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윤리학 색은 블랙
악마는 ‘악’을 물리친다는 면에서 악당과는 격이 다르며,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악령과는 본질이 다르다. 그러니 악당은 악마의 윤리학으로 물리치지만 악령은 도덕적 선으로 맞설 수밖에 없다.
악은 선이 물리친다는 진리가 된 믿음을 우리 사회는 갖고 있다. 이는 큰 착각이다. 비록 정의란 이름의 조직과 집단이 악을 물리치는듯 보이지만 실상은 정의란 이름만 가졌을 뿐 조직과 집단의 행동대원들이 역시 ‘악’으로 악을 물리치는 것이다. 조직과 집단이 악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행동대원들이 악을 물리칠 때마다 정의로 포장된 조직과 집단의 권력은 커진다.
악마는 악을 제거하기 위해 악을 저지른다는 것을 감추지 않는 면에서 악마는 솔직하다. 악을 물리치고 얻는 권력을 깨끗하게 포기한다. 악마의 윤리학은 그래서 투명하기 까지 하다. 역사 속 국가폭력이 얼마나 잔혹했는지 경험했지만 그 누구도 폭력의 악을 응징하지 않았다. 정의로 포장된 정부의 사과만 메아리 칠 뿐이었다.
악령은 내면에서 싹튼다. 악령이 선하지 못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악하게 행동으로 드러날 때 악당이 출현하는데 폭력집단일 뿐이다. 악마의 윤리학 속 악마와는 격이 다르게 저급하다. 제주, 광주, 부마에서 우린 악령이 만든 악당과 국가 폭력을 목격했다. 그리고, 지금 푸틴이란 괴물 악당을 만나고 있다. 이들의 악을 저지하고 응징하는 행동이 있다면 이는 악마의 윤리학 속 악마일 것이다.
영화 블랙아담(2022) 테스 아담은 악마다. 악령이 만든 악당들을 법으로 심판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냥 죽여 응징한다. 악을 제거하는 악이 되길 주저하지 않는 악마의 윤리학을 아담은 갖는다. 악마의 윤리학에 핍박받는 민중은 영웅의 등장에 환호를 보낸다. 반면 정의의 사도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가 아담의 행동을 저지하려 하는 것은 악을 악으로 보복하는 것도 여전히 악마이기 때문일 것이다. 즉, 악마의 윤리학에 동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정의가 결국 손을 잡는 것은 악마이지 악당일 수는 없다. 악마 테스 아담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의 이름은 ‘블랙 아담’으로 바꾼다. 검은 색 악마의 윤리학을 강의하는 한편의 영웅 세계관 영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