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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Oct 18. 2022

멀티버스: 액션배우 vs 연기파 배우? 양자경

에버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天馬行空

한 순간 100가지 힘과 재능을 한 곳에 모두 사용하면 천재가, 100을 100곳에 사용하면 평범한 사람이 된다. 천재나 평범한 사람 모두 100가지 힘과 재능을 가진 것은 동일하다. 100가지 힘과 재능을 100개의 바램에 배분할 때 가능한 모든 조합을 한 사람 존재의 ‘멀티버스’라고 한다.


100가지 힘과 재능을 수십개 또는 100개의 바램들에 분산시킨 캐릭터로 살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재능이 하찮다고 부모와 하늘을 원망한다. 온갖 것들에 재능과 에너지를 낭비하고는 실패 원인을 자신의 밖으로 돌린다.


‘에버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영화 첫장면의 양자경은 1980년대 영화 스크린을 휘어잡던 액션배우가 아니다. 무대도 홍콩이 아니라 미국인데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세금탈루 조사를 받고 남편은 이혼을 요구하며 딸과 갈등한다. 우리의 주인공은 도저히 풀릴 것 같지 않은 문제들을 풀 수 있을까? 아니면 모든 것이 부질없다고 포기해 버릴까?


양자경은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100가지 힘과 재능이 100가지 바램으로 선택되는 상황과 상황이 만든 결과를 마치 선택되지 않았던 인생을 보듯 시공을 초월한다. 무한대 조합 ‘멀티버스 선택하면서 때론 엄청난 무술을 뽐내기도 하고, 자신이 사랑했던 연인인 지금의 남편, 아버지, 딸을 다른 모습의 자신으로 만난다. 그러면서 지금의 모습 또한 자신이 선택했고 선택하지 않은 멀티버스  다른 캐릭터와 다르지 않음을 알게 된다.


엉켜있던 문제는 사실 자신이 선택한 바램이었음을 깨닫는 순간 더 이상 문제일 수 없었다. 100개가 100곳에 나누어 선택된 순간들일 뿐이다. 재능의 모든 것(에버리씽)이 모든 곳(에버리웨어)에 선택되어 존재했던 순간이 이제 나이든 양자경의 인생일 뿐인 셈이다.


영화의 클라이맥스는 인생이란 멀티버스에 불과하다는 걸 이해해도 풀리지 않는 딸과의 갈등이다. 딸도 엄마의 진심을 알지만 그래도 모든 것은 부질없다고 울부짖고는 자신마저 놓아버리려 한다. 영화에서는 절벽에 자신의 몸과 마음을 던지는 장면으로 표현된다.


자신이 가진 100의 모든 것을 양자경은 이번에는 딸을 위해 절벽 아래로 던져버리는 선택을 한다. 100가지 힘과 재능도 딸의 슬픔 앞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인생에서 한번도 한적 없었던 선택을 한다. 100을 버리는 것이다. 100을 1에 집중하는 천재도 이룰 수 없는 것은 다름 아닌 100을 빈 공간 속으로 던지는 용기였던 것이다.


에브리씽(100가지)은 에브리웨어(100가지 바램)에 올 앳 원스, 한꺼번에 갈 수 있을 때 엄청난 힘을 발휘하지만, 영화의 한자 제목 天馬行空은 영화는 다르게 말하고 있었다. 아무런 바램 없는듯 보이는 빈 공간(空) 속을 하늘의 말(天馬)이 달릴 때 그것이 우리 본래 모습이라고. 지금 바로 옆의 존재들과 함께 한 그 순간만이 아무것도 선택할 것도 바랄 것도 없는 행복이었던 것이다. 멀티버스의 숨겨진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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