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경계선이 곧 증강현실 역할무대
도시는 기억(6) 도시의 경계선이 곧 증강현실 역할무대이다
그럼 경계도시가 변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는가? 도시의 핵심기능을 담당하는 중앙 영역과 주변 환경을 오직 하나의 경계선으로 구별하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가? 환경을 경계짓던 뚜렷한 경계선을 흐리게 만들고도 도시의 모든 기능이 작동할 수 있게 할 방법은 정말 없는 것일가? 여기서 하나 분명하게 말해 둘 것이 있다. 정책적으로 또는 민간 차원에서 거대한 도시를 기획하고 계획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가능하다”. 하지만 그 답이 아직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상상해야 한다. 살균도시, 경계도시가 갖고 있는 획일적인 경계선을 지우기 보단 잘라야 한다. 그것도 최대한 잘게 잘라야 한다. 수없이 잘려진 작은 경계선을 도시의 일상 속으로 옮겨야 한다. 살균도시, 경계도시 속에서 일상의 다중가치를 갖는 작디작은 극미 증강현실AR 무대로 경계면이 옮겨 갈 수 있는 가능성을 찾아보자.
획일적인 단 하나의 경계선 대신 수많은 증강현실AR이 가져다 주는 일상의 작은 무대를 가지려면 지금과는 다른 상상을 해야 한다. 증강현실이라고 해서 디지털 첨단도구를 꼭 필요로 하지는 않는다. 생각하는 관점의 전환을 통해 얼마든지 가능한 증강된 현실이다. 지금까지는 의식하지 못한채 쓰고 버려왔던 환경물질을 매개로 일상을 다른 방식으로 살면서 순간순간 의미를 수많은 증강현실AR 무대에서 만들수 있다. 에너지 예를 들면 지금 사회의 모습은 큰 경계선을 긋고는 분리되어 있다. 정부는 기후위기 극복을 위해 정책을 만들고 국민은 이를 실천한다. 기업은 정부시책에 맞게 ESG경영을 해야 여러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부협의체인 국제기구는 기후위기 극복 십계명과 같은 목표 실천방안을 마련해 발표하면 세계시민은 이를 성실하게 지킬 것을 맹세하는 듯 하다. 기후정의 실천을 위한 크고 뚜렷한, 하지만 획일적인 경계선이 있어 에너지 주역의 무대와 환호하는 관객이 뚜렷하게 경계 지어져 있다. 다른 길도 있다는 것을 알기 위해, 기후재앙 위기를 극복하는 일상 속 작은 실천무대를 상상해 보자. 여러 작은 증강현실AR 무대를 에너지란 물질로 만들어 보자. 집안의 작은 전구를 쓸 때도 에너지 원을 구별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지금은 켜고 끄는 스위치만 사용하지만, 화력, 원자력, 태양광, 풍력, 수력, 바이오에너지 등과 같이 에너지원을 고를 수 있는 스위치로 바꾼다면 전기를 쓰는 매순간이 기후위기 극복의 선택의 순간이 된다. 정부가 정책으로 가장 선호하는 에너지원을 택하면 잔말 말고 사용해야 하는 것이 지금 현실이라면 간단한 IT접목 디자인으로 사용자 개인이 직접 선택해 전기를 사용할 수 있다. 비록 한전이 제공한 동일한 전기라 하더라도 에너지원을 분리해서 사용하고 요금도 자발적으로 다르게 납부하는 능동적인 기후위기 극복 노력이 된다. 정부, 국제기구, 시민단체가 안내하는 기후위기 극복의 가이드라인을 따르는 대신 직접 에너지원을 선택하고 매 순간 자신의 선택이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에너지 실천 무대를 도시의 일상에서 가질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도시민은 전기 스위치 하나를 사용할 때마다 도시 속 작은 무대에서 도시민 역할을 연기할 수 있게 된다. 비록 작지만 도시민의 작은 선택이 모이면 엄청난 시민의 힘이 되기에 “증강현실AR 역할무대”라고 이름지었다. 전기에너지 역할 무대를 버스를 탈 때도, 까페에서 커피를 주문할 때와 같이 일상의 전반으로 확장하면 시민 개인이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무대가 엄청나게 늘어난다. 전기에너지 뿐만 아니다. 물을 사용하고 사용한 물을 버릴 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집으로 들어오는 물의 길과 버리는 하수의 길은 딱 하나씩 밖에 없다. 물에 대한 실천은 오직 하나인 것이다. 물에 대한 가치로운 실천은 오직 아끼는 것 밖에는 없다. 물이 도시에 제공하는 경계면은 딱 하나의 획일적인 선이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 비록 현실적으로는 수돗물을 만들고 하수를 처리하는 것이 하나라고 하더라도 사용자인 시민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여러개 만들면 된다. 물을 하수구에 버리고 하수도사용료를 납부 하는 것이 지금의 방법이라면 버린 물을 어떻게 처리할 수 있는지, 처리한 물을 어떻게 재이용할 수 있는지 여러 옵션을 두고 시민이 선택하게 할 수 있다. 가상의 방법을 가정하여 선택하고 다른 하수도사용료를 지불할 수 있게 함으로써 물에 대한 시민의 선택권을 확보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물이 도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연기할 수 있는 무대의 매개가 된다. 상상해서 만들어지는 무대이기에 증강현실AR 역할무대라고 하였다. 지금까지는 물을 아껴쓰면 훌륭한 시민이었다면 앞으로는 물의 무대는 여러 개가 되어 선택하여 역할을 연기하는 다양한 물 매개 역할 배우가 탄생하게 된다. 물이 일상과 가치생산의 경계를 제공하는 훌륭한 매개가 된다. 이렇게 도시는 환경물질인 물을 매개로 하는 수많은 역할무대를 가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