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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Mar 30. 2023

명품 중독은 소비심리가 아니라 “소비 생리”

생리반응을 심리 행동으로 되돌리자

매운 고추를 보고 먹지도 않았는데 땀이 나면 조건반사라고 부른다. 석류를 보고 침이 도는 것과 같다. 모양과 빛깔만 비슷할 뿐 매운 고추가 아니라도 반응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그런데 매운 청량고추를 그린 그림을 보고도 땀이 난다면 이를 조건반사라고 불러야할지 고민이 된다. 땀을 흘리게 만든게 매운 고추인지 매운 고추를 맛본 경험의 순간인지 혼란이 된다. 실제 매운 것이 아닌데도 땀을 흘렸으니 땀 흘리는 조건 보다는 땀 자체의 목적이 보다 크게 작동한 것이다.


매운 청량고추를 보는 것은 감각이므로 물리학이다. 감각하고 뇌에 신호가 도착해 뇌에서 무언가 일어나는 것은 심리학 영역이다. 이후 뇌에서 명령해 땀을 흘리는 것은 생리학 영역이다. 실제로 청량고추를 먹고 땀을 흘렸다면 물리학, 심리학, 생리학 영역을 모두 거쳤지만 청량고추 그림을 보고 땀이 났다면 이는 심리학과 생리학 영역 쪽에 치우친 행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림 청량고추에 반응했으니 특별한 판단과 생각없이 행동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어 심리학 보다는 생리학 영역에 가깝다.


청량고추 대신 명품백을 대입해서 살펴보자. 새로 나온 명품 브랜드 핸드백을 TV나 길거리 광고에서 유명 연예인이 들고 있는 것을 보고 그 명품백을 가지고 싶어지고 실제로 구매했다면 소비심리가 작동한 것일까 또는 그냥 생리적으로 행동이 작동한 것에 불과한 것일까? 뇌에서 고민을 했다면 심리겠지만 고민하기 보단 명품을 구매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강했다면 생리적 현상이라고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답은 의외로 간단하다. 명품백 구매는 소비생리에 가깝다. 명품백 매장에 가 백을 들어보고 어울린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하더라도 별반 차이는 없다. 감각하고 생각해서 판단했다는, 즉 의식적으로 구매했다고 자기를 합리화할 뿐 사실은 생리적 반응을 했을 뿐이다.명품 구매 심리를 탓할 생각은 없다. 탓해서도 안되고 존중받아야 한다. 다만 명품 구매가 생리적 반응이라면 문제가 있다.


심리학이면 어떻고 생리학이면 어떻냐고 할 수 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생각없이 행동한 자신을 인정하고 싶은 사람이 과연 있을까. 명품백을 들고 다니면 생각없이 생리적 반응처럼 구매하고 다니는 사람으로 보여도 괜찮은가. 명품 재킷을 입고 있으면 그 사람이 유능하고 성공한 사람이라 보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이고 싶어 하는 목적을 가진 생리적 반응을 한 그냥 속물로 보이기도 한다. 의상심리 보단 명품생리일 뿐이라는거다.


기후변화 위기 영역으로 이를 확장시켜 보자. 기후재앙만 얘기하면 얻고자 하는 여론, 소비, 기부와 호응, 정책 등의 목적이 이루어 진다고 믿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기후변화의 위기를 제대로 감각하고 행동하는 기후과학과 위기의 지구에 대한 심리적 판단이 중요하지 않다. 온갖 기후재앙의 이미지를 보여주면 나타나는 지구인의 생리적 반응에만 관심을 갖는다. 정책에 대한 여론, 국제기구에 대한 호감과 기부, 각종 명분 쌓기에 이것만 한 것이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선거철만 되면 기후재앙과 공약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실질적으로 무엇을 감각하고 생각하고 판단해야할지 긴 단계를 거치는 것을 이들은 원치 않는다. 이미지 그림을 보여주면 그냥 생리적으로 반응해 주길 기대한다. 고추 그림 보여주어 땀흘리게 하고 명품 이미지 보여주고 구매 유도하고 기후재앙 영상으로 표 받겠다는 거다. 이들에게 인류, 국민, 소비자는 그저 생리적으로 반응하는 존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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