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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Jul 30. 2024

물질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이었을까, 천재였나?

물질에 가격을 매길 수 있는 기발한 아이디어

봉이 김선달은 사기꾼이었을까, 천재였나?


물질이 지식으로 가려면 잠시 머물러야만 하는 곳이 있는데 이를 대상이라고 한다. 과학에는 연구대상이 있고 예술에서는 오브제라고 한다. 물로 예를 들어보자. 물은 물질인데 수돗물을 만드려면 재료가 되어야 하는데 원래의 물은 사라지고 수돗물 재료로서의 대상만 남게 된다. 물이 수돗물 되는 목적이 정해진 순간, 물이란 물질이 가진 엄청난 가능성은 순식간에 줄어들고 하나의 대상만 남는다. 목적이 있는 대상이 된다는 것은 하나를 얻고 나머지 모두를 잃는 변화이다. 물질이 대상이 되는 순간 지식이 이미 들어가 있다. 수돗물이 된 물, 전기가 된 우라늄은 더 이상 물질로서의 물과 우라늄으로 인식되지 않는데 수돗물과 전기를 생산한 재료 자격만 갖는다. 수돗물과 전기란 대상이 워낙 강렬해서 물질로서의 물과 우라늄의 존재감은 발휘되기 어렵다. 수돗물과 전기로 가는 지식이란 길이 없었다면 여러 갈래 길이 가능했겠지만 강력한 하나의 길이 뚫리면 다른 길은 막혀 버린다. 이렇듯 과학은 물질을 통해 수많은 대상을 만들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만들어 졌고 지식을 기반으로 또 다른 물질이 다른 대상으로 변할 준비를 하고 있다. 물질, 지식, 대상은 계속 순환하는데 이 중 하나만 빠져도 순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물질은 존재하고 지식은 창조하고 대상은 만들어 진다. 세가지 동사 중 지식의 창조가 타동사 성격, 즉, 적극적인 행위를 가장 많이 필요로 한다. 물질은 발견되어지고 대상은 만들어 지는 것과 대비된다.


물이 사람을 만나 대상이 되는 길이 수돗물에만 있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그런데 그 중에서 수돗물이 되기로 결정한 것이다. 수돗물이 되기로 결정된 물은 더 이상 물질이 아니고 대상이 된다고 했다. 그런데 여기서 한가지 발견되는 사실이 있다. 물질일 때의 물은 가치를 논할 수 없으나 수돗물이 되기 위한 재료로서의 물은 대상이기에 가치를 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물값은 물질인 물에 정할 수는 없고 수돗물 원수로서의 대상에만 정할 수 있다. 낙동강물의 가격은 정할 수 없지만 수돗물을 생산하는 정수장에서 가져 가는 낙동강물의 가격이 매겨진다. 대개 톤(1세제곱미터) 당 얼마로 정해지는데 약 100-200원 정도 가격이다. 조선시대 대동강물을 팔아 이익을 챙긴 봉이 김선달이 대동강물을 물질이라고 했다면 사기꾼이요 물에 대상을 입혀 팔았다면 아이디어를 판 천재가 된다. 물과 마찬가지로 매장된 우라늄은 물질이고 원자력 발전소 재료로 쓰이면 대상이 된다. 이로써 물질, 지식, 대상에 가치란 개념이 포함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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