쟁취할 노동 없는 세상을 위한 애도
가치와 가치의 기준 없는 시대를 살아낼 자신이 있는가? “돈으로 필요한 것 사서 살면 되죠!” “질문을 잘못 이해하셨군요, 또는 제가 질문을 잘못 드렸을 수도 있구요. 혼란드려 죄송합니다. 다시 질문 드릴게요. 선생님이 벌고 받으셔서 갖고 계신 돈의 가치 기준이 없는 시대를 견뎌낼 자신이 있으신지요?” “무슨 사회주의 같은 질문을 하세요? 돈을 지켜낼 가치는 당연히 있죠” “아, 네…”
화폐는 시장에서 교환하는 도구이고 자본은 투자한 돈과 상품의 교환없이 투자수익으로 거둔 돈이다. 그러기에 화폐의 가치는 상품에 있어 교환을 통해 드러나지만 자본의 가치는 돈 자체에 있다 하겠다. 노동의 댓가인 임금을 화폐 또는 자본이라 하지 않는다. 대신 돈을 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부동산 임대사업자도 돈을 번다. 노동과 부동산의 가치가 돈을 벌게 한 것이다.
화폐로 사는, 돈으로 사는, 또는 자본으로 사는 삶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화폐는 넓은 범위에서 돈이기는 하지만, 화폐로만 살고자 한다면 상품에 가치를 담아 가치 교환 속에서 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상품의 가치와는 거리가 있는 돈이 삶의 영역으로 확장되는 것을 거북하게 느끼는 것이다. 노동과 부동산 임대로 벌어들인 돈은 화폐가 되어 시장을 통해 생필품과 기타 상품을 얻게 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교환의 가치를 통해 삶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돈의 가치가 상품으로 연결된 것이다. 자본은 교환의 가치, 노동과 부동산의 가치를 훌쩍 건너뛰어 직접 돈의 가치로 연결해 버린다. 자본이란 돈이 화폐가 되어 생필품과 상품을 구매하지만 상품의 가치를 교환하는 것도 노동과 부동산의 가치로 사는 것도 아니다. 오직 자본의 가치만 중요해진다.
노동, 부동산, 자본의 가치도 중요하지만 경제의 근저에는 상품가치를 교환하는 시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시장없는 노동, 부동산, 자본은 무의미하다.
자본은 노동이 발생하는 기업과 임대소득이 생기는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다. 즉, 기업과 부동산은 자본이 좌지우지 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시장이니 자본이 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자본주의가 자유 시장을 강조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본으로 조절하기 힘든 것은 자본, 노동, 부동산도 아닌 시장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만약 사회주의자라면 사회를 위해 어느 부분에 중점을 두겠는가? 사회주의는 “국가가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보장하는 이데올로기”다. 자본주의는 자본이란 기본 무기가 있지만 사회주의는 그런 면에서 가진게 없다. 그래서 국가란 권력을 무기 삼을수 밖에 없다. 국가는 강력한 정부를 통해 자본, 노동임금, 부동산 임대수익으로부터 세금을 거둬 정책을 통해 시장의 정의를 지키려 노력한다. 세금을 화폐라고 하지 않으니, 자본주의, 사회주의 모두 돈과 시장에 방점을 찍는 면에서 유사하다.
공산주의 이데올로기는 완벽한 계획경제, 공유, 배급을 이상으로 여겨 화폐없는 세계를 지향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 시장을 위한 화폐와 노동임금까지는 허락한다. 하지만 부동산임대 소득과 자본시장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 점에서 사회주의와는 전혀 다른 이데올로기다.
자동화 산업시대, 데이터 시대가 가져올 풍요 사회가 예상대로 노동임금을 지워버린다면 시장-노동-부동산-자본의 연결망에서 노동이 빠지게 된다. 극소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로 지탱하는 사회가 다가온다. 생각과 이성이 있다면 그리고 불안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있다면 자동화, 데이터 시대 이데올로기가 어디로 가게 될지 자명하다. 70억 인구에 수십명 자본가로 이루어지는 자본주의가 당신은 상상되는가? 국가의 힘으로도 어찌해볼 도리 없다. 그래도 여전히 상상하고 싶다면 그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노예주의 정도 일 것이다.
디지털 시대 자동화사회, 데이터 사회의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빠른 미래에 만들지 못한다면 인류 역사상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슬픈 이데올로기 시대를 면하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