이 워낙 체계적이라 학원에서 다룬 범위 밖에서 출제되는 문제를 만나는 경우는 드물다.


메타버스 VR, 패키지 관광, 쪽집개 학원수업은 전문성으로 무장된다. 자신이 할 수 없는 엄청난 경험이라 나름의 능력으로 이어진다. 이를 부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자신의 길을 찾아 직접 행한 경험이 아니라 시켜주는 경험을 한 것이다. 때로는 한 것이라기 보다는 당한 것인가 혼란스럽기도 하다. 전문가도 이렇게 양성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우리 사회 많은 전문가들이 지식에 승선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는 또 다른 전문가를 승선시킨다. 자신만의 길을 갈 것을 강조하지만 사실 말 뿐인 경우가 많다. 경쟁이 심하지 않다면 가능하겠지만 현실은 경쟁없이 전문가의 위치에 가기 힘들다. 기존 지식에 승선하지 않고 자신이 찾은 지식으로 전문가가 되기 힘든 사회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제 해독제의 존재가 필요하다. 일타강사가 알려주는 공부 방법에 중독되었기에, 패키지관광의 편리함과 화려함에 중독되었기에, 그리고 메타버스 가상 디지털 현실에 중독되어 있기에 해독제가 필요하다. 받아들이는 것을 거절하다가는 놓치는 것이 너무 많은 승선이지만 최후의 자신까지 놓기는 싫으니 해독제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한다.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해독제, 관광이 아니라 여행할 수 있는 해독제, 메타버스 현실체험이 아니라 상상하는 해독제 말이다. 해독제는 승선되지 않고 참여하게 돕는다.


해독제는 어디에 있고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대개 일타강사의 학원 밖에 학원수업 해독제가 있다고 믿기 쉽다. 패키지 관광을 하더라도 홀로 배낭여행을 하는 것이 해독제가 된다고 믿는다. 과학기술이 제공하는 디지털 가상현실을 벗어나 자연을 찾아가는 여행가는 것이 해독제라 믿는다. 하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다. 독학으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학원도 인터넷 또는 전문가가 알려주지 않는가. 홀로 배낭여행 가는 것도 블로그, 유투브 등에서 알려주는 여행의 고수에게 배우고 캠핑 등 자연을 즐기는 방법도 자연전문가의 포장 도시락 같다. 크루즈 승선을 피하겠다고 배에서 내려 실제로는 다른 배로 옮겨 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니 승선한 배에서 해독제를 찾았으면 한다. 학원수업, 패키지관광, 디지털 가상현실 속에서 찾자. 이런 것들을 벗어나기에는 우린 이미 너무 멀리 와 버렸다. 학원수업, 패키지관광, 디지털 가상현실의 위력을 경험했기 때문에 이들의 위력이 작동하고 있는 사회체계를 벗어나기는 힘들다. 기껏해야 이런 사회체계 속에서 열심히 살아 혼자 힘으로 살아갈 수 있는 돈을 충분히 번 후에 어느 정도 벗어나는 길을 택할 수는 있지만 이것은 해독제가 아니다. 중독으로 망신창이된 몸을 치료하는 것이다.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고 중독되는 과정 그 순간 해독제를 함께 써야 한다. 현실을 피하지 않고 직면하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길을 찾자는 제안이다. 하지만 실망스러운 사실 또 하나를 받아들여야 한다. 해독제 역시 개인이 직접 찾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있다. 입시는 사회가 정해진 정답을 찾는 능력 소유자를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음으로써 힘을 잃고, 패키지 관광은 실시간으로 방송매체와 유투브에서 포장해 배달해 주는 수많은 관광으로 매력을 잃어 가고, 디지털 현실은 형태를 알기 힘들 정도의 신세계로 초를 다퉈 교체되는 방식으로 양산하기 때문이다. 해독제인지 또 다른 중독인지는 조금 시간이 지나봐야 알듯 하지만 후자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중독에 맞서는 해독제에 반전에 반전을 주는 길은 역시 인간으로 돌아와 고민할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감각하여 경험하게 도와주는, 아니 강제하는 현실에 맞서는 길은 “단일감각”에 기대는 수 밖에 없다. 모든 것을 해주는, 시키는 경험에 맞서는 길은 간단하지만 나만의 단일감각에 기대는 것이다. 여러개의 감각을 이용하면 그 즉시 다중 전신감각으로 무장한 엄청난 힘이 달려오기에 단일감각을 이용하자는 것이다. 방송에 맞서는 활자 감각이 대표적인 예다. 이미 대세가 된 유투브, 예능 방송 등을 그깟 활자감각이 상대가 될 수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고 기껏 하자는 것이 독서와 글쓰기냐고 비판할 수 있다. 아니다. 개인이 인간 존재로서 홀로 설 수 있는 길이 디지털 세상에는 이제 그리 많지 않다. 인공지능과 경쟁할 수 있는 것이 인간에게 독서와 글쓰기 외에 무엇이 남아있는지 살펴보면 어렵지 않게 공감할 수 있다. 단일감각을 활용해 인간으로 설 수 있는 길만이 여전히 열려 있다. 활자가 디지털 가상현실의 종합 패키지 서비스의 해독제라면, 백종원식, 대기업식 최고의 맛 패키지 소비자에서 음식을 통해 인간임을 증명할 수 있는 해독제는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미각일 것이다. 포장되어 생산된 삶의 공간 종합 패키지 도시를 살리는 것은 의외로 후각일 수도 있다. 도시를 살리는 향기 말이다. 단일 감각이 발휘하는 소박한 저항이 거대 패키지 크루즈형 상품과 서비스에 여전히 통한다면 이 것이야 말로 해독제가 아닐까 한다. 단일감각 해독제가 통하는 여러 다양한 경우가 사회체계 속에서 강화될 때 인간 존재는 자신을 믿게 된다. 믿으면 자신이 직접 선택하는 다음 행동으로 이어진다. 행동주의 철학이다. 행동주의 몰라도 그럭저럭 행동하지만 좀비와 구별하기 쉽지 않다면 초라해 보이지만 단일감각 해독제를 충분히 고려해 봄직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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