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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Jul 24. 2024

교육현실은 삭은 고무줄을 연상시킨다

패러덕스

삭은 고무줄이 탄성을 회복할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과 사람들이 졸업한 대학 랭킹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역으로 증명해 준다. 대학에서 졸업학점을 다 채워야만 학위가 수여되는 것은 입학한 학생들이 그다지 수강해 배우고 싶은 과목이 없다는 증거다. 오죽 자신이 없으면 반드시 들어야 하는 필수과목과 졸업 조건으로 이수 학점까지 강제하겠는가. 학점을 시종일관 강조하는 교수는 자신이 수업에서 학점의 협박없이는 학생을 열심히 수업에 참여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이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입시를 위한 내신 성적이 아니라면 학생들이 학교 수업에 집중할 수 있을까? 


학교 교육은 무너진 것이 아니라 무너질 것이 아직 남아 있나 의심이 갈 정도의 현실을 겪고 있다. 입시 체계를 장착한 학교 정규 교육 덕분에 그래도 배워야 할 엄청난 지식을 강제로 라도 외우고 수학과 과학 문제해결 기법을 쉼없이 연습했기에 석유 한방울 나지 않는 자원 빈국에서 이만한 경제성장을 이뤄 선진국으로 진입할 수 있었다는 말이 더 이상 설득력을 가지기 힘들어 졌다. 그런 논리는 이미 너무 많이 써 먹어 버렸다. 인공지능이 현실화된 디지털 시대 접어들면서 학교 교육을 통해 전달되는 지식들의 가치가 무색해 질 현실이 코앞에 다가왔다. 그런대도 여전히 입시 제도와 대학의 역할이 사회에서 학교 교육의 기둥으로 유지되는 것은 딱 하나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살짝 입만 대어도 바스락 하고 부숴져 버리는 공갈빵의 모습이 지금의 학교 교육이다. 이제 남은 것은 아무리 문제가 있어도 특정 대학이라는 보증, 종이 뿐이지만 지식을 연마했다는 증명서인 학위, 전문가로서의 성실함을 그나마 증빙해 주는 학점이 그래도 아직 그 어떤 다른 것보다 믿을 수 있다는 믿음이다. 하지만 진실이 확인되면 믿음은 사라진다. 믿음이 없어지면 진리가 성립되지 못한다. 진리를 갖지 못한 대학은 결국 한 줌 재만 남긴채 쓰러질 수 밖에 없다. 이제 교육은 가진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해결할 문제 조차 없다는 것이 밝혀질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 애당초 교육과 학교가 무엇이었는지 오래된 미래로 돌아가야 하는 길만 현실 앞에 놓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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