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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Oct 06. 2022

1982 개봉 ‘블레이드 러너’가 예측한 2019

코로나와 디지털시대 희망을 예언하다

리들리 스콧이 감독하고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는 미국에서 1982년 개봉됐지만 혹평을 받았고 같은 해 개봉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ET에 밀려 거의 주목받지 못했다.


‘블레이드 러너’는 2019년 환경오염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스모그가 짙게 덮힌 미국 LA가 무대다. 오염된 지구를 탈출해 새로운 행성에 정착한 인류의 노예와 인간노동을 대신하기 위해 생산된 복제인간 넥서스6 모델이 유토피아를 탈출해 디스토피아 지구로 잡입하는데 이를 찾아 제거하는 임무를 맡은 비밀경찰 블레이드 러너가 해리슨 포드다.


개봉당시 흥행에 참패하고 비평가의 혹평을 받았던 ‘블레이드 러너’가 시간이 지날 수록 오히려 주목받는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리들리 스콧이라는 걸출한 명감독의 작품이라는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영화의 무대였던 2019년이 다가올 수록 영화 속 세계를 닮아가는 현실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해지는 기후재앙, 생명공학 유전자 기술과 인공지능을 장착한 복제인간은 갈수록 현실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영화 속에서 체스를 두는 복제인간의 압도적인 능력이 나오는데, 이후 1997년 현실에서도 인공지능이 체스 챔피언을 이기게 된다. 영화의 개봉이 1982년 이니까 15년 전에 인간의 체스능력이 인공지능에 뒤질 것이라 예언한 것이다. 2016년에는 바둑마저 인공지능에게 무너졌다.


‘블레이드 러너’의 압권은 영화의 무대인 2019년 년도 자체이다. 팬데믹의 주범 코로나 바이러스가 발생한 해이다. 소독기술이 발달하여 더 이상 인간에게 위협이 되지 않을듯 보였던 바이러스가 코로나 COVID19가 되어 2019년 돌아왔다. ‘블레이드 러너’에서 행성에서 지구로 돌아온 넥서스6 복제인간을 떠올리게 된다. 우연이지만 섬뜩하다. 또 한가지 우연의 일치도 있다. 넥서스6의 수명이 4년인데 지금 코로나 발병 감소 추세로 볼 때 코로나 수명이 4년이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블레이드 러너’의 예언은 그치지 않고 이어진다. 지구로 돌아온 넥서스6 무리 중 리더는 복제인간을 만든 회사 CEO인 천재 과학자, 즉, 그들의 창조주를 살해한다. 하지만 동료들을 죽이고 자신까지 죽이려 했던 블레이드 러너 해리슨 포드의 목숨을 구해준다. 과거를 지우고 권력은 없애고 대신 미래를 새롭게 여는 ‘블레이드 러너’가 가진 희망의 예언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깊은 여운과 함께 수수께끼와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유일하게 생존한 넥서스6 복제인간 여성 레이첼과 그녀와 사랑에 빠진 해리슨 포드는 함께 길을 떠난다. 복제인간 창조주는 살해되어 레이첼은 고아가 되었고, 해리슨 포드도 약속의 땅 행성으로 이주하지 못해 버림받았기에 지구에 남겨진 고아인 셈이다. 복제인간 여성과 인간 남성이 누구도 창조하지 않은 세상을 찾아 길을 함께 떠나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남녀 사랑은 희망의 메시지다. 새로운 생명을 예고하기 때문이다. 반전을 암시한다. 새 생명을 잉태할 여성이 생명과학과 인공지능기술이 창조한 복제인간이라는 점이다. 인류의 희망은 이제 인간의 손을 떠났다고 영화는 천명한다. 디지털 세상 속에서 인류 희망인 새로운 생명이 잉태되고 있다는 메시지가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예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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