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샐러던트
27. 용기
용기는 소리치지 않는다. 용기는 매우 조용히 찾아온다. 눈부신 외침보다, 속으로 수없이 흔들린 끝에 내딛는 단 한 걸음, 그것이 진짜 용기이다. 인생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시간이라는 선물을 주지만, 그 시간 앞에서의 태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어떤 이는 두려움 앞에 주저앉고, 어떤 이는 그 두려움에 맞서 나아간다. 용기란, 그 맞서는 자의 속삭임이다. 세상이 주목하지 않아도, 아무도 손뼉을 치지 않아도, 묵묵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이다.
청년은 늘 무언가를 준비하고 있다. 미래를 향한 설계, 사회로의 진입, 자아의 정립. 하지만 오늘날의 청년들은 빛나는 꿈 너머에 깊은 불안과 마주한다. 경쟁은 치열하고, 실패는 두렵고, 확신 없는 길 앞에 선다. 그런데도 청년은 꿈을 꾼다. 그 꿈은 세상이 제시하는 성공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내면의 갈망이다. 용기란 거창한 도전이 아니다. 불안해도, 흔들려도, 포기하지 않고 내딛는 그 한 걸음이 곧 용기다. 청년의 용기는 자신을 믿는 데서 시작된다.
중년은 많은 역할을 품는다. 가장, 부모, 동료, 관리자, 이미 많은 것을 이룬 듯 보이지만, 그만큼 무게도 무겁다. 꿈은 현실에 눌리고, 일상은 반복된다. 나보다 남을 돌봐야 하는 시간이 늘어나며, 자신은 점점 뒤로 밀려난다. 이 시기의 용기란 나를 돌아보는 것‘이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잊힌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남은 시간을 더 의미 있게 채우려는 시도, 그것은 단지 나를 위한 이기심이 아니라, 더 단단하고 따뜻한 영향력으로 세상에 이바지하려는 성숙한 용기다.
사, 오십 대. 이 시기는 삶의 반을 지나며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다. 이루지 못한 꿈, 이룬 것에 대한 허무, 그리고 앞으로의 길에 대해 막막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런데도 중년은 멈추지 않는다. 가정을 위해, 사회를 위해, 자신을 위해 다시 한번 일어선다. 중년의 용기는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것은 새벽같이 일어나 묵묵히 가족을 돌보고, 조직에서 책임을 다하며, 또 퇴근 후엔 잊혔던 자신의 이름을 되찾기 위한 공부를 시작하는 모습 속에 있다. 세상은 이들의 용기를 가볍게 여기지만, 이 시대를 지탱하는 가장 단단한 기둥은 바로 그들이다.
퇴직은 인생의 끝이 아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시작이며, ’ 일‘이라는 울타리 밖에서 진짜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다. 많은 이들이 이 시기, 사회적 정체성을 잃고 두려움에 빠지지만, 어떤 이는 그 시간을 재능 기부로, 손주들과의 동행으로, 혹은 평생 못 했던 배움의 기회로 바꿔낸다. 이들의 용기는 ’ 쓸모없음’이라는 낙인을 넘어서는 위대한 여정이다. 조용히 살아내는 삶 속에서, 하루하루를 의미 있게 채워가는 모습은 다음 세대에게 살아있는 교훈이 된다.
노년의 용기는, 단순히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살아내는 데 있다. 잃어버린 것들을 탓하지 않고, 남은 삶을 의미 있게 채우고자 애쓰는 용기다. 손주에게 미소를 주고, 가족에게 지혜를 전하고, 홀로 걷는 산책길에서도 기쁨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 그가 진정한 용기의 사람이다.
용기는 단 한 번의 큰 결단이 아니라, 하루하루 반복되는 작고 진실한 선택이다. 청년은 미래를 향해 비전을 품고, 중년은 책임 속에서 흔들리지 않는 중심을 지키며, 노년은 이생의 끝자락에서 오히려 더 깊은 빛을 발한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나는 오늘 어떤 용기를 선택할 것인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용기, 다시 배우고 일어설 수 있는 용기, 세상의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중심을 지키는 용기.
지금, 이 순간, 아주 작지만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자. 책 한 권을 펼치고, 오래 미뤘던 전화 한 통을 걸고, 거울 앞의 나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는 것부터 시작하자.
삶은 거대한 변화가 아닌, 그런 작은 용기의 축적으로 바뀐다. 당신의 오늘이 어제보다 조금 더 나아졌다면, 그것은 이미 위대한 용기의 증거다. 세상을 향해 외치지 않아도 좋다. 조용히, 그러나 흔들림 없이 걸어가라. 그 발걸음이 결국 당신의 삶을, 그리고 이 시대를 바꿀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랑은, 세대를 넘어 환경을 넘어, 우리 모두를 다시 일으키는 힘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