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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Jul 31. 2024

섣부른 의미 타령 말고 자아를 발견하자

자아발견 사회

섣부른 의미 타령하지 말고 자아를 발견하자

자아발견 사회


친구와 약속이 있어 약속장소로 가다 돌부리를 심하게 차 발톱에 피멍이 들도록 다쳤다. 화가 난다. 누가 그곳에 돌을 가져다 둔게 아니라는 걸 뻔이 알지만 그래도 아프니 화가 난다. 마음이 왜 화를 내는지 오리무중이다. 자신이 다혈질인가 생각하기도 한다. 아픈 통증이 좀 사라진 후 근처 약속장소인 카페에 앉았다. 약속한 친구가 오는게 보인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친구도 돌을 차고 말았다. 발은 움켜지듯 주저앉는 것을 보니 많이 아픈가 보다. 그런데 다음 순간 친구는 돌을 들어 길 한쪽 정원에 가져가 치우는 것이 아닌가. 나보다 더 세게 돌을 차 많이 다쳤을 것 같은데 친구는 그다지 화를 내는 것 같지도 않다. 확인해 보니 별 의미없이 그냥 돌을 치웠다고 답한다. 돌을 치워 길을 걷는 사람들이 혹시라도 돌을 찰까 타인을 배려한 행동을 강조하려는게 아니다. 에피소드를 통해 돌을 차고 화를 낸 사람과 반면 돌을 찬 후 치운 사람의 두개의 다른 ‘자아’가 그 길에서 만들어 졌다고 말하고 싶다. 배려가 아닌 자아발견에 방점을 찍어 두고자 한다.


몇년 전부터 여름만 되면 들려오는 얘기가 있다. 올해가 기상관측 이래 가장 더운 날씨라는 말이다. 사람들도 살다 이런 더위는 처음이라고들 말한다. 이런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기후변화 재앙은 현실이 된 것이다. 폭염 경보도 연일 울린다. 자 이제 결심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 사람이 있다. 평생 끌고 다니던 차를 처분한다. 지금 겪고 있는 이 더위는 모두 기후재앙의 결과이고 그 재앙을 가져온데 자신의 차도 기여했다는 믿음 때문이다. 다른 사람도 있다. 가까운 거리는 걷든지 지하철 연결되는 곳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사람인데 이번 기록적인 더위에 웬만하면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차로 이동한다. 이번 에피소드에서도 지구를 걱정하는 사람의 행동과 자신을 더 걱정하는 사람의 행동을 비교하면서 도덕적인 판단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실 그런 판단은 무의미하다. 그런 말에 마음 동할 사람도 없다. 폭염에서 발견하는 서로 다른 자아를 덤덤하게 말하고 싶을 뿐이다.


한가지 에피소드만 더 소개한다. 한바탕 장맛비가 쏟아지고 맑게 개인 날씨에 교정을 걷고 있었다. 앞에 인도인 처럼 보이는 젊은이가 왼손으로 핸드폰을 들어 눈앞에 댄 채 걷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한 모습이 눈에 띄었다. 오른 손에는 신용카드로 보이는 것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조금 걷다 갑자기 허리를 숙여 길에 있는 지렁이를 들어 옆 잔디밭 쪽으로 던진다. 그리고 몇 걸음을 더 가다 또 던진다. 눈은 핸드폰에 가 있지만 꽤 많은 지렁이를 치우면서 길을 잘도 간다. 이 상황은 한 젊은이의 자아를 드러낸다. 섣부른 의미를 담을 생각은 추호도 없다. 담아도 받아줄 사람 없다는 것 모두 다 안다.


올 여름 내가 만난 자아를 잠시 소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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