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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Jul 31. 2024

자아의 몸무게는 저울로는 잴 수 없다

몸이 먼저 움직일 때

자아의 몸무게는 저울로는 잴 수 없다


건물에서 알람소리가 들려온다. 사람들은 별 반응없이 자리에 앉아 하던 일 계속 한다. 그런데 알람소리는 멈추질 않는다. 보통 같으면 알람 소리는 금방 그치고 스피커를 통해 오작동 되었다는 안내가 들려오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번에는 그칠 줄 모른다. 슬슬 불안해 지기 시작한다. 한 두 사람씩 건물을 나가기 시작한다. 웅성거리는 소리도 들린다. 마지 못해 사람들과 함께 건물 밖으로 나온다. 그제야 알람소리는 멎고 사람들은 자리로 복귀한다.


몇년 전 건물 전체가 흔들리는 지진이 감지되고 조금 후 알람소리가 들렸다. 모두 즉시 건물을 빠져 나왔었다. 이후 몇차례의 오작동에도 사람들은 빠르게 건물을 나왔지만 갈수록 반응도 느려지고 이제 알람소리는 곧 오작동이라는 메시지가 되어버린듯 하다


길 돌부리 차고 치우고 유례없는 폭염에 자가용 차 처분하고 비 온 후 지렁이를 살려주는 행동에서 자아를 발견하자고 했었다. 이유는 간단한데 이런 행동에는 의미가 담기기 쉬워 자칫 배려의 아이콘, 선한 사람의 행동, 윤리적 행동 등으로 해석되기 쉽기 때문이다. 이런 배려와 도덕으로 연결되는 공식화된 해석 덕분에 이런 행동이 오히려 따분하게 치부되는 것을 막고 싶었다. 아이러니 하지만 상황을 개인의 자아로 해석하는 것이 서로에게 의미를 찾는 길이다 싶었다. 돌부리, 기후행동, 지렁이의 에피소드와 알람소리 반응은 다르다. 자극이 있으면 특정 행동이 이루어지는 반응과 구조는 비슷하지만 의미의 색깔은 분명 차이가 있다. 돌부리, 기후, 지렁이 상황에서의 행동은 배려가 들어 있지만 알람소리에 건물을 나오는 행동은 위험하다는 경고에 반응해 지시에 따른 것이다. 지시에 따른 행동으로 그 사람의 자아를 파악하긴 어렵다. 억지로 의미를 만든다면 가능이야 하겠지만 적을 수밖에 없다. 상황이 곧 자아라고 하더라도 가벼운 자아와 무거운 자아가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을 확인한다. 자아도 어찌보면 나인 것을 새삼 알게 된다. 순간 순간 상황에 드러나는 무거운 또는 가벼운 자아를 보게 된다. 그러다 갑자기 이런 자아의 몸무게를 잴 수 있는 저울은 없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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