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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미용사를 만나고...

응원해 주고 싶은 마음이 생겼습니다.

by 강현숙

오빠의 49재를 지내고 초췌해진 제 모습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미용실에 갔습니다.

일 년에 두 번쯤 가는 단골 미용실인데요. 미용사가 여러분 있는 작지 않은 미용실입니다. 갈 때마다 찾는 미용사가 있는지를 물어오는데 일 년에 두어 번 가는 미용실에 어느 분을 지정하기가 그래서 매번 없다고 말을 합니다. 그러면 알아서 시간이 나는 미용사가 제 머리를 해주시곤 하더라고요. 이번에는 청년 미용사가 제 머리를 담당해 주시게 되었습니다. 우리 아들하고 나이대가 비슷해 보이는 청년이었어요.


청년은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머리를 만지는 손길이 아주 부드러우면서도 섬세했어요.

어떻게 해주기를 원하냐는 말에도 대답 하기가 귀찮아서 그냥 알아서 어울리게 해달라고 말해놓고 휴대폰만 보고 있었어요. 청년은 더 이상 묻지 않고 커트를 하고 롤을 말면서 가끔씩 길이가 이 정도면 되는지 물어보고, 롤의 강하기는 어느 정도 원하는지를 물어보는 정도였는데 제 기분을 느꼈는지 아주 조심스러웠어요.


시간이 지나 롤을 풀고 샴푸를 하고 드라이를 하는 과정까지 오게 되었는데 전혀 불편하지 않게 조용조용히 전 과정을 잘해주었어요. 드라이를 하면서 거울을 보니 제게 잘 어울리는 머리이면서, 머리 했다는 표시도 강하게 나지 않고, 칙칙했던 제 분위기가 산뜻하게 바뀌어 있더군요. 기분이 좋아진 저는 총각에게 말을 걸었어요.


"다른 사람 머리 만지는 일이 즐거워요?"

"네, 나쁘지 않아요. 또 머리 하신 분이 마음에 들어 하시면 보람을 느낍니다"

"어머니 머리도 해 드려요?"

"네, 미용사가 되겠다고 했을 때부터 엄마는 제게 머리를 맡기셨어요"

"어머니는 원하는 머리 모양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그냥 맡기 시나요?"

"처음에는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 하셨는데, 지금은 그냥 맡기셔요"

"아드님을 믿으시는군요. 하긴 세상 어느 미용사보다도 실력 있다고 믿으실 거예요. 그게 엄마들의 마음이니까요. 마음에 들어 하시나요?"

"한 번도 불평하신 적이 없어요."

"그래요? 그럼 나도 다음엔 어머니께 해드린 머리를 해달라고 해야겠어요"

"-^^"

"꿈이 있어요?"

"꿈이라면, 누구나 만족하시는 실력을 갖춘 미용사가 되는 것이죠. 그래서 계속 공부하고 있습니다."

"멋지네요, 인상도 좋고, 친절하고, 손길에 정성이 들어간 것이 마음까지 환하게 해 주시네요."

"감사합니다."


그렇게 머리를 마무리하고 계산하고 나오는 순간까지도 깍듯하게 배웅하며 인사를 하는 청년의 인상이 가슴에 깊이 남았어요. 마음까지도 편안하게 해 주며 뒤돌아 오는 내내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 주었던 청년 미용사, 아직은 공부하는 중이라며 미용사로서 성공하리라는 다짐을 보여준 그 미용사가 벌써 미용사로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음을 느낄 수 있었어요. 게다가 아들의 실력을 무조건 믿어주시고 어느 누구보다 든든한 후원자일 어머니가 계시니 그 청년의 앞날은 밝을 것이라는 확신이 듭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서 그날그날 무심히 넘겨버리듯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요. 그분들은 얼마 후에 만나도 아직도 그대로 살거나 이전보다 더 어려워진 환경에 처해진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반면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비전을 보고, 보람을 느끼며, 그 일로도 성장 가능하다는 믿음으로 노력하고 공부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최고는 아니더라도 자신의 삶을 빛나게 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오빠일로 도무지 펴지려 하지 않던 제 마음이 비로소 '산 사람은 그렇게 또 살아가는 거야'라는 말을 받아들이고 얼굴을 펼 수 있었던 것은 아마도 이 청년을 보면서 후자의 삶이 그려졌기에 가능했었다는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환하게 해주는 사람들은 어느 분야에서든지 반드시 크게 성공할 것을 믿으며 나 역시도 나로 인해 기분이 망가지는 사람이 없도록 거래처분들을 챙길 것이라는 다짐을 해봅니다. 그리고 이 청년의 앞날에 멋진 성공의 자리가 기다리고 있음을 상상하며 응원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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