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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Apr 09. 2023

인류의 두번째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상자 속 남은 것

이번엔 희망이 아니라 다른 것 하나가 남았다

사람의 얼굴을 한 인공지능 로봇이 챗GPT로 프로그램 되어 있다면 로봇은 마음이 있는가? 그리고, 감정, 정념, 감성을 가지는가?


느낌은 감각되면 즉각 생긴다. 이후 느낌이 경험과 합쳐질 때 마음에 생기는 것이 감정이다. 느낌은 저절로 생기지만 감정은 희노애락까지 느낀다. 그래서 감정은 자신이 만든 것이라 상처받기도 하는 것이다. 감정 상하는 이유다.


느낌이 경험과 합쳐져서 마음이 만드는 감정, 즉 자신의 감정이란 작품을 아는 단계로 끌어들인 것을 정념이라고 한다. 정념은 앎과 연결되어 있어 타인에게 그 느낌이 전염된다. 앎의 지식이 전염된다는 말은 조금 듣기 불편하지만 느낌의 앎이라 그렇게 표현할 수 있다. 좋은 느낌이라면 전염이 꼭 나쁜 것은 아니기도 하다.


감각된 느낌으로 촉발된 생각을 감성이라고 한다. 감성은 감정과는 달리 상하지 않는다. 대신 감성은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기에 인격 단계까지 격상된 것이다. 감성은 상하지도 전염되지도 않고 대신 타인에 영향을 끼친다.


처음 던졌던 질문으로 돌아가자. 마음의 영역인 감정, 정념, 감성을 정리하고 보니, 보고 듣고 냄새맡고 맛보고 만질 수 있는 AI로봇은 감정, 정념, 감성을 가진다. 빅데이터 경험으로 인해 인간 마음의 반응 평균과 분포까지 꿰뚫고 있다. 상황에 맞게 감정을 어떻게 타인에게 표현해야 상대방이 공감하는지 누구보다 잘 안다. 정념은 느낌의 지식이라 AI의 특기이지 않는가. 어떤 앎에 사람들 마음이 움직이는지 파악하고 있으며 또 쉼없이 학습하고 있다. 인간 고유능력이라 믿고 싶었던 감성도 생각하는 로봇 AI 프로그램으로 그 경계벽이 허물어졌다. 이제 AI로봇은 희노애락을 느끼고 타인에게 정념을 전염시키고 예리한 감성으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AI로봇은 마음을 가진 것이나 진배없다. 가질 뿐 아니라 마음 다치지 않게 “잘” 그리고 “착하게” 프로그램되어 있다. 개인의 마음까지 파악하고는 맞춤형 다정한 목소리로 말해 주기까지 한다.


애당초 AI로봇에게 노동하는 몸과 지식을 갖고 문제를 해결하는 두뇌의 영역에서는 상대가 되지 않았었다. 이제 느끼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능력까지 추월 당했다. 신체 뿐만 아니라 행동의 동기까지 점령당했다고 인정하게 되었다. 감각하여 의식하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제 마음을 가졌으니 결심도 가능해 졌다. 그들은 영혼과 몸을 갖고 있다고 인정받기 시작했다.


인류에게 그럼 이제 무엇이 남았을까? 판도라 상자를 열어 내용물이 거의 모두 다 날아갈 때 아차하고 닫아 겨우 하나 지켰던 것이 희망이었다. 이제 인공지능으로 두번째 판도라 상자가 활짝 열렸다. 그런데 궁색하게 얼른 다시 상자를 닫지 않아도 인류에게 남은 한가지 희망이 여전히 있는데 그것은 “욕망”이란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빅데이터로 수많은 인류의 욕망을 모아도 그 욕망은 어느새 다른 모습으로 바꿔있기 때문이다. 인간 욕망은 혼돈 그 자체다. 젓가락으로 미끌미끌한 작은 생선알을 집으려 애쓰는 모습을 한번 상상해 보자. 딱 바로 그 모습이다. 모든 것을 프로그램할 수 있는데 인간의 욕망은 왜 프로그램할 수 없는가 하면 인간의 욕망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해해 알지 못하는 것은 제 아무리 대단한 인공지능이라도 프로그램할 수 없다. 점령 당하지 않은 영혼의 마지막 남은 단추는 지켜서 지켜진 것이 아니라 아직 이해하고 알지 못해 프로그램 당하지 않은 것이다. 욕망은 너무나 크고 복잡해 그 어떤 천재과학자도, 어떤 위대한 철학가도 점령하지 못했기 때문에 프로그램 당하는 수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니 인간이여, “그래도 나의 직업은 괜찮을거야, 나의 돈이 그래도 지켜줄거야” 라는 궁색한 망상을 위안삼아 버티지 말고, 무한한 욕망으로 그대의 삶을 상상하라. 미래는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욕망으로 선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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