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샐러던트

by 강효숙

25. 포근한 집

집이란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온기를 머금은 공간이며, 우리가 세상과 맞서 싸운 뒤 마침내 돌아와 쉴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다, 프랑스 철학자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은 우리의 첫 우주이며, 꿈꾸는 장소”라고 말했다. 집은 단순히 거주하는 공간이 아니라, 우리의 기억과 감정을 품고 있는 하나의 세계다.

일본에서는 ‘이치 고이 치에’라는 말이 있다. “한순간, 한 번의 만남’이라는 의미로, 매 순간이 다시 오지 않을 특별한 경험임을 뜻한다. 집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그 안에서 쌓아가는 순간들은 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더욱 소중하다. 집 안을 가득 채운 가족의 웃음소리, 겨울밤을 감싸는 따뜻한 차 향기, 빗소리를 들으며 읽던 책 한 권이 모든 것이 한 사람의 삶을 구상하는 조각들이다.

스칸디나비아 사람들은 ‘휘게(Hygge)’라는 개념을 중요하게 여긴다. 따뜻한 조명 아래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는 대화, 창밖으로 펼쳐진 눈 덮인 풍경을 감상하며 느끼는 평온함, 손끝에 전해지는 부드러운 담요의 감축, 휘게는 단순한 아늑함이 아니라, 마음이 편안해지는 모든 경험을 의미한다. 포근한 집이란 바로 그러한 감각의 총체다.


중국에서는 ‘가정’이라는 단어가 집과 뜰이 합쳐진 말이다. 이는 단순한 생활공간이 아니라, 자연과 연결되고 조화를 이루는 장소임을 시사한다.


서양에서는 ‘홈(Home)’이라는 단어가 단순한 ‘하우스와 다른 의미를 지니듯, 집이란 벽과 지붕이 아니라, 마음이 머물고 휴식하는 곳이다.

궁극적으로, 포근한 집이란 물리적인 장소가 아니라, 우리가 그 안에서 만들어 가는 감정과 기억의 집합체다. 세상이 아무리 빠르게 변화해도, 집이라는 공간만큼은 한결같이 우리를 감싸주어야 한다. 마치 따뜻한 품처럼, 영혼이 안식할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다.


한국은 ’ 집‘이란 가족의 온기가 깃든 공간이며, 세월이 흐를수록 더욱 깊은 정이 스며드는 곳이다. 우리는 집을 떠올릴 때, 그 안에 담긴 따뜻한 기억과 감정을 떠올린다. 겨울이면 뜨끈한 온돌방에서 군고구마를 나눠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시간, 명절이면 식탁을 가득 채운 정성스러운 음식을 함께 먹으며 웃음꽃을 피우던 순간, 여름이면 마당에 펼쳐놓은 돗자리 위에서 수박을 먹으며 별을 세던 기억들, 그 자체로 가족의 사랑과 나눔을 품고 있는 ’ 삶의 터전‘이다.


한옥의 기와 아래 드리운 처마는 계절의 변화를 품고, 창호지를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햇살은 하루의 고요를 선사한다. 부모님이 차려주신 따뜻한 밥 한 끼, 방구석에서 자라나는 작은 화초까지, 모든 것이 포근한 집 일부다.

’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돌아갈 곳을 찾는다. ‘집은 단순한 거처가 아닌, 존재의 시작점이며 끝점이다. 어릴 적 품었던 온기, 어머니의 자장가, 창문을 두드리던 바람 소리. 이 모든 기억이 우리 내면 깊은 곳에서 ’ 집‘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 집이란‘ 세상이 나를 몰라줄 때도 나를 알아주는 유일한 장소다.’ 내가 울어도 괜찮고, 침묵해도 되는 곳. 있는 그대로 수용받는, 조건 없는 환대의 공간이다.

포근한 집이란, 말이 없어도 나를 위로해 주는 공간이다. 포근함은 그 안에 흐르는 관계 온도에서 비롯된다. 함께 밥을 먹고, 웃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쌓인 공간이 바로 ‘포근한 집이다.


내 존재가 조용히 놓여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의 안식처, 그곳엔 설명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온기가 있고, 침묵 속에서도 이해받는 평온이 있다.

삶의 바깥은 늘 낯설고 바쁘지만, 나를 가장 나답게 만드는 그 공간-

집은,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돌아가고 싶은 곳이 된다. 그 안에 함께했던 시간과 나를 품어준 사랑이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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