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간을 담고 인생을 담는 추억,

부제 : 21세기에 만학 이야기를 전하는 20세기 샐러던트

by 강효숙

85. 용기

세상은 언제나 움직인다.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변하고, 세대의 언어는 갈라지고, 가치의 중심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이 복잡하고 격동하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종종 방향을 잃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멈춰 서 있을 때, 그때 필요한 것은 거창한 힘이 아니라, 조용히 다시 일어서는 용기다.

용기는 결코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다. 그것은 두려움을 끌어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선택의 힘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시련 앞에 무너진다. 삶의 무게가 숨을 막히게 하고, 모든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진정한 용기는, 바로 그 절망의 자리에서 다시 한번 자신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이제는 단순하지 않다. 전 세계가 연결되어 있지만, 마음은 점점 고립되고 있다. 빠른 변화 속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고, 끊임없이 비교되는 사회 속에서 우리는 자신을 잃어버리기도 한다. 그럴수록 내면의 용기, 즉 자신을 믿는 힘이 더욱 절실하다.

용기는 성공한 사람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이를 위해 매일 새벽을 여는 어머니에게도, 넘어진 꿈을 다시 붙잡는 청년에게도, 삶의 마지막을 품위 있게 받아들이는 노인에게는 용기다. 우리는 모두 어느 시점에서 ‘끝’ 처럼 보이는 순간을 맞는다. 그러나 용기란, 그 끝을 다시 시작의 문으로 바꾸는 힘이다. 눈물 뒤의 미소, 절망 끝의 한 걸음, 그리고 포기 대신 선택한 기다림. 그 모든 순간이 용기의 또 다른 얼굴이다.

삶이란 매일의 싸움 속에서 희망을 지켜내는 일이다. 그 싸움은 타인과의 경쟁이 아니라, 두려움과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나를 묶고 있던 불안과 편견을 내려놓을 때, 마음의 공간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어온다.

그 바람이 곧 비전의 용기다. 세상이 흔들려도, 자신의 방향을 잃지 않게 하는 내면의 나침반. 용기는 소리 없이 자란다. 그것은 스스로 건네는 따뜻한 위로이며, 다시 걸어보자는 다짐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실패 속에서 배우고, 상처 속에서 성장시킨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깨닫는다. “이만큼 살아온 것도 용기였구나.”

이 시대에 필요한 용기는 화려한 외침이 아니라, 끈기 있게 살아내는 마음의 자세다. 좌절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을 다독이며 내일을 향해 걷는 그 발걸음. 그것이야말로 가장 현실적이며 숭고한 용기다. 용기란, 결국 삶을 포기하지 않는 태도이며 삶을 사랑하는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세상은 여전히 혼란스럽고 불확실하지만, 그 안에서도 꺼지지 않는 한 줄기 빛이 있다. 그 빛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희망을 지키는 사람들의 눈빛에서 반짝인다.

그러나 오늘의 세상은 너무도 빠르고, 사람들의 마음은 자주 멀어진다. 한 가족이 한 지붕 아래 살아도, 대화는 줄어들고, 각자의 방 안에서 각자의 불빛 속에 갇혀 살아가는 일이 흔해졌다. 서로의 얼굴을 보지만 마음은 닿지 않고, 그 속에서 우리는 문득 외롭고 쓸쓸해진다.

부모는 자식에게 미안하고, 자식은 부모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틈새 속에서 말하지 못한 서운함이 쌓이고, 때로는 마음이 식은 듯한 침묵이 집안을 채운다.

우리는 스스로 묻는다. 이 고독을 어떻게 견디고, 어떤 힘으로 다시 웃을 수 있을까.

눈부신 성취의 용기가 아니라, 무너질 듯한 하루를 견디며, 서운함 속에서도 사랑을 잃지 않는 믿음의 용기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서로의 다름을 감싸고 끝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마음이 용기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모두 각자의 상처를 품고 살아간다.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 고독은 더 깊어지고, 인간관계의 균열은 때로 마음을 무너뜨린다. 하지만 그럴수록 우리는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 지금 곁에 있는 사람, 함께 밥을 먹는 시간, 짧은 미소와 따뜻한 안부 한마디. 그 소박한 순간들이야말로 세상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된다.

용기는 늘 고요한 환경에서만 자라지 않는다. 가장 가까운 사람, 자식들의 짧은 말 한마디, 의도 없는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릴 때가 있다. 주위 사람들의 작은 행동 하나가 때로는 견디기 어려운 상처가 되어 돌아오고, 가슴 깊은 곳에 알 수 없는 불안이 내려앉을 때가 있다. 좌절은 생각보다 날카롭고, 마음의 무게는 혼자 감당하기엔 벅찰 때가 많다.

‘나는 이 아픔도 지나갈 것이다.’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믿음이다. 세상이 무거워지는 날일수록 주님의 손길은 내 마음의 중심을 붙잡아 주셨다. 그 믿음이 다시 숨을 틔우고, 감사로 마음을 밝히며, 힘이 되어주신다.

그 믿음이 오늘의 용기이고, 내일을 열어가는 가장 깊고 단단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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