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A.I.”와 “대화형 AI 챗봇”
요즈음 ‘챗GPT’나 ‘제미나이(GEMINI)’와 같은 인공지능 쳇봇(ChatBot)을 사용해본 사람들의 놀라움을 자주 접하게 된다. 3년 전(2022년11월) “오픈 에이아이(Open AI)”사가 개발한 “챗GPT”가 세상에 첫 선을 보인이래, 이미 대화형 인공지능 기술을 탑재한 수많은 ‘생성형 AI기반 챗봇’들이 등장해 있는 중이다. text, 음성, 이미지 등으로 사람과 유사한 응답을 생성하는 이 챗봇들의 능력은 그간 인간의 사고수준이나 한계를 넘어설 만한 놀라운 아웃풋output을 내놓고 있으니, 경이로운 반응이 새삼스럽지는 않을 법하다.
벌써 오래전이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 구상한 영화였지만, 제작 직전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이 이어받아 제작 감독하여 완성한 영화 “에이아이(AI)”를 본 것은 2000년대 초반이었다. 2001년 개봉되었으니, 아마 그 무렵이었을 것인데, 당시는 ‘Y2K신드롬’의 공포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무사히(?) 지나왔고, 전 세계가 디지털환경으로의 전환에 따른 닷컴기업 창업열풍이 주춤해 가던 때였다. 당시 그 영화를 ‘SF’장르의 예상 가능한 스토리를 가진 오락공상과학영화쯤으로 여기면서도 흥미와 기대 속에서 보았던 기억이 난다.
영화 속 주인공 “데이비드”는 감정을 가진 ‘인공지능 동반자로봇’이었다. ‘데이비드’는 ‘스윈튼과 모니카’부부의 아들 “마틴”을 위해 입양되었는데, ‘마틴’은 불치병이 걸린 상태에서 치료약이 개발될 때까지 냉동된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마틴을 똑같이 닮게 제작한 로봇 ‘데이비드’는 ‘마틴’을 대신하는 아들의 역할을 하게 되는 셈이었다.
인간을 사랑하도록 프로그래밍(programming)되어 있는 인공지능 로봇 ‘데이비드’는 인간엄마 ‘모니카’를 사랑하며 인간사회에 적응해 나가던 중, 아들 ‘마틴’이 기적적으로 되살아나서 집으로 돌아오게 되고, 인간과 로봇 아이 간에 존재하는 차별로 인하여 함께 지낼 수 없게 되자 숲속에 버려지게 된다. 그러나 데이비드는 여전히 인간엄마를 그리워하며, 나아가 아들로서 인정받을 뿐 아니라 사랑받기를 원했다. 이를 실현하려는 데이비드는 갖은 어려움을 겪어내게 되는데, 결국 세월이 수없이 흘러 인간들이 살던 곳이 빙하가 녹아 물에 잠겨 모든 것이 사라진 뒤에도 포기하지 않고 인간엄마로부터 사랑을 확인받고 싶은 갈망을 간직하고 있었다. 마침내 죽은 엄마를 잠깐이라도 살려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자, 이를 통해 하루 동안이지만 꿈에 그리던 엄마의 품에서 함께 잠들게 된다는 스토리의 영화였다. 이 영화에는 인공지능 로봇 관련 다양한 문제의식들이 시대를 앞서서 논제로 등장하지만 이는 거론하지 않기로 한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 중의 연상이미지/Gemini 제작
대략 20여 년 전의 이 영화를 볼 당시만 해도,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먼 미래의 <SF영화>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각인되었으리라 생각할 수 있지만, 놀랍게도 이런 일이 점점 더 현실화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지능 챗봇의 등장이 불과 3년여 지난 지금, 어느 일간지의 최근 기사를 보니 인공지능(AI) 개발 속도와 수준이 놀랄 만치 진척되고 있고, 심지어 인간에게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하여 벌써부터 인간사회에 <AI>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어 걱정거리가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테면 올바르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할 <AI>가 사용자의 반응을 보며 정확성보다는 사용자의 믿음이나 기대에 일치하도록 응답을 조정하며 틀린 대답도 버젓이 하기도 하는데, 이른바 사용자에 ‘아첨하는’ <AI>가 증가하는가 하면, 사용자의 정서를 속박하면서 사용자의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기거나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하여 실제로 <AI>와 소통하던 중에 사용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발생하였다는 신문기사도 있다. 이렇게 사용자의 기분을 맞춰주는 <AI>에 길들여지는 경우, 사람간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에서 요구되는 이해, 공감, 인내 등을 배울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므로 실제 사회생활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예상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챗봇의 등장만으로도 대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현재의 AI Boom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면서 수많은 대중들의 호기심 수준뿐 아니라, 생활속 패턴이나 환경조건까지 변화를 가져올 위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중이다. 이를 통해 벌써부터 인간 지능을 대체하면서 표절을 조장하거나 오보(誤報)를 확산하는 잠재력에 대한 우려를 금치 못하는 현상이 비일비재해지고 있다.
불과 8년 전 “알파고(AlphaGo)”라는 <AI>바둑 프로그램과 당시 인간 세계챔피언인
최고의 바둑고수 「이세돌」 9단과의 바둑 대국은 세계인의 관심을 끈 세기의 대결이었다. 실제 대국 전까지만 해도 「알파고(AlphaGo)」가 인간을, 그리고 「이세돌」 9단 조차도 자신을 이길 수 없을 것으로 예상하거나 자신하였었지만, 결과는 세계인들을 충격에 빠지게 하였다. 가장 인간적인, 창의적이고 예측하기 어려운 바둑에서 아무리 수퍼컴퓨터를 수백대 연결(TPU와 NVIDIA GPU를 이용한 병렬연결)하여 만들어낸 프로그램이라 해도 인간을 상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대부분 예상하고 기대하였었다. 「알파고(AlphaGo)」를 만든 구글Deep Mind의 CEO 「허사비스」조차도 인류가 최초로 달에 착륙한 일과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스스로 경탄할 정도였다. 5전 대국 중에 4번째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불계승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었지만, 참패에 해당하는 결과에 대해 인간들은 놀라움과 함께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알파고 포비아(AlphaGo phobia)”라는 현실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후 8년이 지난 지금, 4차산업혁명을 이끄는 대표적 기술인 <AI>에 대해서는 다양한 영역에서 비약적인 발전성과들이 드러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생활에 압박과 영향을 주는 <AI>관련 소식들도 자주 거론되는데, 인간을 이해하고 위로하고 나아가 아첨하는 <AI>가 등장하고, 인간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등 인간의 심리에 악 영향을 끼치거나 인간의 감정을 조절하는 <AI>가 생활 속으로 침투해 들어오는 등, 20여 년 전의 영화에서 벌어질 일들이 실제 인간 생활 속에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추세로 본다면 예상보다 빨리 확산할 수도 있을 것이며, 예상하지 못했던 우려스러운 일조차 더불어 발생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것은 인간이 의도하고 기대하던 과업과도 같은 일이며 굳이 부정적인 측면만을 주목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아무튼 변화의 속도가 빠른 것과 아직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미래의 일에 대하여 불안감이 있다고 해도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된 일이다. 또한 인간이 추구하는 과학의 발달과정에서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분야 중 하나이기도 하고, 이 모든 결과들은 스스로 원하고 자초한 일이니 감당해야 할 일인 것이다.
다만 누군가는 이를 주도하며 혁신과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일에 준비가 덜 되어 있거나 변화에 대한 두려움조차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어느 순간 놀랍게 달라진 현실에서 자신의 역할이나 정체성에 혼란을 가져 오거나 그간 익숙했던 생활방식에 대한 적응이나 변화에의 적용 등에서 뒤처지는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없을 것이다. 따라서 세상을 바라보는 발상의 전환이나 환경 변화에 대한 적절한 관심과 대응이 요구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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