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단 Apr 11. 2023

“특이점” 후에도 열심히 일하라는 100세 철학자

하라는 것만 하면 모든 것이 제공된다는 속임수

학창시절 수학시간에 배운 흥미로운 것이 하나 있었다. 서서히 증가하던 그래프가 무한대를 향해 치솟기 시작하는 점이 있었다. 특이점이며 영어로는 싱귤레러티singularity라고 한다. 특이점 이후에는 값을 매기기 불가능해진다. 하늘 높이 무한대로 치솟는다. 현실에서는 어떤 경우일까 늘 궁금해 하다가 디지털시대가 와서야 알게 되었다. 그 끝을 가름하기 힘들어 특이점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가치가 디지털 과학기술이 만들어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인간 지능을 닮으려 노력해오다 이미 특이점을 지나 버렸다. 이제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나은지 또는 인공지능이 앞서지 못하는 인간만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묻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었다. 경쟁관계가 아니라 인공지능은 능력을 짐작하기 조차 힘든 인간 초월의 존재가 될 것이라는 영화 트랜센던스(2014)의 예언이 눈 앞에서 바로 실현되고 있다. 영화에서 말하는 트랜센던스는 바로 특이점이었다.


인공지능 없이 사는 인류를 더 이상 상상하기 힘들어졌다. 자율주행 자동차, 의료기술, 신약개발 등의 과학기술분야 뿐만 아니라 챗GPT가 가져올 문화 영역에서도 인공지능은 더 이상 거부하기 힘든 엄청난 일을 해내고 있다. 인공지능이 지은 시에 감동받고 고민을 털어 놓으면 딱 맞는 조언과 위로도 인공지능이 의사나 상담사보다 나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완벽하게 격리되어 자연인으로 살 것이 아니라면 적당히 거리를 두는 것 조차 쉽지 않을 듯 하다. 인공지능이 가져올 결과는 상상 그 이상이므로 특이점/싱귤레러티/트랜센던스 이후의 세계를 인류는 본격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인공지능 세계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정부, 기업, 대학에서는 이미 최선을 다해 공격적으로 인공지능에 투자하고 연구를 하고 있다. 한해 수천억원이 넘는 연구비를 인공지능 대학원을 설립한 대학에 지원하고 있다. 몇년만 지나면 인공지능 고급인력들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다른 나라에 뒤쳐지지 않을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고 당연히 응원한다. 그건 그렇고 그런데 개인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전문가의 말도 제각각이다. 이렇게 하라는 전문가의 분석이 솔깃하다가 다른 전문가의 말을 들으면 그것이 더 맞는것 같아 명확하지 않고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전문가가 아니라도 한가지만은 분명하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인공지능이 대부분 대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일은 육체적 노동, 정신적 노동, 감성 노동 그리고 기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노동을 포함한다. 즉,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사라지고 있다. 대신 인공지능이 모든 것을 다 해준다고 “약속”하는듯 하다. 할 일 없는 사람에게 모든 것을 해주는 인공지능 로봇을 열심히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일하지 않는 인류가 아니라 할 일 없는 인류인 것이다. 인류 처음으로 할 일이 없는 상황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지금 인류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일 하지 않고 사는 삶에서 가치를 발견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일의 개념을 어떻게든 만들어 지금까지 알고 있던 것이 아닌 다른 차원의 가치로운 일을 하는 것이다. 왜? 이유는 간단하고 너무 명확하다. 일 하지 않는 인류에게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는 세계의 약속은 예전 어딘가에서 분명 들었었던 말이다. 그것은 지배자가 노예에게 던지는 달콤한 속임수이기 때문이다.


이제 철학의 임무는 분명해 졌다. 철학은 늘 가장 어려운 질문에 답해 제공해 주었었다. 가치로운 일이 무엇인가? 생존을 위해 해왔던 모든 노동과 일을 인공지능 로봇에게 맡기고 새롭게 맡을만한 가치로운 일이 무엇인가? 도대체 인간에게 일은 어떤 의미일까? 이런 질문들에 답을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한 철학자의 답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100세 철학자의 입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왔다. “인간에게 일이 무엇이고 디지털 시대 가치로운 일은 어떻게 만들어 가야 할까요?”라고 물었더니 그냥 무조건 열심히 일하란다. 그것도 기가막힌 타이밍으로 제국주의 시절 일본 국민을 본 받았으면 한다고 슬쩍 자신의 유학시절 예까지 들어가면서 말이다. 난 이분에게 학창시절 중세철학을 배운 적이 있었다. 청강이었지만 고민하던 젊은 영혼에게 준 파장은 결코 적지 않았다. 철학에도 특이점이 있어 아예 다른 세상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면 이제 나의 기억에서 한 철학자에게서 배운 모든 말을 지워버릴 때가 된듯 하다.


특이점 싱귤레러티가 지나 일과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잡지 못한다면 무한대로 하늘 위로 치솟는 대신 나락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그래프가 될 것이다. 특이점을 분명하게 뚜렷이 기억한다. 학창시절 수학선생님이 그렸던 위로 치솟던 싱귤레러티 그래프의 대칭된 아래 부분은 끝없이 추락하고 있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류의 두번째 판도라 상자가 열리고 상자 속 남은 것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