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었지만 살아있는 화가
짧은 시간 안에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소품 그리기를 했다. 내 화장품들을 그려보는 것이다. 예쁜 용기와 그래픽 패키지는 이미 예뻐서 인지 그림도 예쁘게 나왔다. 소품을 그렸으니 어떤 내 이야기를 해볼까 이번엔 글쓰기 차례이다. 주제가 딱히 떠오르지 않아서 고민하던 차에 친구에게 조언을 구했더니 갑자기 고흐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보내주었다. 뜬금없이 고흐라... 그렇지만 영상은 무척 감동적이었고 나는 고흐에 대해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나도 좋아하는 작가가 고흐인데 그의 생애는 후대로 가면서 점점 더 드라마틱해져 가는 것 같다. 그는 살아서 어떤 삶을 살았기에 후대에 이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주는 걸까.
내가 예전에 읽었던 내용을 토대로 그를 그려보자면 그는 똑똑한 유럽인 중의 한 사람이었다. 네덜란드인인 그는 모국어, 영어, 독일어, 프랑스어를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그가 태어나기 한 해 전 그의 어머니는 이미 아이를 잃었다. 그 우울한 기운이 다음 해에 태어난 아이와 그의 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를 광인으로 인식하는 이유는 그가 미친 듯이 그림을 그린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실제로 그는 정신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었다. 실제 생활에서는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향한 사랑과 갈망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남들과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안되지만 그것을 갈구하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일반적인 사람들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일반인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그것이 부족한 사람들이 왜 저런 행동을 하고 이해하지 못할 일을 하는지 잘 모른다.
좋아하는 여자에게 괴팍하게 굴고 이해 못 할 행동을 하는 등의 일과 귀를 자른 일화는 유명하다. 실제로 내 주위에 그런 사람이 있다고 생각해 보라. 가까이하고 싶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직업으로 그림을 그렸고 많은 작품들을 남겼다. 그렇게 괴로운 일상 속에서도 직업적인 소임을 다한 것이다. 생전에 작품을 못 팔았지만 자기 할 일을 한 것이다. 여기서 쿠사마 야요이작가가 언뜻 떠오르는데 그녀도 시야에 점이 보이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상상해 보면 일상생활에서도 매일같이 점이 모든 사물에 보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작업을 남겼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마도 나는 감히 이런 점을 본받아야 하지 싶다. 그가 자살을 한건 병으로 인한 것이었으리라고 상상해 본다. 내가 한때 사랑했던 작가 빈센트 반 고흐
오랜만에 떠올리며 당신을 만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