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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10.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7)

전문 영역에서의 일상의 언어

(7) 전문 영역에서의 일상의 언어


실제 벌어지고 있는 예를 들어 이해를 높여 본다. 기후변화 재앙이 본격화되자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여러 노력들이 과학기술분야에서 제시되고 있다. 유럽 국가들 뿐만 아니라 한국도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게 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정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태양광과 풍력발전 중심으로 탄소배출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는가 하면 다른 정부는 새롭게 녹색에너지로 분류되기 시작한 원자력발전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펴기도 한다.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 모두 단순 계산으로는 이산화탄소 배출 감소에 기여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태양광 발전의 경우 숲과 농지 훼손과 폐기되는 태양광 패널 쓰레기 문제, 원자력발전의 경우에는 안전성 문제와 핵폐기물 처리문제가 늘 따라 다닌다. 하지만 이번 논의에서는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의 기후변화 측면에서의 긍정적인 탄소 감축 기여 부분만 다루어 본다. 두가지 서로 다른 기술을 연구하는 분과학문이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발전의 경우, 신소재공학과 화학공학과가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며 원자력발전의 경우 기계공학과가 많은 연구와 개발을 하고 있다. 두 기술은 기후변화 탄소배출 감축을 위해 선의의 경쟁을 하기도 하지만 정책에 따라 배타적 경쟁을 하는데 자신의 기술 우위를 강조하면서 대개는 상대 기술의 약점과 문제점을 공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즉, 기후변화 재앙 극복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 태양광발전과 원자력발전이 다학제 융합을 기반으로 협력한 사례를 어디에서도 확인하기 힘들다. 두 분과 학문이 사용하는 언어도 달라 전문학적인 학술 만남을 가져 소통하는 것이 가능할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다. 만약 토론을 통해 어떻게든 소통하려면 상대방에게 전공 지식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전문 언어와 지식들을 알려준 다음에야 가능할 것이다. 자신들이 가장 잘 아는 지식을 토론 장에 올려 놓고 타 분과 학문과 소통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만약 크게 마음을 내어 한쪽이 다른 분과 학문의 전공 지식을 열심히 공부해서 어떻게든 길을 열려고 노력하면 길이 조금 열릴지는 몰라도 정작 자신이 속한 분과 학문 지식공동체로부터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열심히 이해하려고 노력한 상대방 지식공동체 사람들 역시 노력을 인정하기 보다는 자신의 전공 영역이 우수하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분과되기 이전의 공통 관심사로 관점을 되돌려 놓아야 한다. 두 분과 학문 모두 에너지를 다루고 있다. 에너지를 두고 두 분과 학문이 얘기하면 소통이 시작될 수 있다. 분과 학문 간 경계층에서의 소통으로 시작하는 것이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지식으로 토론하면 무슨 소득이 있겠냐고 비판할 수 있지만 그렇게라도 일단 소통을 터 놓아야 한다. 그런 소통 속에서 분과 학문 지식인들은 비로소 알게 되는 것이 있다. 자신의 분과학문 전문 지식 기름기를 빼고 나니 자신들의 에너지 지식과 사용 단어가 일반 대중이 쓰는 에너지 단어와 지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 지점에서 다학제 융합의 노력이 시작될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이제 분과 학문의 학자는 전문 지식과 전공 용어를 일반 대중의 언어로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하는 이유를 어느 정도 알게 되었다. 그러지 않으면 일반 대중은 물론 근접한 분과 학문의 학자들과도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게 높은 벽으로 둘러싸인 고립의 학문 공간 속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극히 제한적이다. 자신이 속한 지식공동체의 전문 지식과 전공 용어를 일반 대중이 이해하도록 설명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 결코 아니다. 자신이 다른 분과 학문의 지식과 용어를 모르는 일반 대중이 되었을 때야 비로소 대중의 일상 언어로 번역된 전문 지식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분과 학문간 경계층에서의 만남과 소통이 그래서 중요하다. 전공 용어로 말하면 분과 학문 지식공동체 내에서는 쉽게 소통이 되지만 바로 옆 다른 분과 학문 전공자들과는 비록 공학, 과학분야라 하더라도 소통하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 정도로 학문은 전문성을 갖고 세분되어 있다. 하물며 공학과 과학 비전공 일반 대중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길게 표현되고 설명이 붙더라도 그래서 전공한 사람들끼리는 사용하기 번거롭더라도 일반 대중 소통용 언어, 일상의 언어로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분과 학문간 경계층이 윤택해 지고 그 경계층은 다른 분과 학문 영역으로 이어지고 심지어 대중과도 이룰 수 있는 경계층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런 노력을 하면 과학과 공학 분야 분과 학문간 소통만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니다. 경계층 내에서 에너지를 다루면 에너지 경제를 전공하는 분과 학문 학자, 에너지 윤리 학자도 자신들의 전공 용어는 잠시 접어두고 대중의 자격으로 에너지라는 학문 경계층 내에서 소통하려 참가할 것이다. 앞의 화학공학자, 기계공학자와 마찬가지로 경제학자, 윤리학자도 에너지에 해당되는 자신의 분과 학문 전공용어를 대중의 언어로 번역해 가져옴으로써 경계층은 한층 더 윤택해 진다. 각자의 분과 학문 영역을 서로 존중하면서 다학제 융합 소통이 이루어지는 길이 여기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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