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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Apr 04. 2023

칼은 돈에 무릎을 꿇다, 돈을 제압하는 존재는..

그렇게 돈과 칼은 자본과 권력이 되었다

‘칼’이란 단어를 들으면 당신은 무엇이 떠 오르는가? 최근 영화에서 잔인하게 싸우는 장면이 많아 칼하면 액션영화의 한 장면을 떠 올릴 수 있다. 또 방송에서 본 칼로 요리하는 장면일 수도 있다. 그 외 수술하는 의사의 칼, 요즘은 많이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등장하는 연필 깍는 칼 등 용도가 다양하다. 칼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의 상황과 듣는 사람의 감정에 따라 떠 오르는 칼의 이미지는 다르다. 칼은 도구, 연장에 불과하지만 목적에 따라 달리 사용되니 다양한 경험을 주고 경험은 기억이 되어 칼이란 단어만 들어도 떠오르는 다양한 이미지를 갖게 된다. 칼 만큼 다양한 쓰임새가 있어 여러 다른 이미지를 갖는 물건을 찾기는 쉽지 않은데 칼 보다 오히려 다양한 것들을 연상시키는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돈이다.


‘돈’이란 단어를 들으면 이루 다 헤아릴 수도 없는 이미지와 상징들이 떠 오른다. 얼마나 다양했으면 경제학 뿐만 아니라 돈의 심리학, 돈의 사회학이란 책이 있을 정도로 사람들은 돈에 목매어 온갖 관심을 쏟는다.


돈은 한 수 더 떠서 칼과 달리 쓰임의 도구 용도 외에 다른 면 하나를 갖는다. 물건, 일 등이 갖는 가치의 단위 역할도 하지만 심지어 그 가치들의 척도, 즉, 기준이 되기도 한다는 점이다. 놀랍기도 하지만 때로는 이 정도까지 돈이 인간세계를 지배해도 되나 싶다. 하지만 돈과 함께 하는 현실을 부정하긴 정말 어렵게 되었다. 거부하고 살 수는 있지만 부정하긴 어렵다. 돈은 칼이다. 왜냐하면 돈은 요리하고, 조각하고, 글 쓰고, 병을 제거해 생명을 살리고, 범죄를 저지를 수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돈은 가치를 재는 저울이기도 하다. 종이에 숫자를 적으니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만능 연장 하나가 만들어진 셈이다. 하나로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니 이 보다 더한 “미니멀리즘”이 있을까 싶다. 텅빈 아파트에서도 돈이면 뭐든지 할 수 있지 않은가.


칼은 돈에게 상대가 되지 않아 패해서 ‘스위스 나이프’란 명성 정도에 만족해야 했다. 그럼 돈을 상대할 존재는 없는가?


아니다! 돈을 상대할 수 있는 세상 유일의 존재가 하나 있기는 하다. 그것은 사람의 “의식”이란 것이다.


일상에서 무수히 사용하면서도 의식보다 정의하기 힘든 단어는 그리 많지 않다. 많은 선각자가 의식을 정의하고 설명했지만 그 중 헤겔의 것이 특히 마음에 든다. 그는 의식은 한 사람의 영혼이 특정 상황에 처해 순간적으로 생긴 존재라고 정의했다. 헤겔의 의도는 중요한 메시지 하나를 전하는데 사람이 존재하기 위해서 의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혼이 있다면 말이다. 세계를 의식할 때만 존재하니까 하루가 지나고 긴 시간이 흘러도 기억에 남는 것이다. 의식하지 않고 지나간 많은 순간들은 의식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억에 남지도 않는다. 이는 간단하게 체크해 볼 수 있다. 어제 또는 최근 다녀온 여행을 떠 올려 기억에 남는 일이 몇이나 되는가? 우린 모든 순간을 의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감각의 능력을 빌어 의식할 수 있지만 감각한 후 지나치는 순간이 훨씬 많은 것이었다.


의식은 이렇듯 시간과 공간 속에서 엄청난 일을 한다. 한 사람의 영혼은 딱 하나인데 영혼은 의식이란 도구를 사용해서 시간과 공간이 교차되는 무한대 매트릭스 순간을 감각하고 감지 한 후에 쓸데 없다 판단한 것은 폐기하고 소중한 것만 기억이란 저장 장소에 분류해 두는 것이다. 스위스 만능칼, 미니컬리즘 돈보다 더 간단하지만 세계 속 모든 일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사회란 세계에서 엄청난 일을 하는 돈도 사실 우주 차원에서 일 하는 사람의 의식의 능력에는 상대가 안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반전이 생겼다. 사람의 의식에 1패를 당한 돈이 자신에게 패한 칼과 손을 잡은 것이다. 돈과 칼이 인간세계를 장악하고 사람의 의식이 작동하는 메카니즘을 흐트려 버렸다. 그러면서 그동안 사람들의 의식이 만든 이론들을 돈과 칼이 습득한 이후 돈과 칼은 마치 의식하듯 행동하고 있다. 무서운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이론을 장착하니 “돈과 칼”은 자본과 권력이 되어 거대한 생명체의 “의식”처럼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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