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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호면 Sep 19. 2018

구월십구일 물음

네 컷 그림의 비하인드 스토리 

네 컷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는?


*뉴욕에서 그린 일러스트


뉴욕에 3개월 모아둔 돈을 전부 쏟아붓고 
대출받고 해서 무작정 여행을 다녀왔다 
말이 안 통하는데 그림으로 슥슥 
그려서 보여주니까 이해하더라  

-


어쩌면 그것이 계기가 되었을지도...

*감정을 짧고 간결하게 표현


처음에는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를 
그려내는 데 사용했던 작은 메모장 같은 
의미로 쓰게 되었다


기승전결을 그림으로 확인하기에 글 
메모보다는 보기에 더 편했다


그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네 컷 그림을 그리던 중 
어떤 동호회 모임에 나갔는데 일러스트 그린다는 
사람들이 내 아이디어 노트였던 네 컷 그림을 
공모전 용이라느니 인기가 없다느니 한국에선 
안된다느니 조롱하는 듯한 말투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다


-


난 자존심이 굉장히 세다


-


그 동호회는 다신 나가지 않았다 
난 더 이 네 컷 그림에 집중하기 시작했고 
아이디어만 도출하려고 했던 그림 메모에 
내 생각을 담아내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네 컷 그림으로 이루어진 만화들을 
많이 보게 되었는데 더 욕심을 부려서 대사가 없는 
만화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하게 되었다


*영화를 그림으로 옮겨놓은 당시의 작품 - 영화 러브레터


이것은 난독증이 있는 사람들 혹은 만화가 글 같은 의미 혹은
전달의 용도로 사용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여행을 가서 인스타그램을 하기 시작했기에 해외에 있는 
사람들도 언어가 같지 않아도 그림만 보고 얼추 이야기를 
상상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


그렇게 2년


-


2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렸다
처음에는 하루에 4개씩 그렸다

*정말 더럽(the luv)게 많이 그렸다

그러다가 아이디어가 고갈되는 느낌이 심해지고 
날림으로 그리는 느낌이 들어서 3개로 바꾸었다


그러다 2개가 되고 결국은 한 개에 더 집중하자는 
쪽으로 결론이 났는데 네 컷 그림을 한 개씩 그리는 
것도 직장을 다니면서 그리려니 힘이 들더라


다음 날 그림을 못 그릴 것 같으면 
새벽같이 출근해서 2개를 그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미친 것 같은 집착이었다


-


힘들었던 시절


-


동생이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2년 동안 그리던 
네 컷 그림을 도저히 그릴 수가 없었다

*힘들었던 시절의 4컷만화

머릿속에 죽음밖에 떠오르는 단어가 없었다


그 뒤에 몇 개 더 그렸는데 잠깐 놓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러스트와 단편만화를 그리는 데에 
더 집중했다. 헤어 나오는 데에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


퇴사와 출간


-


회사를 전전하다 보니 
영상회사, 에이전시, 광고대행사를 
거쳐 어느새 간판회사까지 가 있더라


*광고대행사를 다니던 시절 비딩용 디자인 작업물들


전부 그렇지는 않겠지만 내가 겪었던 회사의 경우 
간판 견적은 있는데 디자인 견적이 없었다


디자이너인 나는 도저히 견디지 못해서 그만두었다


당시에 출간 계획이 잡혀 퇴사를 하게 되었는데 
그만두기를 잘 했다고 생각한다


*무려 캐리커쳐 이벤트도 했다


그렇게 2018년 3월 첫 도서가 출간되었다
원태연 작가님은 원래 팬이었기에 더 감정적으로 
집중했다.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부끄러운 건 
어떤 작업이던 어쩔 수 없다


-


돈은 벌어야 했지만


-


3월에 출간을 위해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난 후 
우연찮게 이런저런 일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거의 다 프로모션 관련된 디자인이나 브로슈어 혹은 
웹툰 관련이었는데 하고 나면 돈을 벌었지만 왠지 
허무함을 지울 수 없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외주를 하고 있습니다 
광고주님들 사랑합니다)


*그나마 최근에 작업한 도서 딸과 헤어지는 중입니다


책 작업은 좀처럼 그렇게 많이 들어오지는 않았다
출판업계는 힘들었고 나는 아직 먹고살 만큼 
유명하지 않았다


-


시와 닮아 있었다


-


내가 꾸준히 해 왔던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니 
2년 동안 인스타그램에 그려왔던 네 컷 그림들이 있었다
거의 한 번도 그림에 대해 나의 생각이라던지 
글이라던지 풀어낼 기회가 없었다


이게 여기서 멈추기에는 너무 아까운 거다


네 컷 만화는 기타 웹툰과는 다르게 
은유와 비유가 만화의 내용 전부일 때가 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내 그림은 시와 닮아 있었다


*이전 그림과 현재 연재중인 그림


만남과 헤어짐 그리고 연인과의 감정이 
주로 많았기에 먼지 쌓인 네 컷 그림을 꺼내었다


대신 조금 작았던 사이즈를 더 크게 그리고 
없었던 주인공을 만들었다


지금은 각 그림들에 맞는 생각을 글과 함께 그려내고 있다


다시 시작했다


다시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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