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잘 살기를 바래
애들아 너희들은 길고양이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챙겨주는 밥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찾아먹는 생활을 해야 해, 이밥은 나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주는 마지막 밥일 수 있어, 우리가 오늘 이사하거든, 많이 먹고 다음 끼니는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리해야 돼,
하루아침에 끝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냥이들에게...
이 집에 새로 오신 주인들은 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대, 너희들 거두고 살았다고 나를 이상하게 보며 그 말을 할 때 난 어쩔 줄 몰랐었어,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나도 예전엔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었는데 밥 주며 챙기다 보니까 정이가고 싫은 감정이 사라지면서 다른 고양이들도 밉지 않게 보이더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피식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라, 그때 눈치챘어 너희들 앞으로의 삶이 좀 서글플 거라는 것을... 그래도 너희들은 날 따라오지 않을 거였잖아 너희들이 마지막까지도 나를 경계하며 내가 밥그릇 옆에 있으면 배가 고파도 밥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눈치만 보았잖아 그런 너희들을 어떻게 데려올 수가 있었겠니? 그래서 진작부터 나는 마음 정리하고 있었어, 그리고 출발할 때, 그제야 너희들이 무슨 느낌이 있었던 건지 대문 닫고 바라보는 나를 조르르 따라 나와 야옹거리며 쳐다보고 있었지,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올리니 너희들은 또 어찌할 줄 몰라하며 뒤돌아가지도 못하고 더 다가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머뭇거렸지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구나,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그냥 잊으려고 했는데 며칠 전 그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시장으로 날 보러 온 거야,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분이 담장을 헐고 마당에 나무와 화초들을 다 치워버리고 주차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집은 사실 정원이 있어서 이쁜 집이었는데, 몇 년 동안 자란 소나무와 유실수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희들 안부를 혹시 아냐고 물었더니 그걸 어떻게 아냐면서 어디서 습성대로 잘 살 거라고 말하는데 왜 그렇게 궁금해지던지, 하루 이틀 벼르다가 엊그제 그 집에 가봤단다.
그 옆집 아주머니 말대로 담장도 없어지고 정원도 다 파헤쳐져 삭막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집을 보았단다. 너희들 숨고 뛰놀던 그 나무와 화초와 잡초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거지, 물론 너희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가 외출했다 때 지나서 돌아오면 배고픈 너희들 뛰어나왔잖아 그 생각을 하며 어디서라도 차 소리 듣고 뛰어나올까 한참을 기다렸는데 너희들은 한놈도 안 보이고 그 집에선 자기 집 앞에 차 세우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그만 돌아오고 말았어,
너희들 어디 있니? 이제 점점 추워지기까지 할 텐데 배라도 든든히 채울 상황이었으면 좋겠는데 어쩌다 밥 먹는 일이 가장 고달픈 운명으로 태어났단 말이니? 어딘가 더 좋은 주인들 만나서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날, 날 반겨 뛰어나오지 않은 것은 그런 집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살고 있는 것이라 위안을 삼아도 되겠니? 요즘엔 너희 같은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 챙기는 좋은 분들도 많던데, 그런 분들 만났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그 집에 가도 너희들 볼 수 없음을 알았으니 다시 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 같아, 부디 어디서든 배고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살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