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의 과학인문학 De-이론
셜록 홈즈는 매력있고 닮고 싶은 캐릭터다. 처음 본 사람이라도 쭉 훑어보고는 출신 마을, 성격과 직업까지 셜록은 추리해 낸다. 아무리 어려운 사건이라도 일단 맡으면 반드시 해결한다. 그런데 셜록이 밝힌 자신의 비밀이 있는데 “Deduction 연구실(De-연구실)”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한글로는 “연역법 연구실”인데 셜록의 말을 들어보면, 연역법에서 조금 더 나간 극단의 연역을 그의 추리에 사용한다. 자신이 왜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는 지식을 알아야 하냐고 반문했던 셜록은 철저한 연역주의자였다. 남들이 알아낸 지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절대 용납하지 않았다. 셜록은 관찰해 밝혀낸 원리로 거미줄을 치고는 그곳에 범인이 걸려들기만을 기다린다. 셜록의 거미줄 주위로 날아다니는 똥파리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그가 친 거미줄에 걸려드는 알짜배기 왕거니만 기다렸다 잡는다. 셜록의 거미줄은 과학원리이고 거미줄에 걸려든 희생양 범인은 인문학 영역이다. 셜록은 철저한 과학인문학자였던 것이다.
셜록의 De-연구실은 무엇을 연구하는가? 연역법을 알아보기 위해 사전에서 먼저 찾아보자.
연역법 = “논리적으로 필연적인 원리에 따라 혹은 진리 보존적 추리 규칙에 따라 주어진 전제로부터 결론을 이끌어 내는 방법”
단어를 정의해 사전을 만든 분들의 노고에 감사하고 꼭 필요한 작업이라고 믿는다. 다만 사전 정의를 읽고 일반인이 연역법을 이해하긴 결코 쉽지 않다. 여기서는 연역법을 다르게 이해해 보자. 연역법을 이해하려면 귀납법을 알아야 하는데, 귀납법은 경험한 후 개념을 만드는 것이다. 연역법은 개념을 만들 때 사용한 아이디어 하나를 뽑아서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예상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본다. 뉴턴은 나무에서 사과가 떨어지는 것을 관찰했다. 다른 사람들도 사과가 나무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봤지만 뉴턴은 본 경험으로 중력이란 개념을 만들었다. 과학 개념을 만든 과학자였다. 중력의 개념이 있어 사과 뿐만 아니라 높은 탑에서 떨어진 돌도 땅으로 떨어진다고 알 수 있다. 중력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데 뉴턴 이전에도 사람들은 사과와 돌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현상에 중력이라고 굳이 이름 붙이지 않았더라도 알고는 있었다. 사과가 떨어지니 배와 감도 나무 아래로 떨어진다고 알고 있었다. 뉴턴의 중력법칙은 위대하지만 중력이라고 이름만 붙이지 않았을 뿐 물건이 아래로 떨어진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름이 있든 없든 관찰한 현상의 원리가 다른 현상을 설명하는데 쓰였던 것이다. 이것이 연역법이고 셜록의 De-연구실의 기본이다. 셜록은 일어나는 현상을 면밀히 관찰한 후 현상 속 숨은 원리를 “끄집어 내” 머리 속에 저장해 두고 그 원리에 걸려드는 다른 현상을 기다린다. 이것이 먹이감이 걸리길 기다리는 셜록의 거미줄이다.
셜록의 De-이론을 좀더 살펴보자. 배고프면 음식을 먹는다. 이를 관찰하고 나면 이후 누군가 음식을 먹으면 그가 배가 고팠다고 알 수 있다. 비슷하게, 원한을 가진 사람이 복수하려고 살인을 저질렀다. 이를 관찰하고 난 이후에는 살인이 발생하면 원한을 가진 사람이 복수한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음식 경우와는 달리 상황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 살인이 일어났어도 원한으로 복수한 것이 아닌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수살인인 한가지 조건을 더 찾아낸다. 살인 사건 현장에서 철저하게 계획된 듯한 흔적을 발견하는 식이다. 이제 살인이 발생하고 철저하게 계획된 듯한 흔적이 보이면 원한을 가진 사람이 복수로 살해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데 재산이 탐이 나서 철저하게 계획한 후에 강도살인을 저질렀다면 예상이 또 어긋난다. 그럼 다시 원한에 의한 복수 살인 사건의 두번째 조건을 관찰해서 찾아낸다. 살인이 일어났고 계획된 흔적도 발견되었고 분노로 찌른 칼의 흔적을 추가로 발견한다. 이렇게 하나씩 추가해서 원한에 의한 복수로 살인을 저지른 범죄의 조건들을 정리한다. 이제 셜록 홈즈는 그의 연구실 앞에 “원한에 의한 복수살인 전문 탐정 연구실”이라고 간판을 붙일 수 있다. 모든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De-연구실은 원한에 의한 복수살인만을 귀신같이 해결하는 것이다. 다른 살인사건은 아예 맡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원한에 의한 복수살인 사건만 관찰하여 공통된 조건들을 정리해 두었기 때문이다. 복수살인 발생 원리를 터득한 것이다. 셜록의 De-연구실의 De는 ‘-부터 뽑아내다’란 의미를 가진다. 워낙 많은 원한 복수살인을 관찰해 뽑아낸 원리 거미줄이라 여기를 벗어나는 원한 복수살인은 결코 쉽지 않다. 많이 뽑아낼 수록 거미줄은 촘촘해 진다. 그런 연유로 셜록 홈즈는 원한에 의한 복수살인이 발생하면 단번에 범인을 찾아내는 것이다. 이렇게 셜록은 거미줄을 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한에 의한 복수 살인을 완전 정복한 셜록은 이번에는 특정 정신이상 또는 악마성을 가진 천재들이 벌이는 살인도 면밀히 관찰하고 원리를 정리해 두번째, 세번째 거미줄을 친다. 여기에 몰리아티가 걸려든 것이다.
셜록의 De-연구실 거미줄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를 보호해줄 자신의 거미줄도 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주위 사람, 특히 지인이 화를 내고 탐욕을 드러내면 힘들어 진다. 싸우고 연을 끊기도 한다. 그런데 셜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생각하면 답은 간단하다. 누군가 화를 내고 탐욕으로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원리를 여러 상황을 경험한 후에 뽑아 마음에 장착해 두면 된다. 마음을 보호할 거미줄을 쳐 놓는 것이다. 그러면 누군가 황당하게 화를 내면서 쏘아 붙이고 수준 이하의 탐욕심으로 공격을 해 와도 “미리 예상”되었던 “단순한 일”이 벌어진 것에 불과하므로 큰 마음의 상처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비록 이마가 터지는 상처를 입어도 마음의 상처는 피할 수 있는 식이다. 화를 내고 탐욕으로 공격하는 짐승에게 공격 당했다고 생각할 수 있다. 미리 거미줄을 치고 있었다면 이마가 터지는 공격을 한 사람과 만났던 순간을 피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예상되고 해석할 수 있으면 힘들지 않게 되니 거미줄은 자신을 보호하는 장치인 셈이다. 셜록이 주는 과학원리가 인간의 행동으로 해석되는 과학인문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