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의 피서지

시원한 풀밭을 빼앗아서 미안해!

by 강현숙

폭염이 이어지는 더위에 고양이들도 지쳤는지 그늘이 드리운 현관문 앞에서 시멘트 바닥에 배를 깔고 누워있다. 더위가 무서워 하루 종일 집안에만 있다가 바깥 상황이 궁금하여 내다본 창밖의 고양이들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하루 종일 에어컨 돌리며 혼자서 시원하게 지낸 것이 미안해지기도 했다. 며칠 전에 마당의 풀들을 모두 베어버려서 그늘 삼아 지내던 풀밭이 없어져버려 더위를 피할 곳이 없었던 모양이다.


현관문 앞 더위에 지친 고양이 가족들이 모두 배를 깔고 늘어져있다.


고양이들은 더위를 피해 취하는 행동인데 난 재미있어서 사진을 찍으려 하였다. 창문이 닫힌 채로 찍은 사진이 화질이 안 좋아서 다시 찍으려고 창문을 살짝 열으니 모두 깨어나 날 경계한다. 잠시 후 이리저리 흩어진 고양이들은 내가 관심이 사라지면 다시 현관 앞으로 올 태세이다. 그늘진 현관 앞이 그나마 시원했던 모양이다.

풀이 무성할 때는 풀숲으로 다니며 햇빛을 피할 수 있었는데 우리가 보기 싫다고 베어버렸더니 고양이들이 쉴 곳이 마땅치 않아 보인다. 인기척에 현관 앞에서 편히 쉴 수 없는 어미 고양이는 풀이 사라진 마당을 바라보며 계단 끝에 앉아있다. 마치 풀숲을 그리워하기라도 하는 듯한 모습에 풀을 모두 베어버린 것이 잘못인가 싶기도 하다. 철없는 새끼들은 엄마의 걱정은 안중에도 없는 듯 엄마 곁에 누워 장난을 친다.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쁜지 보고 있으니 마음이 푸근해진다.



물이라도 바꿔주려고 나가니 쏜살같이 달아나 요기조기서 나만 바라본다.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아도 아주 멀리 달아나지도 않는 냥이 가족들, 손님처럼 맞이했던 길냥이 가족들과 그사이 자연스러운 관계가 되어있다. 남편도 이제는 자신을 냥이들에게 '아빠'라고 칭한다. 밥 줄 때도 "배고팠쪄?" 하면서 아기들을 대하듯 하는 모습이 마치 어린 자식이라도 얻은 모습이다. 냥이들이 시원하게 쉴 수 있는 풀밭을 없애버려서 미안하지만 보고 있으면 이쁘고 건강하길 바라는 마음은 갈수록 커져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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