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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피자”를 바꿔달라고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하여

여행은 기대를 수집하는 것이다

by 강하단

해외 여행 중 특히 스페인 남부 지역에서 피자를 주문하면 엄청나게 짠 피자를 먹게된다. 관광객이 흔하지 않은 지역의 레스토랑이라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짜다. 그러면 결심해야 한다.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으니 덜 짜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든지, 그냥 참고 먹어야 한다.


덜 짜게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손님의 권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역의 음식은 대개 짜다. 한국인도 나름 짜게 먹는다고 하지만 짠 정도가 한국 음식의 수준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는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자. 외국인이 한국에서 된장, 김치같은 음식을 먹고 짜고 맵다고 하면 우린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게 덜 짜고 덜 맵게 요리할 수도 있지만 대개는 한국의 음식을 있는 그대로 맛보며 경험하길 권하기도 한다. 덜 짜게 된장을, 덜 맵게 김치를 요리해서 달라고 하면 어쩌면 황당해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을 고려해서 스페인 남부 지역에 가서 짠 피자 그냥 먹었다.


여행의 목적에는 그런 부분도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피자를 주문했을 때 기대하는 것은 맛있는 한끼의 식사이기도 하지만 그 지역을 맛보는 것이기도 하다.


다른 이유도 있는데, 그들이 아니라 나의 입장에서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그건 지극히 사회적인 배경을 가진다. 그 지역 나름대로 그들이 갖는 “음식 구조”에서 나의 행위가 갖는 의미를 너무 크게 잡지 않는 것이 여행자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관광객이 거의 없는 지역의 레스토랑에서 정성껏 요리한 피자를 재주문하는 요청을 받은 레스토랑이 어떤 개선을 가져오게 될지 여행자는 고민해야 한다. 또한 짠 피자를 그냥 먹어야 하는 것은, 여행자 입장에서도 나름 논리를 충분히 갖는다. 나의 기대에 대한 것이다. 내 입맛에 맞는 한끼 식사를 해결하는 기대 보다 자신들의 피자를 맛있게 먹는 동양인의 모습을 보는 레스토랑 요리사의 만족을 기대해 보는거다.


물론 내가 짠 맛을 참고 먹는다고해서 스페인 요리사가 만족할 것이라는 기대는 나만의 착각일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그렇게 기대했다는 것이다. 여행은 그런 우연의 기대를 주섬주섬 담아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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