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달성과 목적의 결코 적지 않은 차이
은퇴를 준비하는 방법은 첫째 지금 쓰고 있는 돈만큼 은퇴 후에도 쓸 수 있도록 돈을 모으면 된다. 그러면 은퇴 후에도 지금처럼 만족스럽게 여생을 보낼 수 있다. 두번째 방법은 다른 방향으로 준비하는 것인데, 은퇴하기 전 부터 돈을 적게 사용하면서도 행복할 수 있는 몸과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몸과 마음을 그렇게 마련해 두면 은퇴 후에도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지금처럼 만족스럽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첫번째, 두번째 방법 모두 만족하는 것은 같다.
자원의 은퇴, 즉, 에너지 자원이 고갈된 후를 걱정하면서 대처하는 세계의 자세도 개인이 은퇴를 준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언제일지는 모르지만 언젠가는 석유와 천연가스가 고갈될 것이다. 원자력 연료인 우라늄도 머지 않았다고 한다. 그럼 세계는 지금의 에너지 자원이 은퇴한 후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개인 차원의 은퇴를 준비하는 방법을 질문 받는다면 잠시라도 망설였지만 에너지 자원 고갈 후를 준비하는 방법에는 거침없이 “첫번째”라고 답한다. 즉, 현재 사용하는 에너지 자원이 고갈되었을 때에도 지금과 같은 소비를 이어갈 수 있는 대체 에너지원을 준비하는 것이다. 이 말인즉슨 인류는 에너지를 적게 쓰는 생활 따위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선언을 하는 것과 같다. 그런 생활은 힘드니 석유, 천연가스, 우라늄이 고갈되어도 여전히 지금처럼 쓸 수 있는 충분한 에너지 자원과 기술을 만들자고 한다. 무한대로 사용가능한 태양광, 풍력 그리고 핵융합기술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과학기술을 동원해서라도 에너지는 만들어져야 하고 결코 에너지 사용을 줄일 생각은 없다.
기후재앙에 대처하는 자세도 앞의 개인과 에너지 자원의 은퇴와 꼭 빼 닮았다. 정부와 각국 정부간 협의체 UN기구 모두 탄소중립만 외치고 있다. 물론 탄소중립이 잘못 된 정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인류의 과도한 에너지 사용, 앞뒤 가리고 않고 산업확장을 통해 진행시킨 경제성장, 자원 남용, 소비 중독에 대한 전환과 변화를 통해 기후변화 원인인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노력이 아니라는 말이다. 경제성장과 끝없는 소비를 조절하는 과학기술에는 애당초 관심조차 없다. 자동차를 타지 않고도 시민이 원하는 충분한 문화, 경제, 사회 생활을 할 수 있는 도시 만들기 과학기술 보다는 친환경이든지 탄소배출없는 자동차를 만들면 된다는 식이다.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정부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이해하지만 유엔도 각국 정부의 방법과 다르지 않다. 오히려 한 수 더 뜬다. 전 세계가 탄소배출을 줄이는 과학기술을 제안하는 것이 아니라 탄소배출 감축량 숫자 목표만 던져주는 식이다. 과정 보다는 역시 결과란 말이다.
탄소중립 개념이란 기발한 아이디어를 냈다고 자화자찬하고 있는듯 보인다. 탄소배출량 거래를 해서라도 탄소중립 목표달성만 하면 상관없고, 원자력 심지어 최근에는 천연가스 관련 에너지기술도 그린에너지로 인정함으로써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면 그만이라는 식이다. 원자력은 탄소배출이 원래 없고, 천연가스 메탄은 첨단 과학기술이 적용되면 물과 온실가스가 아닌 기체로 변환될 수 있다는 근거다. 전지구, 국가, 사회, 도시 그리고 개인 모두 자신의 자원 남용, 생활 속 소비 행태, 에너지 소비는 결코 줄일 생각이 없으니 어떻게든 해결방법을 찾아내면 되지 않겠냐는 태도다.
누군가는 기후재앙에 대처하는 첫번째는 적극적인 방법이고 두번째는 소극적인 대처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입은 비뚤어져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솔직해 졌으면 한다. 첫번째는 자기 편하자고 그럴듯한 “과학적” 변명을 늘어놓는 것이고, 두번째는 온갖 비현실적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가능한 해결 “과학”을 찾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