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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가리고 아웅식 윤리

그럴듯 한 개념들

by 강하단

에너지와 물 같은 자원을 마음껏 쓰면서도 공공을 위해 노력한다는 생색까지 낼 수 있다면 일거양득이다. 윤리적이란 평가까지 받을 수 있으니 금상첨화다. 지속가능성, 절약, 그리고 책임의 3가지 윤리관이 그것이다.


자원을 조달하고 사용하는 방법에 대해 공신력있는 기관에서 “지속가능성”을 보증하기라도 하면 믿음이 간다. UN 기후변화 대응 전략에도 지속가능성이란 개념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읽어보면 그럴듯 하고 신뢰가 간다. 하지만 20여년 이상 쭉 사용되어온 탓에 사람들은 단어에 익숙하다 못해 식상해지고 이제 그 믿음도 시들해진다. 정작 지속가능성이란 목표 아래서 실질적인 성과가 있기는 한가라는 의심도 서서히 든다. 지속가능한 방법만 사용하면 어느 정도는 마음껏 사용해도 된다는 면죄부를 받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두번째 윤리관인 “절약”도 알고보면 지속가능성 못지 않다. 우린 어쩌면 절약만 하면 뭐든 이용할 수 있다는 일종의 무사 통과 허가증을 받은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대표적인 예로 절수형 수세식 변기를 들 수 있다. 수세식 변기를 대신할 수 있는 획기적인 방법과 관련 기술의 대안을 구상하는 대신 물을 절약하는 것으로 모든 대안을 잠재워버리기 때문이다. 아껴쓰면 모든게 용서된다는 식 말이다.


세번째는 책임이란 윤리관이다. 설사 피해가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면 되지 않냐는 논리다. 이또한 반박하기 쉽지 않다. 책임지겠다는데 별 달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이 또한 그냥 쓰겠다는, 이용하겠다는 의지인 욕망이 크게 담겨 있다. 그리고 결과가 발생하고 나면 책임질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 하천, 바다, 토양을 오염시키고 난 후 어떻게 책임지겠다는건지 모르겠다. 부담금, 벌칙금을 법에 따라 내면 모든 윤리적 책임을 다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런 오만은 과연 어떤 판단에서 내려질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해진다.


그러니 눈 가리고 아웅식 지속가능성, 절약, 책임 윤리관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단어들을 무의식적으로라도 습관처럼 쓰지 않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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