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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굿즈 Jul 05. 2022

입도-제주도 옆 작은 섬에 도착하다

도착날

2014년 3월의 어느 날

드디어 우도에 도착하였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여 성산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약 한 시간가량 이동하여 우도 가는 배를 타고 우도에 도착을 한 것입니다. 서울 집에서 우도 레지던시까지 하루 종일 걸렸던 것 같습니다. 일 년을 살 작정을 하고 짐을 챙겼으니 짐도 꽤 있었습니다. 문제는 우도에 도착한 후에 대중교통편이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도착만 하면 어떻게든 될 것이라는 막무가내 같은 마음으로 입도한 것이었습니다. 


양손과 등에 짐을 이고 지고, 비까지 오는데 항구에 도착했으나 저를 맞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어떻게든 숙소까지 가야 했습니다. 두리번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저쪽에 골프장 카트 같은 장비 위에 한 아저씨가 계셨습니다. 아 저분께 부탁을 드려봐야겠다. 짐을 끌고 최대한 불쌍하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하려는데 아저씨께서 어디 가냐고 타라고 하시며 숙소까지 바래다주셨습니다. 사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 아저씨의 레이더망에 제가 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왠 짐을 잔뜩 든 아가씨가 비도 오는데 어쩔 줄 모르고 있는 것을 보시고 단순한 관광객이 아닐 것 같다고 생각하셨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저씨의 호의로 무사히 레지던스에 도착할 수 있었고 이고 지고 온 짐들을 풀 수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숙소에 도착을 하였고 저녁으로는 레지던스의 다른 작가님께서 쪄놓으신 감자를 먹었습니다. 첫 끼니 감자... 

저녁때 여는 식당도 없었고 가지고 온 식량도 당연히 없었는데 아마도 먼저 와 계신 작가님이 저를 생각해서 쪄놓으셨던 게 아니었나 합니다. 그때는 그걸 몰랐어요. 먹을게 감자뿐이구나...라고 생각했던 것이지요. 

그 추웠던 봄날 바다 건너온 저에게 감자의 온기가 지금의 제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그림 강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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