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효숙 Jul 19. 2024

,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셀러던트

 7. 서울역 유실물 센터                


 나이가 들면서 자주 손을 놓게 되고 무언가를 자주 잃어버리곤 한다.

지난해 6월에 러시아 여행 귀국길 공항에서 손가방을 분실했다가 겨우 찾았었는데, 얼마 전에는 손목시계 원판을 잃어버렸다.  

    

 교회 고등부 교사로 활동했던 분들과 함께 포항으로 1박 2일 여행을 떠났을 때이다. 포항은 작은 도시로 생각했는데 도착해서 보니 문화 관광지라서 볼거리가 많은 도시 었다. 특히 구룡포에 있는 일본인 가옥 거리가 인상적이었다. 가옥 거리는 1883년 조선과 일본이 체결한 `조일 통상장정` 이후 일본인이 조선으로 와서 살았던 곳으로 현재는 일본인 가옥 거리`에 가옥 몇 채만 남아있다. 그중` 후로 사또야` 일본 가옥은 내부형태 그대로 보존되어 찻집과 음식점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또 호미곶 해맞이 광장에는 호미곶 상생의 손, 오른손이 있는 바다와 새천년 기념관이 세워져 있어 볼거리가 풍부했다. 


  6명 일행은 우리를 초청해 주신 목사님 교회를 방문했는데 점심을 사모님들이 준비하셨다. 감사했다. 25년 전에 목사, 선교사, 권사 5명이 중국 선교 여행을 같이 갔었다. 추억을 회상하고 선교지에서 예배를 보기 위해 준비했던 물품을 잃어버리고 위험했던 일들을 생각하면서 즐겁게 지냈다.   

   

 목사님은 교회를 설립할 때 많은 어려움과 가슴이 아픈 일들이 너무나 많아 좌절할 때, 주저앉아 포기하려고도 했었다고 한다. 그동안 헌신과 희생으로 살아오신 삶의 여정과 가슴이 아픈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순수함과 봉사하는 삶의 아름다움으로 그들의 60대를 채워 나가고 있었다. 떠나는 길에 문화 관광지에 구경도 시켜주셨고, 유명한 맛, 집에 들러 물 회, 매운탕, 냉면으로 후하게 대접받았다.

   

우리 일행은 도시 한가운데에 수로가 있는 아름다운 숙소에 머무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는 바다를 보면서 여유롭게 자전거를 타거나 산책하기 좋은 곳이다. 또 강 하구의 물길이 본격적으로 바다와 만나는 길목에 포항 운하 관이 높다랗게 서 있어 장관이었는데 아쉬운 마음으로 떠나올 수밖에 없었다. 

   

 서울역에 도착한 후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왔는데 그때 손목시계 원판이 빠졌나 보다. 그 시계는 고희를 맞아 결혼 후 처음으로 사들인 명품 시계였다. 이틀이 지나 동창회 모임을 가기 위해 시계를 꺼내 보니 시계 줄만 있고, 구찌 시계 알맹이는 없지 않은가, 그 알맹이는 10원짜리 동전만 한 크기로 회전되는 시계 알이었다. 서울역 유실물 센터에 전화하면서 제품에 모양과 크기, 색깔을 설명했는데 그런 물건이 맡겨진 적이 없다고 했다. 백화점에 알아보니 그 시계 알맹이는 현재 외국에서도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 하니 암담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몇 시간 후에 유실물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실버 색상의 줄이 없는 시계 원판을 찾았다고 한다. 서울역 유실물 센터로 달려갔더니 회색 유니폼을 입은 여직원들과 남자 직원들이 5명 정도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 주었고, 내 신원을 확인 후에 비닐종이에 쌓인 시계 원판을 건네주었다. 그들은 나의 간절한 부탁 전화를 받고 나서 미화원들과 직원들을 총동원하여 빗자루로 내가 타고 올라온 엘리베이터 부근을 꼼꼼하게 쓸었다고 한다.     

 이것은 기적이다! 너무나 감사해서 식사비를 드렸더니 절대로 받을 수 없다고 하시면서 자기네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하셨다. 

    

 서울역에 내리면 우리는 고향을 잊는다. 옷깃 스쳐도 이름을 모르는 사람들뿐이고, 저마다 깊은 생각을 안고 가는 힘겨운 도시인들에게는 다가와 위로를 건네주고 무릎을 내어줄 여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역 유실물 센터의 직원분들은 그들의 직분 이상의 봉사를 기꺼이 자처했고 이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그들의 진심 어린 선한 봉사는 나에게 신뢰의 행복을 나눠줬다. 나는 작은 마음이 모여 세상을 바꾸는 선한 영향력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부족하지만, 누군가의 따뜻한 마음과 선한 봉사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그 어떤 말보다도 깊은 침묵과 미소로 응원하고 싶다.  

   

     , 세월은 오늘이 어제 되고, 또 어제가 과거로 쌓여 

     인생의 추억이 되고 역사가 된다,


작가의 이전글 ,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