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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Mar 28. 2023

여전히 결속되어 있으니 그대 외로워 말아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여행지에서 홀로 여행하는 사람은 늘 청년들이다. 나같이 나이든 사람이 홀로 여행하는 모습을 본 적 없는듯 하다. 돌아보니 홀로 여행 떠난 적 있나 싶다. 그래서 더욱 젊은 분들이 홀로 앉아 생맥주 한잔 기울이고 있는 모습은 부럽고 왠지 아름답다. 그리고 또 다른 생각이 마음 깊숙한 곳에 생긴다. “당신의 삶은 행복하고 다 잘 될 겁니다”


1981년쯤 겨울이었던 것 같다. 수능, 당시에는 학력고사를 보고 점수를 기다리던 시기였다. 남포동에 있었던, 당시 유행하던 DJ 있는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사연을 쪽지에 적어 노래와 함께 신청하면 소개해 주었다. 그때 한 여성의 사연이 들렸다. 그는 자살을 결심하고 부산에 내려왔는데 자갈치 시장에서 정신이 버쩍 들었다고 했다. 새벽 시장에서 생선을 받아 분주히 움직이고 장사를 시작하는 시장 상인들을 보고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바꿨다고 했다. 사연이 소개되자 구석에 앉아있던 그 여성분이 일어나 그 다방을 나갔다. 그 분의 얼굴이 이제 생각나지 않지만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가방을 매고 걸어나가는 그 모습 만큼은 생생하다.


그 후 여행지에서 홀로 앉아 있는, 혼자 여행하는듯 하는 사람을 만나면 가슴이 덜컹했다. 해줄 수 있는 일이 없고 또 물어볼 수도 없는데 그냥 그렇게 마음 졸였었다. 하지만 어느 때 부터인가 이런 마음은 존경의 마음으로 바뀌었다. 아니 어떻게 혼자 여행할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언젠가는 꼭 해봐야지 마음 먹지만 여태 이루지 못하고 있다.


작년 코로나가 기승일 때, 그리고, 올해 코로나 끝자락 찾은 제주 일출봉 근처 한 호텔, 맥주 펍에는 홀로 여행온 젊은이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맥주를 기울이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리고, 펍 안 옆자리 사람들에 눈길을 주진 않지만 그들의 얼굴에서 세상을 향한 따뜻한 관심을 옅볼 수 있었다.


가능하지도 않지만, 맥주 값 대신 계산해 주고픈 마음으로 난 그들을 향해 속마음을 전한다. “당신은 아름답고 멋지고 훗날 꿈을 이룬 후 다시 그 자리에 돌아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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