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곱씹어 보다

한국 대학 내 영어가 만드는 메타포 지식

by 강하단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한 때 반대 했었다. 그렇다고 지금 찬성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영어로 강의하는 것이 처음 교육적 의도와는 다른 결과를 지식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모험에 가까운 교육 분야의 시도가 예상치 못했던 전혀 다른 차원의 모험이었기 때문이다.


2005년으로 기억한다. 광주로 녹색평론의 김종철선생님을 학과 세미나에 어렵게 초청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과의 행정 선생님이 강의를 영어로 하시겠냐고 여쭤보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김종철선생님은 강의를 취소하겠다면서 화를 내셨다. 선생님께 학교의 규칙상 모든 강의를 원칙적으로는 영어로 해야 하고 학교의 적지 않은 학생이 외국인이라 여쭤본 것이라고 해명을 드리고 모실 수 있었다. 한국인이 학국인에게 강의를 하면서 영어를 사용하는 웃지 못할 일이 그때도 지금도 특성화대학인 과학기술원은 물론이고 국내 다른 대학에서도 실제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대학 입장에서는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국제화에 발맞춘다는 의도를 가진다. 국내 학생들이 영어 강의에 익숙해지고 외국학생들이 국내 대학으로 유학을 오는 것을 유도하는 목적도 있다.


국내 대학에서 영어로 강의한지도 20년 이상이 지났다. 학생들이 영어 강의에 익숙해 진 것은 분명하고 절대적 실력이 늘었다고는 하기 힘들지만 국제학술회의에서의 발표와 토론에 확실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학생 뿐만이 아니다. 영어로 강의하는 교수들도 학생들 못지않게 아니 오히려 더 큰 영어강의와 토론 측면에서 향상 되었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교수를 포함해서 한국인이 대부분인 랩의 미팅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도 이제 특별한 일은 아니게 되었다.


영어로 강의하면서 생긴 어려움도 분명 있다. 강의를 제대로 이해하기 못하겠다는 학생들도 있고 제대로 전달하기 힘들다는 교수들의 불만도 적지않다.


영어로 강의하는 것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른 많은 기회에서 이미 분석되고 토론되었을 것이다. 전혀 다른 측면을 보고자 한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이 소통할 때 생기는 메타포가 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싶다. 한국인 교수와 한국인 학생 간에 예를 들면 ‘개념’ 또는 ‘concept’이라는 단어, ‘정체성’ 또는 ‘identity’ 단어, ‘담론’ 또는 ‘discourse’ 단어를 말했을 때 각각 생기는 의미가 전혀 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글 단어에 해당되는 영어 단어를 사용했다고 해서 동일한 의미가 전달되고 이해되는 것은 아니다. 영어로 생각하는 정도는 아니겠지만 영어를 빌어 생각하게 된다. 기술과 전공 과목과 연구의 경우에는 대상이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니 받아들이는 의미 차이가 적을 수 있지만 일반 생활 또는 인문학 교양 과목에서 다루어지는 단어의 경우에는 사람에 따라서 큰 차이를 갖게 되고 이를 기반으로 상황을 이해한다. 단어가 만드는 메타포가 다른 개념으로 이어져, 전혀 다른 지식이 생기는 현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평가할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의 교육 결과의 귀결이다.


영어로 강의하는 것은 한글 단어에 대응하는 영어 단어가 가져오는 예기치 못했던 메타포를 통해 다른 차원의 지식이 형성되는 한국대학의 교육 현장이다. 이런 결과는 처음 영어로 강의하는 것을 시도했던 정부와 대학이 의도한 것이 아니었다. 이는 번역과 통역 분야에서 일찍이 경험하지 새로운 차원의 메타포가 가져오는 신개념 지식 영역이 탄생했다고 판단한다.


모국어 아닌 영어로 한국인이 소통하는 대학교육 현장에서 순간의 메타포는 예상치 못했고 의도치 않았지만 분명 다른 차원의 지식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고 있다. “담론”이란 말 대신 “Discourse”란 단어를 특정 상황에서 얘기했을 때 영어로 강의하는 순간 학생들의 마음 속에 생기는 지식은 예상하지 못했던 우리 사회 문화적 자산일 수 있다는 믿음도 가져 본다. 정부 정책 측면에서 영어로 강의하는 교육을 평가 위주의 성과로 볼 수도 있지만 다른 차원에서 생성되는 독특한 성격의 지식일 수 있다. 영어로 강의하는 대학교육이 우리 사회 문화 형성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고 어떤 지식과 대학 문화를 만들고 있는지 해석할 가치는 최소한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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