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죽 속에 든 복은 아무도 모른다

by 강현숙

친구가 있습니다. 가난과 배우지 못함을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살던 순한 친구지요. 자신의 형편에 어울리는 남자를 만나 근근이 살면서 딸 하나, 아들 하나를 낳고 살았어요. 남편이라는 사람도 배운 것이 없으니 번듯한 직장을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한 상황에 친구는 살기 위해서 닥치는 대로 일을 했답니다. 식당 설거지, 공장 생산직, 건물 청소까지 막일이라는 막일은 안 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일을 해야 했으니 자식들 건사는 단어조차도 사치였지요. 그렇게 부모를 일터로 빼앗긴 딸은 동생을 돌보며 학교를 다녔는데 남들처럼 이쁜 옷 한번 입어보지 못하고 좋은 학용품 한번 제대로 갖추고 다닌 적이 없고, 친구도 제대로 사귀지 못하여 항상 외톨이였대요. 그래도 힘든 부모들 속상할까봐 겉으로는 내색도 안하는 아이였다네요.


자신은 크게 내세울것이 없다고 느낀 아이의 성격은 주눅(무섭거나 부끄러워 기세가 약해지다)이 들어서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사촌들과도 잘 지내지 못하는 아이로 성장을 하였고요. 여고를 졸업한 후 취업을 하였지만 성격상 적응하지 못하여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20대 후반을 지내고 있을 때, 어느 곳에서 중매가 들어왔답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그렇게 제 앞가림 못하는 딸을 차라리 시집을 보내면 편하겠다는 생각으로 중신 어미가 말한 곳으로 선을 보러 나가게 했답니다. 그런데요 여기서 이 아이의 인생은 역전의 기회를 잡게 되었으니 '가죽 속에 들어있는 복은 아무도 모른다'는 속담이 참으로 실감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선을 본 남자는 아주 부잣집 외아들이었답니다. 위로 누나가 1명 있는데 중국 서기관의 아들과 결혼하여 걸어서는 다 밟을 수도 없는 큰 땅을 소유하고 건물과 기타 재산으로 떵떵거리며 살면서 친정을 도와 청소 자재를 수입하여 팔 수 있도록 밀어주고 있다네요. 그 사업의 주체가 이 남자랍니다. 총각으로 사업체를 가지고 있으며 돈도 적지 않게 벌었으니 주변의 내놓으라 하는 처자들이 관심을 보였답니다. 그런데 잘 배우고 늘씬하며 용모 단정한 처자들을 모두 마다하던 이 총각이 선을 본 날 친구의 딸에게 첫눈에 빠져버린 겁니다. 그리고는 장인 장모 될 분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돈과 선물로 공세를 하며 결혼 허락을 받았지요. 그렇게 결혼을 시키게 되었는데요. 친정집의 곤란함을 알고서는 모든 결혼식 비용은 물론이고 요즘 뜨고 있는 세종시에 큰 아파트를 마련하고 그곳에 채워야 할 신혼살림까지 신랑집에서 다 마련하여 신부를 데려갔대요. 친정집 기둥은 물론이고 먼지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시집을 간거죠.


처음 그 소리를 들었을 때는 걱정이 됐어요. 시댁 측에서 혹시라도 순진하고 착한 아이를 데려다가 험한 일이라도 부려먹으려는 건 아닌지, 아니면 신랑감이 어디가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안 그래도 세상에 주눅 들어 기한번 제대로 펴지 못하고 자란 아이가 너무 차이가 나는 곳으로 시집을 가면 과연 제목소리를 내면서 살 수 있을까 싶어 안쓰럽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어제 그 친구와 나보다 더가까이 지내는 친구를 만났어요. 둘이는 한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자주 만나거든요. 자연스럽게 그 아이는 잘살고 있는지 궁금해져서 물어보았죠.


대답은 이아이가 완전히 신데렐라가 된 거예요. 1년 만에 아들을 낳았으니 신랑에게 있을만한 결점 한 가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요. 말수도 적은 신랑은 처갓집에 와도 색시 옆에만 앉아있고, 색시만 따라다니고, 술, 담배도 전혀 하지 않고요. 아기도 울면 색시 힘들까 봐 안고 달래고 놀아주고 그런다네요. 자기 색시만 세상에서 제일 이쁘다고 하며 챙겨주니 친구의 딸은 예전의 어둡고 우울한 얼굴이 변해서 밝고 웃는 표정이 되었고요. 자신감 넘치는 아주 이쁜 모습으로 변했대요. 친정부모들도 막노동에서 벗어나 딸이주는 용돈으로 병원에 다니며 노동에 시달렸던 몸도 보살피고, 고급스러운 옷도 사 입고, 어깨가 으쓱해져서 친구나 가족들에게 밥도 사면서 살고 있다네요.


세상에 하늘이 내려주는 복은 따로 있는 거 맞죠?

처음에 걱정했던 제 마음이 어제는 부러움으로 살짝 변하고 있더라고요. 더구나 내년에 결혼한다는 우리 딸은 박봉의 프리랜서와 콩깍지가 씌어서 자기가 맞벌이하면 된다고 큰소리치고 있으니, 그래서 신혼집 마련하는데도 보태줘야 할 판인데 그 친구의 딸이 부러워지는 건 인지상정이겠지요.


그래서 어떻게 그런 좋은데로 시집을 갔대? 하고 물어보았어요. 그랬더니 이아이가 선을 보고 신랑이 마음에 든다고 하니까 시부모들이 친구 부부와 딸을 함께 보자고 하여서 만났는데요. 부모와 딸이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데다 세상 물정에 욕심도 없고 약은 체하지도 않는 모습이 집안일에 이러니 저러니 자기 목소리를 낼 것 같지가 않아서, 이아이를 며느리로 들이면 집안 시끄러울 일이 없다고 판단을 하였대요. 여기저기서 잘난 학벌과 집안을 내세우며 욕심을 부리던 처자들과는 다르다고 느낀 거지요. 그렇게 시부모의 마음에도 쏙들어 간택을 받게 된거래요.


실제로 이아이는 결혼하고 아들을 낳고서도 시부모와 남편에게 여전히 순종적이고요. 친정부모 드리라고 얼마를 주면 많다 적다도 안 하고 고맙다고 하면서 받으니 시부모들도 알아서 생활 할 만큼씩 매달 친정부모님 용돈을 따로 챙겨준다네요. 친구 부부 둘 다 험한 일에서 손을 놓고도 걱정 없이 살고 있는 상태인걸 보면 아마도 적지 않은 금액이 친정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아요.


세상이 예전과는 많이 변해서 여자들도 자기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된 세상인데, 그러다 보니 서로 언쟁도 생기고 그러는 거잖아요. 남자들도 혼자 벌어 살기 힘든 세상이니 똑똑하고 잘 배운 여자 만나서 함께 가정을 꾸리는 대신 여자일 남자일 구분하지 않고 육아일까지 분담하면서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 잘난것이 없다고 한껏 자신을 낮추고 사는 이아이에게 이런 복이 찾아오는 걸 보니 보이지 않는 하늘의 은총이 아직도 작용을 하는 것 같아요.


어쨌든 요즘같이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은 사라졌다.'라든가 '금수저 흙수저는 대물림된다.'라는 말이 자연스러운 시대에 아직도 착한 사람이 복을 받는 하늘의 법칙은 살아있는 것 같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선을 행하라'는 옛 성현들의 말씀을 떠올리게 되었네요. 착한 딸이 자신의 삶을 편안하게 살면서 친정부모와 남동생에게 까지도 큰 힘이 되어주고 있으니 참으로 복 받은 일이지요.


신데렐라는 동화 속에만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바로 가까운 친구의 집에도 신데렐라가 있었네요. 이아이의 이야기의 끝은 '그 후로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고 쓰이게 될 것 같아요.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