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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Dec 07. 2020

마지막 길냥이 밥

어디서든 잘 살기를 바래

얼마 전 길고양이와의 이별이 있었다. 이사를 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마음을 다잡으며 내 마음만 다치지 않으려 핑곗거리를 찾아 강조하며 이사를 하였다. 이사하던 날 모든 짐을 차에 실은 후 남은 고양이 사료를 밥그릇에  담아주며 말했다.


애들아 너희들은 길고양이야, 그러니까 사람들이 챙겨주는 밥을 기다리지 말고 스스로 찾아먹는 생활을 해야 해, 이밥은 나는 물론이고 사람들이 주는 마지막 밥일 수 있어, 우리가 오늘 이사하거든, 많이 먹고 다음 끼니는 어디서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궁리해야 돼,


그리고선 원래가 길고양이였으니까 알아서 잘 살 거라는 남편의 말 위안 삼으며 떠나오고 말았다. 

남편 말대로 그들은 길고양이라서 인지 새로 임신한 어미가 배가 불러올 때쯤 어느 날 다섯 마리의 새끼 중 세 마리만 남기고 어미와 두 마리의 새끼가 무슨 일인지 보이지 않았었다. 궁금했지만 알 수 없는 일이라 어쩌지 못하고 남은 세 마리만 보살폈었는데 한참 지난 어느 날 어미가 옆집 담장을 타고 새끼들과 나를 바라보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독립해 나갔구나! 어미라고 새끼들이 궁금해서 살피러 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의 생각을 하며 남은 세 마리도 내가 거두지 않아도 충분히 잘 살 거라는 마음으로 편하게 이사를 할 수 있었다.


길냥이들과의 인연은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보일러실로 향하는 문 앞에 꼬물꼬물 한 새끼들을 다섯 마리나 낳았다. 맨바닥에 낳아놓은 새끼들이 안쓰러워서 스티로폼 박스를 놓아주었더니 어미는 그곳에 새끼들을 옮겨 머물게 하고 간간히 먹을거리를 찾으러 가는지 한참씩 외출을 하고는 했었다. 먹을거리를 챙겨줘야 하는지 걱정을 했더니 남편은 "길고양이는 자기들이 알아서 구해다 먹으니까 그냥 무관심 해도 괜찮을 것 같아,"라고 말해서 그대로 신경 쓰지 않고 지내고 있었다.


새끼들만 남아있던 어느 날은 낮 기온이 따뜻해 물청소를 하기로 하고 현관부터 유리까지 물을 뿌리며 청소를 하다 보니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새끼들이 어미도 없이 마당으로 나와 풀잎에서 방울방울 떨어지는 물을 받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남편은 "애내들 물도 못 먹나 보네" 하면서 새끼들 물먹는 것 좀 보라고 하여  쳐다봤다가 그만 물이라도 주자는 마음이 생겼다. 일회용 그릇에 맑은 물을 받아 놓아주니 다섯 마리의 새끼가 눈치를 보며 물을 먹었다. 거기까지만 하려고 했다. 그런데 그날 이후 먹이 구하는 것이 힘이 들었는지 어미는 새끼들을 데리고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그러다가도 우리가 나가면 부리나케 숨었다가 우리가 집안에 있으면 또다시 현관 앞을 서성거렸다. 그럴 때마다 남편은 내 눈치를 보며 "재들 밥 좀 줘야 되나?" 하였다. 혹시나 하여 꽁치 몇 마리 있던 것을 주어보니 어미는 새끼들 먹기 좋게 깨물어놓고 새끼들은 작은 입으로 허겁지겁 었다. 새끼들이 다 먹은 후에는 어미가 생선이 뒹굴었던 바닥을 깨끗이 핥고 있었다. 배가 고파서인지 청소를 하는 건지 애매한 느낌을 갖게 하는 행동이었다. 그날부터 새끼들과 현관 앞에 머뭇거리는 시간이 많아졌고 새끼들은 '야옹야옹'하면서 어미를 따라다녔다. 새끼들의 야옹거리는 소리가 마치 '밥 좀 주세요'. 하는 소리로 들린 다고 말하며 "새끼들 클 때까지만 사료 좀 사다 먹일까?"라고 말하니 남편은 기다렸다는 듯 다음날 아침 일찍 사료 한 포대를 사 가지고 왔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었다. 밥 먹는 모습이 너무 이쁘고 자라는 모습이 하루하루 이쁘게 변해갔다. 그렇게 정이 들어 버렸다.


몇 달 동안 길냥이 가족 때문에 웃기도 했고 며칠씩 안 보여 걱정을 하기도 했다. 길에서 사고사를 당한 비슷한 길냥이 때문에 식겁을 했던 적도 있었다. 일주일 정도 새끼들은 안 보이고 어미만 또 다른 수고양이와 왔다 갔다 할 때는 동물세계의 잔혹사를 떠올리며 화가 나기도 했었다. 후에 달은 것이지만 길냥이들은 스스로 독립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렇게 마음이 편해지던 어느 날 임신한 어미는 세 마리의 새끼들만 남겨두고 새끼 두 마리와 또다시 보이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닐까 궁금함마저 사라지려던 어느 날 어미 혼자서 저만치 담벼락에 앉아 새끼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 나와 새끼들을 번갈아 바라보다 그대로 가버렸다.


그때 비로소 안도했다. 독립 가능한 새끼들에게 각자의 영역을 정해주고 가끔씩 살피러 오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더 이상 보이지 않아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이어졌던 인연이 결국 우리가 이사를 하면서 아주 끊어지게 되었다. 어느 정도의 거리를 유지하며 더 이상 절대로 다가오지 않던 길냥이들을 데리고 간다는 것은 절대 불가였다. 그대로 두고 가도 타고난 습성이 있으니 살아가는데 크게 힘들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이사 후 한 달이 좀 넘은 지금 나는 내가 거두던 고양이 들의 안부가 너무 궁금했다. 하루는 살던 집에 찾아가 고양이들을 만날 수 있을까 하며 집 앞에서 한참을 기다렸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가까이 오지는 않아도 차 소리를 듣고 대문 앞으로 뛰어나오던 애들이었다. 그러나 고양이들의 자취는 보이지 않았다. 고양이들이 맘 놓고 뛰놀던 정원은 주차장으로 변해있고 정원에 자라고 있 나무와 담장을 모두 없애버려서 휑한 마당이 길과 그대로 맏닿아있었다. 그런 환경에서는 강심장 고이도 머물 수 없으리라, 더 이상 기다림은 의미가 없을 것 같고 또 계속 그곳에 있으면 이사 간 사람이 이유 없이 기웃거리는 모습에 괜한 오해라도 받게 될까 봐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밥때가 되면 현관 앞을 배회하며 현관문을 쳐다보 야옹거리던 고양이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내 마음을 따듯하게 해 주고 간간히 웃을 수 있게 했고 남편과의 대화거리도 만들어주었던 그 시간 들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지금도 어딘가에서 분명 잘 지내고 있을 고양이들을 다시 만난다면 그들을 거두지 못한 변명과 함께  잘 지내기를 바라는 마음 전하고 싶다.


하루아침에 끝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던 냥이들에게...

 이 집에 새로 오신 주인들은 고양이가 세상에서 제일 싫대, 너희들 거두고 살았다고 나를 이상하게 보며 그 말을 할 때 난 어쩔 줄 몰랐었어, 그래도 혹시나 몰라서 나도 예전엔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었는데 밥 주며 챙기다 보니까 정이가고 싫은 감정이 사라지면서 다른 고양이들도 밉지 않게 보이더라고 했어 그랬더니 그 아저씨가 피식하면서 고개를 돌리더라, 그때 눈치챘어 너희들 앞으로의 삶이 좀 서글플 거라는 것을... 그래도 너희들은 날 따라오지 않을 거였잖아 너희들이 마지막까지도 나를 경계하며 내가 밥그릇 옆에 있으면 배가 고파도 밥 먹을 생각을 안 하고 눈치만 보았잖아 그런 너희들을 어떻게 데려올 수가 있었겠니? 그래서 진작부터 나는 마음 정리하고 있었어, 그리고 출발할 때, 그제야 너희들이 무슨 느낌이 있었던 건지 대문 닫고 바라보는 나를 조르르 따라 나와 야옹거리며 쳐다보고 있었지, 난 가던 길을 멈추고 그 모습을 남기고 싶었어 핸드폰 카메라를 들어 올리니 너희들은 또 어찌할 줄 몰라하며 뒤돌아가지도 못하고 더 다가오지도 못하고 그렇게 머뭇거렸지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었구나,

어느새 한 달이 훌쩍 지나고 그냥 잊으려고 했는데 며칠 전 그 옆집에 사는 아주머니가 시장으로 날 보러 온 거야, 이런저런 안부를 묻다가 그 집에 새로 이사 온 분이 담장을 헐고 마당에 나무와 화초들을 다 치워버리고 주차장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그 집은 사실 정원이 있어서 이쁜 집이었는데, 몇 년 동안 자란 소나무와 유실수들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면서 너희들 안부를 혹시 아냐고 물었더니 그걸 어떻게 아냐면서 어디서 습성대로 잘 살 거라고 말하는데 왜 그렇게 궁금해지던지, 하루 이틀 벼르다가 엊그제 그 집에 가봤단다.

그 옆집 아주머니 말대로 담장도 없어지고 정원도 다 파헤쳐져 삭막한 모습을 하고 있는 집을 보았단다. 너희들 숨고 뛰놀던 그 나무와 화초와 잡초들이 모두 사라져 버린 거지, 물론 너희들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우리가 외출했다 때 지나서 돌아오면 배고픈 너희들 뛰어나왔잖아 그 생각을 하며 어디서라도 차 소리 듣고 뛰어나올까 한참을 기다렸는데 너희들은 한놈도 안 보이고 그 집에선 자기 집 앞에 차 세우고 있는 모습이 이상하게 보일까 봐 그만 돌아오고 말았어,

너희들 어디 있니? 이제 점점 추워지기까지 할 텐데 배라도 든든히 채울 상황이었으면 좋겠는데 어쩌다 밥 먹는 일이 가장 고달픈 운명으로 태어났단 말이니? 어딘가 더 좋은 주인들 만나서 걱정 없이 살았으면 좋겠는데,  그날, 날 반겨 뛰어나오지 않은 것은 그런 집에 좋은 사람들 만나서 살고 있는 것이라 위안을 삼아도 되겠니? 요즘엔 너희 같은 갈 곳 없는 길고양이들 챙기는 좋은 분들도 많던데, 그런 분들 만났으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이제 그 집에 가도 너희들 볼 수 없음을 알았으니 다시 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 같아, 부디 어디서든 배고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살아!



이사하던날 마치 배웅이라도 하듯이 대문까지 따라와 우왕죄왕 하던 냥이들의 모습. 나와 마지막임을 알기라도 하는듯한 모습에 마음이 아팠다.
정원과 담장을 없얘고 시멘트를 부어 주차장을 만든 지금의 모습 고양이들이 이런 환경을 좋아하지는 않을것같다

*그동안 제게 왔던 길고양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셨던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사로 인해 이별을 했지만 이미 다자란 아이들이니까 어디서든 잘 살아가고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길고양이 성장기' 매거진은 여기까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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