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 겨울 동안의 힘든 일정들이 마무리되어가는 시점에서 화창한 봄기운을 물씬 느끼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몇 개월 열심히 일했으니 이번 주말엔 어디 여행이나 갈까? 어디가 좋을까? 분위기 좋고 맛있는 먹거리가 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잠이 들었다. 잠결인지 꿈결인지 전화벨이 울렸다.
달콤한 잠을 방해하는 소리가 달갑지 않은 마음으로 전화기에 뜬 발신자를 보니 대전에 본부를 두고 있는 문인회의 사무국장이었다. 얼마 전 28호 문집이 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차라 출간 기념식에 참석하라를 내용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전화를 받았다. 인사를 주고받고 첫 용건은 역시 예상과 다르지 않았다. 출간 기념식에 꼭 참석해 달라는 내용이었고, 하필 그날이 휴식을 위해 1박 2일의 일정으로 '떠날까?'라는 생각을 했던 그날이었다. 선뜻 참석하겠노라는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요즘 코로나 때문에 분위기도 그런데 전 다음에 뵈면 안 될까요?"라고 말하니 "안돼요 선생님은 꼭 오셔야 돼요."라고 한다. "그러면 좋겠지만 좀 쉬고 싶어서요"라고 답하니 꼭 참석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고 한다.
다들 코로나 이전의 상황처럼 북적거리는 그런 모임이 조금은 불편해진 것이 사실일진대 꼭 와달라는 말이 부담스럽게 느껴지려 할 때 사무국장은 "오시면 놀라게 해드리려 했는데 망설이시니까 꼭 오셔야 하는 이유를 말씀드릴게요. 사실은 이번에 최우수 작품상으로 선생님 작품이 선정되었어요. [버스 타고 집에 가는 길]이 최우수작품으로 선정되셨네요. 그래서 시상식에 주인공이 없으면 안 되니까 꼭 오시라고 한 거예요" 순간 잠이 확 달아나고 말았다.
벌떡 일어나 앉은 나는 다시 물었다. "제 글이 최우수 작품이라고요? 어떻게 그런 일이?" "심사위원단에서 결정된 일이니까요. 축하드려요." 나는 혹시 꿈 인가 싶어 고개를 흔들어 보았다. 꿈은 아니라고, 분명히 꿈은 아닌 상황이 확실했지만 가끔은 꿈속에서도 꿈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꿈을 꿀 때가 있어서 아직 좋아하지 말자는 생각을 하며 서성거렸다.
대전의 문인회원들은 글을 쓰신 지 오래되신 분들은 물론이고 여러 곳에서 많은 활동을 하시며 교육계 등의 직업을 지내신 훌륭하신 분들이 많은 모임이다. 학력도, 경력도 내놓을 것이 없으면서 거친 시장에서 장사나 하는 나로서는 그저 배움의 자세로 임하다가 문인 집 발간 기회가 있을 때 수줍게 한두 편 내놓은 것이 다였다. 그저 지면의 한쪽을 허락해 주시는 것이 감사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였었는데 그 수줍은 작품에 '최우수'라는 명예를 주시니 그저 황송하여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마음을 굳혔다. 어쩌면 의기소침해 있는 내게 작품 활동에 식어가는 열정을 다시 살리라고 회장님께서 배려해 주신 것 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꼭 참석해야지 하는 마음이 일었다.
그리고 그날, 난 정성껏 옷을 챙겨 입고 행사장으로 갔다. 식전 행사로 색소폰 연주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이미 참석해 계셨고 오랜만에 뵙는 얼굴들이 반갑게 맞아 주었다. 그 훌륭한 분들 앞에서 상 받을 일을 생각하니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마침내 내 이름이 호명되었고 박수소리에 맞추어 단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울렁거렸다. 영광의 기쁨을 맛보게 해 주신 문인회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더욱 열심히 글쓰기에 매진해야겠다는 생각이 밀려오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