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이 빚은 데칼코마니
백제 무왕 33년, 신라사람 여환 선사가 현재 백양사인 백암사를 창건하고, 1350년 고려 충정왕 2년에 각진국사가 현 쌍계루를 최초 건축하였다. 그 후 1370년 고려 공민왕 19년에 폭우로 교루가 손실을 당하여, 1377년 고려 우왕 3년에 청수 스님이 교루를 중수하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삼봉 정도전이 백암산 정토사 교류기를 지었다. 1381년 고려 우왕 7년에 목은 이색이 교루의 이름을 쌍계루라 짓고 백암산 정토사 쌍계루기를 지었고, 포은 정몽주가 시를 지었다. 쌍계루는 여러 번 다시 짓기를 거치다 1950년 한국전쟁으로 소실 되었던 것을 1985년에 복원 하였으나 주춧돌이 땅에 묻혀있고 처마가 썩어 2009년에 해체하고 다시 지어 현재에 이른다. 쌍계루에는 면앙정 송순, 하서 김인후, 사암 박순, 노사 기정진, 월성 최익현, 송사 기우만, 서옹스님, 산암 변시연, 약천 조순, 등의 현판 180여 점이 있으며 이는 종교와 사상을 초월하여 스님과 선비들이 소통하고 교류했던 화합의 공간이었음을 보여준다.
寄題 雙溪樓
정몽주
求詩今見白巖僧 지금 시를 써 달라 청하는 백암사의 스님을 만나니,
把筆沈吟愧不能 붓을 잡고 생각에 잠겨도 능히 읊지 못해 재주 없음이 부끄럽구나.
淸叟起樓名始重 청수 스님이 누각을 세우니 이름이 더욱 중후하고,
牧翁作記價還增 목은 선생이 기문을 지으니 그 가치가 도리어 빛나도다.
烟光縹緲暮山紫 노을빛 아득하니 저무는 산이 붉고,
月影徘徊秋水澄 달빛이 흘러 돌아 가을 물이 맑구나.
久向人間煩熱惱 오랫동안 인간세상에서 시달렸는데,
拂衣何日共君登 어느 날 옷을 떨치고 자네와 함께 올라보리
나는 지금 늙어서, 누각에 밝은 달빛이 가득할때
그 속에서 한번 이라도 묵을 길이 없으니
소년 시절에 그곳의 객이 되지 못한 것이 한 스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