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이 불러온 오해

밤에 출근하는 여자

by 강현숙

지인들을 만나거나 개인적으로 일이 있어 사람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어디에 살고 무슨 일을 하는지 이야기하게 된다. 또 무언가 시간 약속을 잡아야 할 경우에는 서로 상황을 조율하여 정하게 된다.


도매시장 중매인으로 일하는 나는 초저녁 일찍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 그러니 늦은 오후의 약속은 피할수 밖에 없다. "저녁시간은 안돼요"라고 말하면 이유를 궁금해한다. "밤에 일하고 아침에 퇴근하거든요"라고 말하면 대부분(아니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아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한번은 아침시간에 급한일이 있어 택시를 타고 1시간 정도의 거리를 가게 되었다. 부스스한, 지친 몰골로 힘들어하는 나를 보고 "잠을 못 주무셨나 봐요?"라는 기사님의 질문을 받았다. "네 이제 막 퇴근했거든요."라고 답했을 때 갑자기 백미러를 통해 동그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 표정이 생생하게 기억에 떠오른다.


무슨 생각을 하고 그런 표정을 짓는지 처음에는 오히려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분명 행색은 얼굴을 보나, 몸매를 보나, 옷차림을 보나, 나이대를 보나, 소위말하는 밤의 세계에서 활동할 여자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밤에일한다는 의미의 선입견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을 금방 알게 되었다.


후 "도매시장에서 장사하거든요"라고 답하면 바로 "그럼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변하는 것을 즐기려고 "밤에 출근하거든요"라는 말을 일부러 하기도 했었다.


그렇게 밤에 출근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삶이 어느새 9년째이다.


공동주택에 살면서 야밤에 현관문을 열고 나올 때마다 이웃들의 달콤한 잠을 혹시라도 방해하지는 않았는지 걱정스럽기도 하다. 자동차 여닫는 소리와 시동 거는 소리가 유난히도 크게 들리던 오늘 밤 출근시간에 불 꺼진 창들을 바라보며 '누군가는 내가 낸 소음이 방해가 되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 사람들이 달콤한 꿈나라로 여행하는 밤에, 생업을위해 출근해야하는 3D업종의 삶을 살지만, 그로 인해 이전의 지인들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도 했지만, 이웃의 작은 불편도 걱정할 줄 아는 선한 마음을 간직한 나는, '밤에 출근하는 여자'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문학기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