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정숙 개인전, “내 마음의 노래(Song of my heart)”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층 전관, 2025 1/22(수)~1/27(월)
서양화가 차정숙은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층에서 2025년 1/22(수)부터 1/27(월)까지 “내 마음의 노래”라는 주제로 개인전을 열었다. 특히 200호 크기의 작품들 그리고 100호 크기의 작품 5개를 하나로 연결한 작품으로 한쪽 벽면을 채우는 등 대작들이 주를 이루며 갤러리 2층 전관에 전시되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이미지가 순수하면서도 강렬하고 나아가 신비스런 분위기가 어우러져 깊은 인상을 주고 있었다.
전시의 주제가 “내 마음의 노래”인데, 이렇게 강렬하고 환상적인 힘을 담은 그의 노래와 그 원천은 무엇일지 매우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비교적 다양한 색을 선택하여 작품을 그려내면서도 작품마다에는 색의 절제를 의식하는 듯하였고, 또한 작품의 모티브Motive이며 주제의식의 단초가 되는 세상의 대상들은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정겹고 향수어린 것들이라 할 수 있었지만, 매우 특별하고 색다른 감성을 물씬 풍겨주고 있다.
차정숙 작가가 작정을(?) 하고 준비한 듯한 이번 전시는 전시한 작품의 크기나 개수 뿐 아니라 “내 마음의 노래”라는 주제가 주는 뉘앙스nuance를 넘어서는 강렬하면서도 의도적인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우선 전시장 입구를 들어서게 되면 오른쪽에는 주황, 분홍, 연녹, 빨강, 진청색 등 5색을 10호 크기의 캔버스 4개에 각각 동일하게 그려서 수평으로 나열하고 이를 하나의 작품으로 묶은 대형 작품이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또 다른 쪽에는 200호 크기의 온통 청색으로 그려낸 작품이 걸려있다. 일단 크기로 주목을 끌만 하지만, 작품을 자세히 관찰하면, 그 그림들은 수많은 점을 찍어 칠한 작품이라는 것에 더욱 놀라게 된다. 점의 개수를 셀 수 있다면 그 수는 몇 개나 될 것인가? 그 점을 찍어 작품을 완성해 낸 작가조차 자신이 몇 개의 점을 찍었는지 확인할 수조차 없을 것이다. 차정숙 작가의 작품들은 거의 대부분을 이런 식으로 그려내었다. 그리고 작품들의 주제는 “내 마음의 노래”라고 한다. 작품은 주제를 담아내는 도구이고 그릇이라고 한다면, 결국 작가는 이런 작품을 통하여 자신의 “노래”, 또는 자신의 “메시지”를 표현하고 담아내고자 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점”은 조형요소의 기본단위이면서 실재하지 않는 개념요소로 구분하고 있다. 점이 모여 선을 이루고, 면이 되어 대상을 화폭에 드러나도록 시각적 현상을 만들어 내려 한다. 작가들이 대개의 경우 작품을 형태와 색채, 그리고 구도를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완성하는데 비하여, 이를 보다 세분하여 분석적이면서 실재하지 않는 개념요소인 점으로 시각적 재현을 해내려 한 의도는 무엇인가 하는 마음속 질문을 해본다. 결국은 그의 마음에 담긴 셀 수조차 없는 수많은 인자(因子)들을 떠올리면서 그것들을 제대로 다루어보겠다는 강한(?) 결심의 소산이 아닌가 하고 필자는 생각해 보았다.
차정숙 작가는 “자연과 고향은 내게 큰 영감과 원천이다. 자연은 끊임없는 창조적인 자극을 제공하고, 고향의 풍경은 특별한 감정과 향수를 안겨준다.”고 작가노트에 쓰고 있는데, 따라서 이번 전시작품들은 이런 의도를 담아내는 작업의 결과물들일 것이다. 곧 이 작품들에는 “자연”과 “고향”으로부터 비롯된 작가의 창조적 원천과 나아가 그 연원(淵源)을 찾아 더욱 깊숙이 자신의 내밀한 세계로의 여정이 담겨있을 것이라 생각해 본다.
그가 선택한 고향과 자연에 관련된 대상은 누구에게나 익숙하고, 또 마음에 간직하고 있을 친근하면서 주변적인 것들이며, 삶에 있어 구체적인 단서들이다. 하늘, 땅, 바다, 산, 숲, 나무, 언덕 그리고 자연에서 늘 함께 하였던, 계절에 따라, 시간에 따라 달라지거나 다르게 보였던 빛과 색채와 형체들, 그것들을 자기만의 의식(意識)으로 또는 무의식으로 재현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차정숙 작가는 고향과 자연에 관련된 물성(物性)의 대상들로부터 작품의 영감이나 동기를 발로(發露)하여 자신의 내면 깊숙이 내재된 감성과 영성(靈性)이 담긴 상상력을 극대화하여 표상하려 하고 있다.
니체(Nietzsche)는 “예술은 삶에서의 보다 높은 과업과 진정한 형이상학적 활동을 표상하는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I am convinced that art represents the higher task and the truly metaphysical activity of this life)” 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예술작품이 무엇인가를 표상한다는 생각은 곧 무엇에 대한 진리를 나타내려 한다는 믿음과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하여 오래전 철학자 박이문 교수는 자신의 책 『예술철학』에서 “예술작품은 우연적인 자연현상이 결코 아니며 언제나 그 예술가에 의해 의도적으로 계획되고 만들어지며, 예술작품의 제작 의도는 항상 어떤 객관적 대상이나 아니면 어떤 생각, 느낌이라는 심리상태를 나타내는데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예술가든 반드시 무언인가를 보이려고, 또는 나타내려고 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차정숙 작가는 자신의 고향과 생애동안 보고 겪은 자연으로부터 받은 감성적 자극에 반응하는 마음의 동요를 자신의 마음(그릇)에 담아 탐구하듯 어우르고자 하였으며, 그것들을 표상하고자 한 것이다. 따라서 이번 전시작품들은 차 작가가 자신의 예술적 영감과 상상력을 결합하여 자신이 의도한 무언가를 보여주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차정숙의 “내 마음의 노래”는 작가의 마음으로부터 나오는 노래이며, 자신의 고향과 자연으로부터, 나아가 그 연원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라는 유추를 해본다면, 우선 작가 차정숙의 마음을 이해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마음”이란 무엇인가? “마음”은 우리가 흔히 알 수 있는 바로 그 “마음(mind)”일 것이다. 그러나 보다 개념적으로 마음을 살펴본다면, “마음”이란 사람의 내면에서 성품 · 감정 · 의사 · 의지를 포함하는 주체로서, 지각하고 사유하고 추론하고 판단하며 자신을 통제하는 역할을 한다. 또한 좁은 의미로는 육신에 상대되는 지각능력을 중심으로 인식되기도 하고, 넓은 의미로는 우주와 마음을 일치시키는 유심론적(唯心論的: 우주의 본체를 정신적인 것으로 보며 물질적 현상도 정신적인 것의 발현이라는 이론) 세계관으로서의 마음 개념이 있다. 따라서 “마음”을 반드시 정의 내릴 필요는 없다고 해도 마음의 확장성이나 본질의 어느 측면을 고려한다면 일상과는 다른 “마음”으로 부터의 노래임을 예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맥락으로 차정숙 작가의 “내 마음의 노래”는 그저 고향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탐닉하는 관점을 넘어 보다 깊은 관찰과 분석적인 의도를 가진 것일 수도 있다. 따라서 작가가 시각적으로 재현한 “마음의 노래”는 보다 깊은 통찰과 의식의 교감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요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의 작품들은 이런 관점에서 보면 매우 보편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표현의 시그널signal이 작품마다 존재하고, 그것들이 때론 여러 color로 칠해지기도 하지만 공통적인 형태와 기호적인 메시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 작가는 자신의 내면에 깊이 내재한 세계에의 접근을 시도하면서 이를 표상하려 하고 있는데, 그것들은 곧 생명과 그 연원에 대한 탐구와 경외감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의 구도는 그것이 바다이건 산이나 언덕이건 표면과 그 내부를 지나 바닥에 이르는 단층(斷層)의 너른 폭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 사이에서 생명의 원천들이 무리를 지으려 하거나, 또는 집단으로 몰려 존재하고 있음을 시각화한다. 그의 작품에서 보여 지는 점들은 싹의 뿌리와도 같이 묘사한 ‘생명의 씨앗’들이 성장하여 생성한 존재이거나 상징적인 완성체일 것이다. 이것은 사람과 사물 모두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생명의식이 배여 있는 것이며, 이것은 모든 자연에 공통적인 현상이므로 그의 작품들에는 대부분 일정하게 이런 시각적 표현이 나타나고 있다.
한편 차 작가는 모든 대상의 깊이를 상징적으로 묘사한다. 이는 “심연(深淵)”을 의미한다. 곧 연원의 깊이를 대신하는 의미이다. 따라서 쉽게 다가가거나 도달하기는 어려우며, 그만큼 신비하고 순결한 것들이다. 이런 바탕의 속뜻을 이해하게 되면 그 표면에 드러나거나 눈에 익숙한 모든 대상들 역시 본래에는 순결한 원천이었으며, 따라서 세상의 모든 대상들은 이런 내재된 성질을 가진 것이었음을 확인하고자 하는 것이다.
차정숙 작가의 작품들이 가진 일정한 프레임Frame이 있다면, 그것은 겉으로 드러난 표면과 심연 끝의 바닥과 그 사이를 채우는 두꺼운 중심 층의 구조로 짜여 져 있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층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의 터전, 자연의 대지에 생명이 존재한다. 물론 인간과 자연 속 온갖 생명체가 공존하는 곳이다. 그곳에 우리의 고향이 있고, 이는 곧 우리의 자연인 것이다. 이 속에 살아가는 우리와 모든 생명이 겪는 삶의 원리, 또는 아름다운 질서와 조화를 우리는 경험하거나 함께하면서 살아간다. 이런 삶의 원리 속에서 차정숙 작가는 새삼 자신이 겪어내는 삶의 희노애락(喜怒哀樂)을 느끼면서 그 깊은 원리를 스스로 탐구하고자 한 것이다. 그 모티브Motive는 그의 고향으로부터 비롯되었지만, 이는 인간의 삶에 부여된 깊고 심오한 내적 탐구과정을 통하여 재구성되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차정숙 작가의 이번 전시는 매우 확대된 시야를 통해 깊고 내밀한 탐구와 더불어 자신이 터득한 심층적 구조를 자신의 미학적 이해와 채색으로 자신의 예술적 의도를 완성하고자 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의 분석적인 탐구와 깊은 사색을 통해 심오한 원리를 비교적 단순화한 구조로 재구성하여 자신만의 채색으로 자신의 예술을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이해한 자연의 생기(生氣)로부터의 다양한 영감과 즐거움을 주는 활발한 작동(作動)을 셀 수 없는 점들을 통하여 마치 영적인 생명의 씨앗들이 살아 움직이는 동작으로 표현하여 삶의 아름다움을 느끼고, 행복한 기대를 꿈꾸도록 자극하려는 의도는 작가가 그림을 바라보는 독자들을 위한 편안한 선물과도 같은 메시지라 할 것이다.
차정숙의 "내 마음의 노래"는 오랜 기억을 찾아가는 회귀(回歸)의 여정이었으며 시공간을 넘어서는 연원(淵源)에의 탐구라 할 수 있었다. 그가 가진 기억의 단초(端初)는 고향을 비롯하여 연결되는 이승에서의 구체적인 것으로 부터이지만, 그것의 확장은 언제인지 모를 멀고 오랜 시간과 공간의 바닥으로부터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마음의 크기는 깊이와 비례하며, 마음의 그릇은 상상력의 크기와 비례함수인 듯이 시각적으로 드러난 표상은 현실의 것들, 즉 바다 하늘 땅 나무 그리고 빛으로 재현되지만, 차 작가는 의식과 무의식을 넘어 창조의 근원으로까지 연결된 먼 곳을 지향하고 있는 듯하였다.(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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