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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천사람 Aug 27. 2021

마케터의 일기 #1 - [이미지를 심다]

(2020.7.7 의 기록)

퇴근길에 쓰게 
마케터의 일기   번째.

글을 쓰기까지 고민이 정말 정말 많았어요.
시중에 나와 있는, 마케터들이 쓰는 책은
개괄적인 내용 덩어리인 데다가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되는 건데?’
싶은 의문만 많이 남았었거든요.

그래서  그대로 마케팅 관련 업무 노하우보다는,
제가 보고 듣고 사고 쓰는 모든 것들 중에서
마케팅과 연관이 깊은 소재들을 모아
일기 형태로 정리해 보려 합니다.


입고 신는 것


글로벌 브랜드 스투시의 티셔츠.
한국에 ‘서울’ 챕터가 오픈했을 때 구매한 티에요.
카시나에서 이 것 저 것 때려 박아 3만 원 정도에
구매했었는데, 요즘 인기가 좋더군요.



저는 비싼 티셔츠를 사지 않습니다.
열이 많은 체질이라 세탁을 자주 하거든요.
트리플 에이(AAA)의 4천 원 짜리 무지 티만 입다가
스투시 티셔츠를 3만 원에 사려니까 손 떨렸어요.
그런데 뭣하러 굳이 샀을까요.



그 건 스투시가 주는 이미지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의 서울 진출 기념 한정’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었기에 구매했죠.



그레고리(GREGORY)의 구형 로고 데이팩도
같은 이유에서였습니다.


가방류에 예민하고, 꼼꼼한 편인 저에게 있어
그레고리 데이팩은 불편한 원통형 가방입니다.
그런데 왜 구매했을까요?

아마 제가 동경하는 사람들이 메던
도시 감성 물씬 나는 아웃도어 맨’의 상징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구형 로고가 주는 매력도 무시하지 못하죠.
(결국 신로고도 구형의 재해석이지만 말이죠)



사진은 2013년의 제 방입니다.
책상/침대 밑에 있는 것만 꺼내도 저 정도였고,
베란다 붙박이장 안에는 더 많이 있었어요.
대청소하다가 어머니께 등짝 맞았..

아무튼, 중요한 건
이미지의 각인이 이렇게나 무섭다는 겁니다.

좋다, 쿨하다 싶은 생각이 한 번 들면
반복적인 재구매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슈프림은 워낙 사례 분석이 많으니 패스할게요.



개인 브랜딩의 시대에 살고 있기에
열심히 저를 알리고, 각인시키는 활동을 했었어요.
지금도 그렇지만요.


창작의 고통이 따르기는 하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었죠.



한국 스트릿 씬에서는 이 만한 브랜드가 없죠.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개하는 제품이나
이어가는 행보로는 네버댓을 절대 깔 수 없습니다.

급식 브랜드 소리를 듣는 이유는
그만큼 많은 이들이 인정했다는 의미인 동시에
접근성이 굉장히 좋다는 뜻이 되겠죠.



제가 고등학생 때 접했던 BA의 느낌과 조금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몇 년 전 리트로 된 트루 블루(위저드) OG.
히어로의 신발은 광풍이 불었죠.

나이키가 리트로를 하는 것에 불만은 없습니다.
그만큼 사람들의 기억 속에 오래 남아 있는 것을
재생산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리마스터링 등의 이름으로 착화 실루엣을
보정하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죠.



유명한 짤이죠.
같은 제품군이더라도 타깃 별 마케팅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한눈에 보여주는 조크인 듯합니다.

(요즘엔 LVC 입는 분들이 이성에게 인기 많아요)


먹는 것


2016-2018.
부산에서 2년을 보냈습니다.
부산은 돼지국밥/밀면이 현지 음식 같은데,
사실 부산은 떡볶이의 성지입니다.


들를 때마다 시간 내서 꼭 가는 신가네가
제 원픽입니다.



무를 시원하게 썰어서 국물을 내요.
속 아플 일 없이 걸쭉하게 매운데,
양념을 다 먹어도 속이 편-안 합니다.
글 쓰는데 침 고이네요.

이 시장통까지 찾아 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곳입니다.



영등포로 가볼까요.
쇠 냄새나는 이 골목까지
전 연령대의 사람을 끌어당기는 집이 있습니다.


대한옥의 꼬리찜이 주인공이죠.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찾게 만드는 힘.
음식에는 그 힘이 담겨 있습니다.



부산에서 처음 접했던 ‘나마 초코 라떼’ 입니다.
각종 초콜릿을 칼로 썰어서 올려주는 라떼에요.

정말 달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스트레스 풀리는 맛이었어요.


커피 쪽은 유독 마케팅에 예민한 듯합니다.
개인 카페들이 잘 되면 가장 좋겠지만,
저마다 특색을 가지고 브랜딩을 해 나가는 카페도
정말 많습니다.

요즘은 잡화점 같아서 자주 가지 않지만,
2-3년 전의 프릳츠를 정말 좋아했어요.



부산에서는 들러야 하는 곳.
월드 챔피언의 커피 ‘모모스 커피’입니다.

부산 사는 동안 가장 많이 간 카페인데,
정성 들여 내려 주시는 드립 커피가 참 좋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도 제 첫 문단에서와 같이
‘월드 챔피언의 커피’라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남아 있습니다.

제 머릿속에 아주 또렷하게 말이죠.


불편함을 감수하다


저는 러닝을 참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러닝 크루에도 관심이 많고,
국내 크루 PRRC(Private Road Running Club)
활동을 해보는 것이 목표예요.

주말 아침부터 저를 움직이게 만든 건,
이 크루에서 발매한 수건이었습니다.
국내 기업 송월타월의 제품을 베이스로 만들어
품질 좋은 운동 수건이 됐습니다.

군 시절 금쪽같은 휴가 중에도
주말 아침의 불편함을 감수하게 만든 제품이죠.



그렇게 감수하다 보면,
어떤 조합이 완성됩니다.

수납공간 분리 없는 원통형 가방과
보기에는 예쁘지만 정말 무겁고 불편한 신발.
(나머지는 다 좋아해요)

왜 사람들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걸까요?



불편함에는 감성이 묻어 있습니다.
그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기도 하죠.

끌어내서 성공하면 리트로, 뉴트로로 정리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다시 추억거리 가 되죠.

아버지께서 전역 후 구매하신 미놀타 카메라를
다시 써보려 꺼내니 필름값이 비싸더군요.

그래도 열심히 사용해 볼 생각입니다.
디지털 사진은 필름을 대체할 수가 없거든요.


정보의 범람 : 걸러 듣기


유일하게 정기 구독도 했었던 잡지.
매거진 B입니다. 

매월 1개의 브랜드를 선정해서
정말 심도 있게 다루는 매거진이죠.



요즘은 정보를 얻을 곳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그만큼 잘못된 정보를 접하기도 쉽다는 거죠.

매거진은 1차적으로 검증된 정보를 다룹니다.
어느 정도 걸러 들을 수 있다는 거죠.
잘못된 정보를 접할 위험을 줄이고,
정보를 디깅 하는 시간을 단축시켜 주는 것.

이 기능 때문에 저는 다양한 매거진들과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의도치 못한 고급 지식을 얻기도 하죠.



이런 습관 때문인지
전역 후 첫 프로젝트에서도 좋은 성과가 있었어요.
주관처 담당자분들께서 모두 모이신 자리였는데,
훌륭한 팀원들 덕분에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이 얘길 갑자기 왜 하는가 하면,
그만큼 ‘한 번 걸러진’ 정보만 전하고자 하거든요.

실무는 이론과 다른 것들이 정말 많고,
본인이 우주의 ㅈ밥 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끼는
순간들이 많습니다.

그 모든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된 이야기를
앞으로 담아 볼게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일과

사람들 간의 이야기.

천천히, 더 열심히 기록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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