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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09.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6)

분과학문 융합의 단초를 아인슈타인과 푸코로 부터 받다

(6) 분과학문 융합의 단초를 아인슈타인과 푸코로 부터 받다


그렇게 마무리 될 것 같았는데 반전이 생겼다. 아인슈타인은 특수 상대성이론과는 세상을 해석하는 방식이 완전히 다른 일반 상대성이론을 1916년 발표했다. 특수 상대성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은 하늘만큼 땅만큼 본질적으로 다르다. 시공간 변환을 통해 새로운 기하학적 세상을 가져와도, 즉 아무리 창의적인 상상을 해도, 여전히 힘이란 절대적 존재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를 인정해야 했던 특수 상대성이론과는 달리 힘이란 존재가 아예 사라져 전혀 다른 움직임의 해석을 하는 이론이 탄생한 것이다. 힘의 존재가 절대적인 세상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인류 역사상 단 한번이라도 힘의 존재를 배제하고 존재의 움직임, 아니 더 근본적인 질문인 세상의 이치를 따져 본적이 있었나 싶다. 일반 상대성이론은 물리학이 세상을 향해 던진 엄청난 화두였던 것이다. 실험으로 증명될 수 있는 이론은 아니지만 논리의 사고를 한 단계 높여준 계기가 되었다. 두 상대성 이론으로 현란하고 어려운 이론으로 자신들 분과학문 전문 지식이 가장 우위에 있다고 말해 왔던 전문가 학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게 되었다. 이런 면에서 대중이 일상의 언어로도 상대성 이론을 이해하고 대화할 수 있게 도와준 러셀에게 큰 신세를 졌다고 볼 수 있다(**버트란트 러셀의 책, the Outline of Philosophy**). 상대성 이론을 두고 분과 학문의 전문 학자는 자신들의 학자 공동체가 더 빛날 수 있는 해석으로 아전인수 했지만 러셀은 대중의 일상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오래 전 로마제국은 도로와 수로를 건설해 세계를 정복했고 로마 이전 그리스는 유클리드 기하학을 통해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길을 건설했다는 말이 비로소 이해되는 순간이다(**Michel Serres, 1993**). 지배하는 힘이 사라진 기하학적 세상에서는 모든 존재의 움직임은 인접한 다른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만 밝혀 질 수 있다고 일반 상대성이론은 주장했다. 바로 옆 인접해 있는 존재와의 관계 외에는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그 어떤 힘도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위대한 발견이었던 것이다. 러셀이 발견한 물리학 속 힘의 존재는 우리 사회 속 돈의 존재와 묘하게 닮아 있다. 물리학의 힘과 사회에서 사용하는 돈 모두 인류의 위대한 발명이었던 것이다. 세상의 모든 움직임은 힘과 돈으로 설명가능한듯 보인다. 돈은 세계 속 어떤 곳이라도 그 힘을 발휘하고 있기에 마치 지구 중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힘의 존재를 배제하고도 세상을 해석할 수 있는 길을 일반 상대성이론 속에서 러셀은 찾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론은 스타 물리학자 아인슈타인이 만들었지만 기가 막힌 해석은 과학자이면서 인문학자였던 러셀이 해낸 것이다.


인접한 존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이를 통해 세상 질서의 비밀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사람이 또 있었는데 미셀 푸코였다. **책 “The order of things”**를 통해 인접한 것들의 관계를 세상을 이해하는 질서로 연결했다. 강 하류가 바다로 연결되는 하구 지역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곳의 물은 강 상류로 부터 흘러온 강물과 바닷물이 만난다. 염분의 농도가 다른 두 물이 만났을 때 흐름이 달라지고 강물과 함께 이동했던 모래가 가라앉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는 마치 앞서 예를 든 물과 기름이 만나 형성되는 물-기름 경계층을 연상시킨다. 강물과 바닷물이 이루는 경계층에서 강물과 함께 이동했던 모래가 바닥으로 가라앉아 삼각지와 해안에는 백사장이 생긴다. 강물과 바닷물이란 서로 다른 물이 만났다고 볼 수도 있지만 두 물은 많은 유사함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두 물이 만약 자신의 영역만 지키려고 했다면 결코 섞이지 않았고 바다와 맞닿는 강의 하류에 아름다운 삼각지와 백사장이 형성되지 않았을 것이다.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것을 차단하는 예도 있다. 하구언이란 인공시설을 통해 강물과 바닷물은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이 어렵게 된다. 낙동강의 경우, 바닷물이 낙동강 상류로 흘러들어와 강물의 염분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 수돗물 원수의 염분 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장점을 가질 수 있지만 자연스럽게 강과 바다를 오가는 흐름을 막아 수질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생겼다. 낙동강이 가지는 여러 상황이 좋아졌다, 나빠졌다를 판단하기 이전에 존재했던 강물과 바닷물의 경계층이 바뀐 것에 주목하자. 기존 경계층에서 일어난 일들이 사라진 대신 다른 경계층으로 이동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일어났었던 여러 현상과 모습들이 바꿨다. 인공구조물이란 힘이 경계층을 변화시킨 것은 분명하지만 옮겨간 경계층 속에서도 서로 다른 존재가 여전히 만나고 있다. 이를 두고 경계층을 옮겨 버린 힘을 강조할 수도 있지만 옮겨간 경계층에서 여전히 만나고 있는 존재의 관계를 중요하게 다룰 수도 있다. 관점의 차이다.


강력한 지배력을 가진 힘에서 벗어나려면 바로 옆 인접한 존재에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과거 계몽하려는 힘, 현재는 분과 학문을 지배하고 있는 권력형 지식인프라의 극복은 또 다른 힘을 생각해 내기 전에는 거의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이론과 미셀 푸코의 유사성 해석을 믿을 수밖에 없다. 창의적인 길은 바로 옆 동료에서 나의 본질과 닮은 유사를 찾아 내는 것이라 믿는 것이다. 닮은 존재들이 원래 지배 받던 힘에서 벗어나 마음껏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경계층이다. 지배하는 힘 때문에 엄청나게 이동하기만 했었던 존재들이 비로소 속도를 늦추고 제대로 만날 수 있는 경계층에 일반 상대성 이론이 통하는 세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제 발생의 시작 지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분과 학문을 위해 헤어지고 경계 지었던 처음 순간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 나은 존재들로 활동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헤어졌지만 서로의 본질적 특성 중 겹침이 여전히 남아있는 경계층 영역으로라도 회귀해야 한다. 경계층에서만 헤어졌던 분과 학문이 함께 할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다. 일반 상대성 이론과 푸코의 유사성 해석이 이를 지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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