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단 Jul 31. 2024

이상한 나라의 오줌 저울

오줌 누는 자아의 몸무게

이상한 나라의 오줌 저울

오줌 누는 자아의 몸무게


소변 보러 간 화장실에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가끔 있는 일이라 줄 뒤에 서서 기다리는데 사람들 너머 빈 여러 개의 소변대가 보이는게 아닌가. 고장 났나보다 하다가 고장 났다는 아무런 안내가 없어 주춤거리면서도 용기를 내어 줄에서 나와 빈 소변기에서 해결하고 나오는데 줄 서서 소변 보는 사람들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다. 자기 차례가 되자 소변 보기 전에 소변기 옆 QR코드에 핸드폰 앱을 가져다 댄 후 소변을 보는게 아닌가. 줄을 선 젊은이들에게 물어보니 이 소변기에서 오줌을 누면 앱을 통해 적지만 일정 금액이 지불된다는 것이다. 소변 보기 전에 QR을 찍으면 소변기에 장착된 센서로 오줌임을 확인하고 오줌의 양도 유량기로 측정한 후 일정 금액이 지급된다는 말을 듣는다.


그럼 다른 소변기는 왜 돈을 안 주는가? 이도 화장실 밖에 안내가 붙어 있었다. 일정 금액을 앱을 통해 지불하는 소변기를 통해 오줌은 건물 지하의 탱크에 모여 액체 비료(액비)를 만드는 원료로 사용된다는 것이다. 액비는 근처 마켓과 인터넷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일정 기간 마다 정산해서 수익금 일부를 액비 소변기를 사용하는 이용자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오후 늦게 화장실에 갔더니 이번에는 액비 소변기가 비어 있다. 앱을 깔고 QR찍고 소변을 보니 정말 알람이 울려 확인하니 12원이 입금되었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어떨 땐 5원, 또 어떨 땐 20원 가까이 지불될 때도 있다고 한다. 참 좋은 세상이라고 생각한다. 소변 누고 돈까지 받다니 말이다.


잠시 생각해 본다. 액비 소변기에서 소변을 본 나의 행동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 돌부리 치우고 기후재앙에 자가용 처분하고 비오는 날 길거리에 나온 지렁이 살려준 행동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위험을 알리는 알람소리에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행동과는 또 어떻게 다른가? 이런 생각들에 마음이 복잡해 진다. 상황 속 행동에서 자아가 발견된다면 자아도 “나 자신”이기에 자아 몸무게를 측정할 순 없을까 고민했었다. 그런데 액비 소변기에서 소변을 누는 나의 선택이 자아를 가져다 줄지는 여전히 혼란스럽지만 오줌 누는 자아가 만약 있다면 자아의 몸무게는 확실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확인했다. 오줌 누고 생긴 자아는 의미 측정 저울에 올라서고 저울은 돈의 단위로 몸무게를 측정해 준 것이다. 에피소드 속에서 우린 이상한 나라의 저울 하나를 발견한 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아의 몸무게는 저울로는 잴 수 없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