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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세상엿보기1.

“에이비스(AVIS)”의 2등 전략

by 강화석


한때 "1등만 기억하는 *러운 세상"이라며 세태를 비판하는 듯한 뉘앙스(nuance)의 메시지로 시청자들의 인기를 끌고 즐거움을 주었던 코미디프로가 있었다. 실제로 시청자들은 세상이 그러한 것에 공감하기도 하였겠으나, 한편으론 마냥 즐거워하기도 그런, '웃픈' 프로라고 해야 할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누구나 1등의 위치를 선망한다. 그 자리가 차지하는 상징성뿐 아니라 그로인한 혜택(?)이 무한할 정도로 크기에, 누구나 1등이 되고자 하는 기대목표는 당연시 되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하니 대놓고 1등을 부각하고 그를 달성해야 하는 명제로 삼는 경우는 늘 있어왔다.

따라서 자본주의 경제의 꽃이라 할 광고에서도 이것은 기본중의 기본에 해당하는 목표요 주제라고 할 수 있다. 광고와 마케팅에서는 심지어 1등이 아니면 소용이 없다고까지 강조하니 세상에 그 숱한 사람, 제품들이 모두 1등이 되고자 애를 쓰게 되고, 경쟁이 보다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이렇듯 험난한 경쟁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는 1등이 될 수 없는 인간세상의 숙명이 벅차기도 한 것이다.

예전에 모 백화점에서 ‘1등주의’를 강조하는 광고로 주목을 받은 바 있었다. 자신의 시장 주도적 경쟁에서 확고한 1위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려는 목적이 있는 광고캠페인이었는데, 누군가는 광고 전략에 동의하며 필요하고 적절하다고 했겠지만, 누군가는 모순된 세상의 논리와 편파에 씁쓰레한 반응을 보이기도 하였을 것이다. 이처럼 시장경쟁전략은 냉정하다 못해 냉혹하다. 시장에서의 마케팅경쟁을 총성 없는 전쟁이라고 까지 하는데, 경쟁에서 밀리거나 실패하게 되는 경우, 그 결과는 참혹하기까지 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무슨 수를 쓰든 1위가 되고자 하고 승자가 되려 한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 ‘자신은 1등이 아닌, 2등이라고 강조하는’ 광고가 있었다.


“우리는 2등입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합니다.(We are number two. Therefore, we work harder)”


이른바 ‘2등 전략’의 광고 컨셉트(concept)로, 무명의 브랜드를 실제로 2위로 만들어 버리고 브랜드의 가치를 제대로 높인 성공적인 광고캠페인 사례였다.

avis 광고(수정).png

렌터카(Rent-a-car) 브랜드 "에이비스(Avis)"는 당시 시장 지위력에 있어 미미한 정도의 위치에 있었다. 시장점유율 2~3%를 차지하며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2위는 고사하고 5~6위 정도에도 끼지 못하는 브랜드였으나, 이 광고 덕으로 실제 1위 브랜드인 “허츠(Herts)”를 위협하는 강력한 2위 브랜드가 되었다.

이때 소비자들은 이 광고를 보고 1위 허츠(Hertz) 렌터카 이외에 순위 의미가 없던 렌터카 업체 중 에이비스를 2위라고 인식하는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가 나타나게 되었으며, 실제로 에이비스가 이 No.2 전략을 사용한지 2개월 만에 허츠의 M/S는 70퍼센트에서 45퍼센트까지 떨어졌고 매년 적자에 시달리던 에이비스는 매출이 향상되는 성공을 이루게 되었다. 그리고 ‘에이비스는 열심히 한다. 서비스가 좋다’는 긍정적인 이미지까지 얻을 수 있었으며, 나아가 업계에 대한 관심유발 뿐 아니라 시장규모의 확장에 기여하며 렌터카 시장가치를 확대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1위와 2위 군에 속하는 브랜드들의 각성과 브랜드파워(Brand power)를 다지도록 하는 자극을 줄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AVIS의 2위 전략은 1위가 아닌 2위를 지향하며, 스스로 뿐 아니라 경쟁브랜드들 조차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장 전체가 확대되고 견고한 기반을 다질 수 있도록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선순환의 효과를 가져왔고, 나만 잘 되겠다는 승자독식의 1위 전략이라 할 '윈-루즈(win-lose)게임'이 아닌, 공생을 전제로 한 '윈-윈(win-win)게임'의 효과까지 발생시킨 것이니, 이 캠페인이 무려 60년도 더 지난 과거에 실시되었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따라서 성공법칙은 시대를 초월하여 시장이나 세상에 통한다는 것을 확인시킨 경우라고 하겠다.

다행히 오늘날의 마케팅은 과거와는 다른 패러다임(paradigm)을 제안하고 있는 중이다. 시간이 흐르니 알게 된 덕인가? 함께 힘을 합쳐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트렌드(trend)를 창출하거나 모색하면서 모두에게 유용한 생태계를 조성하여 함께 잘 살아가려는 상생전략의 의미를 알게 되었으니 한편 다행이라 하겠다.

이런 사례를 통해 혹시 소비자들은 자신의 지위를 낮추거나 양보하면서 스스로의 위치를 알고 행동하는 겸양의 미덕을 지켜보고 있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미 인류의 내면에 흐르는 선한 마인드에 대한 관심에 그동안 소홀히 했기에 미처 몰랐던 엄연한 사실이었을까?(실제로 그런 일을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한편으로 광고의 “진정성”을 고려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전혀 상관없는 기대는 아닐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라고 하며 온갖 신기술과 신문명 앞에 위협 받기도 하는 인간의 성정(性情)을 새삼 돌아보게 하는 지난 시절의 광고캠페인에서 슬쩍 오늘을 돌아보게 된다. 이 또한 온고지신(溫故知新)에 해당하는 경우라 하겠다.



https://www.abcn.kr/news/articleView.html?idxno=8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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