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동양의 행복론

상고시대, 공자 맹자. 노자 장자

by 강현숙


동양의 행복론은 상고시대의 오복과 육극으로부터 공자와 맹자, 노자와 장자의 사상을 예로 들고 있다.


상고시대의 행복론은 문서로 정리된 것이 없다. 그래도 찾아야 한다면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경전, <서경書經>을 꼽을 수 있다. <서경書經>은 중국 고대 제왕의 언행 및 정사를 기록한 문서를 집대성한 것으로 공자가 편집하였다고는 하지만 분명하지는 않다. 다만 요순시대의 우禹, 탕湯, 문文, 무武, 당우삼대(唐虞三代)의 정치생활의 단편을 집대성한 것임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 책에 오복과 육극의 기원이 언급되는데 五福을 누리고 六極을 피하는 것이 그 시대의 행복이었다.

五福(사람이 살면서 누구나 바라는 다섯 가지의 복)으로는 壽(오래 살며), 富(재산이 많고), 康寧(무병 무사하고), 攸好德(미덕을 좋아하는 성품으로), 考終命(노년까지 살아 천명을 완수하고 임종을 잘하는 것)을 들었고, 六極(절대로 자신은 당하고 싶지 않은 비극)으로는 凶短折(흉사를 만나 단명하는 것), 疾(질병에 고통받는 것), 憂(마음에 우환이 있는 것), 貧(가난의 고통), 惡(악덕으로 지탄받는 것), 弱(의지의 박약함)을 꼽았다.

이것들은 모두 인간의 생활에서 누구나 그러하기를 열망하거나 또는 누구나 피하고 싶은 내용들이다.

지금도 크게 변하지는 않았지만 오복을 누리고 육극을 피할 수 있으면 최고의 행복이었다.

또한 상고시대 동양인들에게는 위정자의 덕과 서민의 좋은 삶이 서로 떨어져 있지 않은 관계로 보았으며 행복과 도덕이 동시에 가능하게 되는 길을 추구하였고 그것이 가능한 통로로서 통치자의 선정(善政)이 자리 잡고 있었다. 백성들은 위정자들의 삶에 단지 감화를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위정자가 나타내 보이는 덕을 갖춘 중용의 길을 본받거나 최소한 그들의 가르침에 순응하고자 함으로써 백성들 역시 좋은 삶, 행복한 삶을 누리고자 하였다. <서경> (大禹謨)에는 "덕을 바르게 하고 용을 이롭게 하여 삶을 후덕하게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공자 맹자 시대의 행복론은 오복육극을 토대로 하던 상고시대의 사상이 유가적으로 변화하면서 오로지 도덕적으로 충실한 삶만이 인간 본연의 자세이자 바람직한 삶으로 여기기에 이르렀다. 논어 맹자를 살펴보면 도덕적 삶에 대한 언급은 흘러넘쳐도 행복한 삶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는 유가 사상이 행복한 삶을 무시했다는 것이 아니고 전쟁과 하극상이 끊이지 않았던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면서 모든 사람들이 겪는 불행의 원인이 위정자들의 도덕적 타락과 부패에 있다고 보았다. 그랬기 때문에 공자는 그러한 세상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도덕을 바로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았던 것이다.

인간은 천지와 함께 우주를 떠받치는 세 기둥(三才: 天地人)이 될 수 있으며 그 생명력이 사회적으로 전파되어 태평한 세상을 만들 수 있고 개인적으로도 영원함과 합치되어 참 즐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어떻게 사는 것이 사람다운 삶이고 좋은 삶 인지를 물으면 유가의 답은 '예의법도에 따라 살아라'이다. 곧 禮란 옛 성인들이 뛰어난 성찰을 통해 자연의 도덕성을 인간의 행위에 적용시켜 만들어 놓은 것이고 보통의 사람들은 그 정도까지 미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이 자연의 도덕성 인지, 신성한 생명력을 닮는 것인지를 위험스럽게 따지지 말고 안전하게 옛 성인들의 길을 따르라는 것이 보통사람들에게 권유하는 공맹 시대의 행복론이다.




노자 장자 시대의 행복론은 도덕을 넘어선다. 장자의 제물론에서 '인간은 소꼬리의 털에 붙은 벌레의 알보다도 작은 존재'라고 말한다. 인간은 우주의 중심도 아니며 들풀이나 벌레나 모든 우주를 구성하는 각각 평등한 일원으로 본다. 무위의 사상, 도가사상은 인간의 무지와 탐욕을 통찰력 있게 뒤돌아 보며 현실의 역경을 뚫고 삶의 의미를 새롭게 모색하는 사상이다. 본시의 바탕을 드러내고 소박함을 지니며 사사로움을 줄이고 욕망을 적게 가져야만 한다. 소박함과 적은 욕심이 사람의 본래 자연의 모습이며 자연으로 돌아감으로써 인간은 진정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노장사상에 의하면 인간의 행복은 이른바 남부럽지 않은 권세와 부를 누리면서 떵떵거리며 잘 먹고 잘 사는 데 있지 않고 오히려 그러한 세속의 이익을 버리는데서 생긴다고 한다. 노자 80장에는 '나라는 작고 백성은 적어야 한다 유용한 도구들이 수백 종류 있지만 결코 쓰려하지 않으며 백성들로 하여금 죽음을 소홀히 생각지 않게 하고 멀리 떠돌지 않게 한다. 배와 수레가 있지만 타고 다닐 필요가 없고 투구와 갑옷이 있지만 쓸 일이 없으며 백성들도 다시 옛날처럼 새끼줄을 묶어 일을 기록하도록 하여야 한다. 그들로 하여금 거친 음식이 달고 거친 옷이 아름다우며 초라한 습속이 즐겁고 사는 집이 편안하다고 생각하도록 한다 이웃나라가 서로 보이고 닭이 울고 개 짖는 소리가 들려도 백성들은 늙어 죽도록 서로 왕래하지 않는다.' 이것이 노자가 말하는 이상 국가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에 몸을 맡기고 유유자적함을 얻는 것이 노자의 행복론이다.




상고시대 행복론이 기복피화(祈福辟禍) 사상이었다면 유가의 행복론은 정치와 밀접한 위정자의 도덕을 강조하고 백성들은 그에 따르는 것이 행복이라고 하였다. 자율적 판단은 무시되고 성인들이 만들어놓은 규범을 따르도록 강요받는다. 춘추전국시대를 지나면서 유가의 규범은 덕치주의로 포장된 지배자들의 정치 이데올로기가 안고 있는 허구성을 통렬하게 비판받는다. 이에 공맹의 규범주의적 도덕관과 상반적인 역설의 논리를 전개하는 도가의 사상이 펼쳐지게 된다. 끝에는 도가의 사상과 민간신앙이 합쳐지며 현세의 행복이나 불로장생 등 세속적이고 현실적인 이익을 추구하는 향락적이고 독선적인 방법을 낳기도 하였다. 사상으로 분류하지는 않았지만 동양의 토착적이고 민간신앙적인 부분에서도 우리는 행복론의 한 편린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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