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하나부터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출산장려, 저출산 대책, 지원금 등
출산장려 정책에 대한 에코 페미니즘의 역할
아무리 합리적인 정책이라고 하더라도 숨겨진 차별이 조금이라도 내포될 가능성이 있다면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정책이 아무리 선의로 만들어져도 간과한 부분이 있어 자칫 차별의 근거를 제공한다면 큰 일이지 않은가. 이런 연유로 인구 감소 사회에서 에코 페미니즘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요구되고 있다.
다른 글에서 제안한대로 저출생 사회가 꼭 극복되어야할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저출생 사회의 극복이 꼭 필요하다고 하면서 많은 정책이 만들어져 추진되어야 한다고 대부분의 정당과 정치인이 믿는다면 어쩌겠는가. 그렇게 진행될 수밖에 없다면 최소한 정책 실행의 방향에 있어서 꼭 고려되어야할 점이 있다고 말하고 싶다. 저출생 극복으로 내 놓는 여러 정책들의 차별적인 단어 사용과 의미부터 숙고되어야 한다.
“저출산 대책”, “출산 장려금”이란 단어에 대해 깊이 생각해야 한다. 출산은 생명의 탄생인데 여기에 낮은 탄생과 탄생을 장려한다는 말을 붙이는 것은 인간 생명까지도 경제적인 효율로 보는 차별이라는 것이 명확해져야 한다. 생명 탄생에 대해서 많고 적고 또는 적당하다는 숫자를 따져서는 안된다. 모든 탄생은 존중받아야 하고 부모의 선택이라는 것에는 그 어떤 제약 조건이라도 따를 수 없다. 절대 그런 뜻이 아니라고 하겠지만 ‘저출산’이라는 단어가 사용되는 순간 생명 탄생에 특정 조건과 정책적 이해타산이 붙는다는 것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그 어떤 필요성이 있더라도 정책의 목표가 생명 탄생을 오염시켜서는 안된다. 그 순간 출산을 도구화하게 되며 여성 차별은 필연적으로 수반된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 출산 장려라는 단어 자체의 사용에 대한 민감도를 높여야 한다. 생명 탄생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의 출발이기 때문이다. 그저 여러 정책 단어중 하나일 뿐이고 정책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할지 모르지만 수많은 소통과 의미 전달에 쓰이는 정책 용어이기 때문에 더욱 조심하고 심사숙고해야만 한다. “산모 복지, 양육 환경 개선” 단어 등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고민해서 단어부터 고쳐져야 한다.
정책이 제시하는 “대책, 지원, 혜택”이라는 단어의 의미도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저출생이 문제가 있어 대책을 세운다는 것은 옳지 않다. 문제의 원인을 여성과 젊은 층에게 뒤집어 씌우는 처사다. 그리고 청년층의 선택에 기성세대와 정치권이 한 수 가르치듯 지적하면서 무언가 큰 친절을 배풀듯이 지원하는, 그것도 대부분 돈으로 지원하는 엄청난 차별을 전제하면서 바로 잡듯 조절하겠다는 폭력성을 드러낸다. 안되면 되게 하겠다는 우월성 발상이다. 정책은 조절능력과 통제력을 통해서만 성취해야 하는가? 인구감소가 가져올 사회 문제가 있다면 그 문제들에 집중해서 해결할 정책을 만드는 것이 정치의 책무일텐데 왜 꼭 인간 기본권에 해당되는 출생을 정치적 조절력과 통제력으로 조종하려는 것인지 그 의도와 배경이 전혀 순수하지 않다. 청년층 특히 젊은 여성에게 가하는 압박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사회문제 해결, 경제성장이 우선한다는 어이없는 발상이 만들어낸 엄연한 여성 차별이다. 여기에 자연법이 보장하는 기본 인권까지 흔들릴 수 있는 사안이기에 에코 페미니즘이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