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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Sep 28. 2022

영화 '듄'의 디지털 세계관

가치는 찾기보단 선언하는 것

영화 ‘듄’은 디지털시대 자본주의 세계관을 모래 언덕 사막 속에서 발견되는 가치와 인간의 욕망을 통해 표현했다. 10191년 모래로 뒤덮인 아라키스는 신성한 물질 스파이스가 채굴되는 유일한 행성이다. ‘듄’에는 아라키스 원주민, 우주를 지배하는 가문, 스파이스 채굴권을 두고 경쟁하는 부족들, 그리고, 지혜롭게 평화를 유지하려는 여성 비밀조직도 등장한다.


영화 ‘듄’의 사막 모래는 디지털 세계의 은유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뿐만 아니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모두를 포함한다. 구글, 아마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한국의 네이버, 카카오 등 디지털 거대기업과 가치 생태계를 통해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형성하려는 많은 개인과 소규모 기업은 영화 듄에서 스파이스 채굴권을 두고 경쟁하는 공동체부족인 셈이다.


영화 ‘듄’ 신비의 물질 스파이스는 채굴해야 생산되는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같다. 스파이스는 예지력 등 여러 능력을 가져다 주는 신비로운 가치 물질이지만 인간욕망을 자극하여 이권다툼 전쟁을 일으킨다. 스파이스 채굴을 독점하려는 부족 공동체 모습은 디지털시대 암호화폐도 어느새 점령한 기존 자본주의 거대기업과 자본가들과 닮았다.


영화 ‘듄’의 모래괴물, 샤이 훌루드는 자본주의 경제공황의 메타포다. 모래에서 스파이스를 채굴할 때 발생하는 일정 패턴의 진동을 감지하고 나타나 모든 것을 삼켜 정리한다. 자본주의 하에서 큰 돈을 벌게 해 주는 경제법칙은 복잡하지만 특정 룰이 존재하는데 큰 돈을 벌게도 해 주지만 이에 탐닉하면 자기 꾀에 넘어가듯 자본을 향한 욕망에 스스로 무너진다. 팬데믹 위기 속에서도 돈으로 흥했던 세계가 지금 경제불황이란 늪의 공격을 받고 있는 것과 같다. 스파이스를 채굴하는 효율적인 방법은 과학적이지만 어쩔 수 없이 일으키는 일정하게 반복되는 진동을 모래괴물은 감지한다. 자본을 향한 욕망을 집어 삼켜 처리하는 경제불황, 공황과 같은 존재가 바로 샤이 훌루드이다. 샤이 훌루드는 아라키스 행성 원주민 프로멘어로 사막의 노인인데 괴물인 동시에 욕망을 정리해 잠재우는 노인의 지혜를 상징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로 만들어진 여러 기상 불균형, 비정상적인 현상을 거대한 태풍은 집어삼키는 것을 연상시킨다. 세계를 좌지우지하는 자본의 논리는 승리한듯 보이지만 세상은 그렇게 녹록치 않아 엄청난 힘으로 조절한다.


영화 ‘듄’의 베네 게세리트 여성비밀조직은 디지털 자본주의 세계에서 어떤 존재에 해당될까? 특정 조직 또는 공동체가 아니라 디지털 시대 소통을 통해 가치를 형성하는 대중이 아닌가 한다. 대중은 물리적으로 약해 늘 당하는듯 보이지만 거대한 시대 물결을 만드는 주체다. 자연이라고 이름 붙일 수밖에 없는 생태의 생명법칙은, 때로는 남성성으로 많은 가치를 개발하고 또 파괴시킬 듯 하다가도 어느새 온화한 바다가 되어 모든 것을 품고 탄생시키는, 대중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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