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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Sep 30. 2022

운(運)

무료 나눔에 당첨된 이야기

작년부터 얼마 전까지 가입되어 있는 밴드 동호회에서 무료나눔 이라는 이름으로 소위 공짜 선물을 세 번이나 받았다. 무료나눔에 당첨되기 위해서 수십 차례 참여를 했고 지금도 간간히 도전 중이다.


동호회의 무료나눔은 대부분 번호를 부여하고 추첨하여 뽑는다. 그러다 평범한 것을 거부하는 기부자의 다른 형식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가 어느 단어를 주제로 행시 짓기이다. 가끔은 멋진 댓글을 보고 뽑아주기도 한다. 지원자는 한 동호회당 수십여 명에 이른다.


가입되어 있는 여러 주제의 밴드에 수십 번 도전하고 세 번 당첨된 것이 어찌 생각하면 "겨우?" 할 수도 있고 "세 번이나?"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전자라면 난 운이 그저 그런 사람일 것이고, 후자라면 난 운이 좋은 사람이 될 것이다. 내가 살면서 운이 좋은 사람이었는지를 생각하다가  드문드문 공짜로 무언가를 받았던 생각이 났다.




그 첫 번째의 기억으로, 산업체 학교를 다니던 15세 때 한 달에 한번 회사는 생일 파티를 열어 주고 케이크와 다과를 베풀어 주었는데 아쉽게도 선물은 단 몇 개만 준비하여 주최 측의 즉흥적인 퀴즈 같은 것으로 선별하여 주었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생파 주인공의 한 사람으로 식탁에 앉아 평소에 쉽게 먹을 수 없는 다과를 먹으면서도 눈은 주최 측 테이블에 놓인 선물 꾸러미에서 뗄 수가 없었다. '저 선물 하나만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 과연 내가 받을 수 있을까?' 하며 겉으론 웃었지만 속으론 그 선물을 받아갈 누군가를 질투하고 있었다.


드디어 진행자는 선물 배분을 위한 퀴즈를 내겠다고 했다. 정확한 당시의 퀴즈 문제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난 문제가 끝나기도 전에 손을 들었고 답을 맞혔다.(지금도 그때의 사진이 남아있으니 분명히 상상은 아니다 ㅎㅎ) 진행자의 호명에 나는 앞으로 나갔고, 회사의 높은 사람으로부터 예쁘게 포장된 선물을 받았다.

1979년 5월 생애 첫 번째 생파이며, 남으로 부터 받은, 또 많은 참석자 중에 뽑혀서 받은 생일선물을 안고 소감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두 번째의 행운은 1990년대, 두 아이를 키우며 집에서 부업을 하면서 라디오 방송을 자주 듣던 때였다. 낮시간에 하는 프로였는데 노래의 제목 맞추기와 맞춘 후 몇 소절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있었다. 문제의 곡조를 들려주고 청취자의 전화를 받아 제목을 맞추면 노래를 부르도록 했다. 원하는 소절까지 가사를 틀리지 않고 노래를 했을 때 선물을 받게 되는 거였다. 그때는 선물이 현금(우체국 소액환) 12.000원 정도로 기억이 된다. 하루 종일 부업하여 5천원 정도 벌 때였으니 내게 아주 적은 금액은 아니었다. 남들이 도전하여 제목을 맞추고 노래하는 것을 들으며 그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망설이던 어느 날 "나도 한번..." 하면서 전화를 걸었다. 전화는 곧 연결이 되었고, 흘러나오던 노래 '님과 함께'를 맞추었다. 이어서 한 곡조 부르라는 디제이의 요청으로 전화기에 대고 노래를 하려니 쑥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전국에서 동시에 걸려 오는 수많은 전화 중에 내가 연결이 되었다는 그 대단한 행운을 떨림 때문에 날려 버릴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큰아이는 옆집에 놀러 가 있었고 갓난아이는 잠들어 있는 한가로운 낮시간이었다. 용기를 내어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랑하는 우리님과 한평생 살고 싶어~~ 봄이면 씨앗 뿌려~ 여름이면 꽃이 피고~ 가을이면 풍년되어~ 겨울이면 행복하네~~....." 그렇게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반주에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어느 순간 디제이는 딩동댕을 위치며 "음정 좋고, 박자 좋고~" 하면서 흥겨워했다. 전화는 종료되었고 잠시 후 스텝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와 소액환을 받을 주소와 인적사항을 확인하고 끊었다.


상금으로 받을 12,000원짜리 소액환, 당시 내 하루 부업의 수입보다 두배가 넘는 금액을 노래 한곡조로 받게 되었다는 기쁨보다 나를 아는 누군가가 들었을지도 모르는 전국방송에서 전화기에 대고 노래를 불렀다는 사실이 엄청나게 큰 흥분으로 한동안 내게 머물렀던 기억이 있다.




난 운이 좋은 사람일까? 그저 그런 사람일까? 확실한 것은 운이 아주 나쁜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한동안 나는 스스로 운이 좋은 사람이라 생각하여 복권도 여러 차례 사 보았고, 마트에서 추첨 행사가 있다 하면 열심히 추첨권을 받기 위해 수시로 들락 거리며 물건을 구입했고, 당일에는 일부러 시간을 내어 두어 시간씩 진행되는 추첨 행사장에서 가슴을 두근거린 적도 있었다. 그러나 노력이 따르지 않는 행운은 내게 없었다는 사실을 아주 늦게서야 깨닫게 되고서는 이제는 마트 같은 곳의 추첨권은 준다 해도 뒷사람에게 주라하고, 복권은 언제 마지막으로 샀는지 기억에도 없을 정도이다.


밴드 동호회는 언제부터 활성화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2년 전쯤에 문학동호회의 권유로 밴드라는 것을 처음 가입하게 되었고 그 후 동창회 밴드와 추천 밴드 중 관심이 가는 몇 곳을 가입하다 보니 지금은 10여 군데 가입이 되어있다. 그 밴드의 리더들은 밴드 활성화의 방안으로 불시에 선물을 제공한다. 어느 때는 열심히 활동한 사람을 리더의 직권으로 뽑아 주기도 하였고, 어느 때는 추첨을 통해 당첨자를 뽑기도 하였다. 그리고 간간히 행시 짓기를 하여 호응도가 높은 사람을 뽑아 선물을 주기도 하였다.


나 역시  행운을 기대하며 무료 나눔글이 올라오면 참여를 하였다. 2년여의 시간 동안 무료 나눔에 참여했던 횟수는 아마도 30여 회는 되는 것 같다.

번호를 받아 대기하기도 했었고, 댓글을 달고 호응도를 경쟁하기도 했었고, 행시 짓기에 도전도 했었다.

그중 세 번의 행시 짓기를 하였는데 그 행시 짓기에서 모두 다 선물을 받았다.


바로 어제 도착한 선물도 행시를 지어 인기를 얻어 받게 된 선물이었다. 세 번의 행시 짓기에서 세 번의 선물을 받았으니 행시 짓기 도전 중 100프로의 당첨이구나! 하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행시 짓는데 소질이 있나?' 그런 생각과 함께 그 세 번의 행시를 다시 찾아보았다.




독서모임 밴드에서 출제한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7 행시는 다음과 같다.


죽순처럼 솟아오른

은근한 기대는

시간이 지나면서

인기 얻기 오매불망 그러나

의기양양 심사숙고

사이좋게 도전하는

회원들의 모습에 난 박수나 보내리라^^


그리고 아래 사진과 같은 선물을 받았다.

죽은 시인의 사회 6 행시로 받은 시집과 티 : 레몬 얼그레이 티를 마시며 시집을 읽던 그 행복함이 지금도 느껴지는 듯하다


약초를 공부하는 동아리에서는 '소 취하 약취 평'(소주에 취하면 하루 저녁이 즐겁고, 약초에 취하면 평생이 즐겁다)이라는 6 행시이다.


소문내야겠어요

취재진들이 몰려올지도 몰라요

하나도 아까운 마음 없이 나누어주시고

약속은 절대로 어기지 않으시는 총괄리더님,

취미가 나눔이고 특기는 베풂의 성품으로 빚어지셨네요

평생 만나기 쉽지 않은 좋은 인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이랬더니 산삼과 버금가는 효능이 있다는 지치(자초) 주가 도착했다.

소 취하 약취 평, 6 행시로 받은 지치주 : 받은 기념으로 남편과 한번 마시고 더 이상은 아까워 이만큼 남은 것을 보관 중이다.


농산물 직거래장터에서는' 밤호박'이라는 단어로 삼행시를 지어 올리면 기부자가 판단하여 잘 지어진 2편을 선출해 직접 농사지은 밤호박과 보리쌀을 보내준다는 거였다. 이곳은 무료 나눔에 참여자만 하여도 100여 명이 올라오는 곳이라 크게 기대하지는 않으면서 글 쓰는 게 취미라는 이유로 가볍게 참여를 하였었다.


밤마다 내리는 이슬 먹으며

호호 아줌마 그 뚱뚱한 몸매 벗어나고 싶었지만

박 씨로 전해 들은 조상들의 이야기 "우린 이슬만 먹어도 살이 찐단다" 그렇게 동그란 몸매는 숙명이 되었다.


기부자는 단 두 명을 뽑는 이벤트에서 나를 뽑아 몸에 좋은 밤호박과 찰보리쌀을 보내주었다.

밤호박이라는 삼행시로 받은 선물 : 귀한 나눔으로 만나서 그런지 정말 맛이 있는 밤호박이다




운(運),

살면서 좋은 운이 있다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다. 그러기에 누구나 행운이 따르기를 기대하며 산다.  위에 내 글을 뽑아주고 정성껏 선물을 보내주신 저분들은  단 한 번도 직접 만난 적이 없는 분들이다. 그렇다고  내 글솜씨가 뛰어났다는 생각도 안든다. 내가 보기에 내가 쓴 글보다 멋진 글들이 아주 많았으니 말이다.


어떤 사람은 수십억에 이르는 돈을 받는 로또라는 복권에 당첨되기도 한다. 심지어 외국에서는 조단위의 금액을 받는 복권에 당첨되었다는 뉴스도 간간히 듣는다.또한 번호판을 돌려 얻어지는 운은 없지만 약간의 노력한 만큼은 얻어진다는 사람도 있다. 또 어떤 사람은 아무리 머리를 썼어도 공짜로 받을 수 있는 무언가에 평생 한 번도 당첨된 적이 없다는 분들도 있다.


이러한 운수의 좋고 나쁨이 태어날 때 가지고 태어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과연 타고나는 것일까?


나는 내가 먼저 누군가를 '운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는 것 그것이 본인의 운을 좋은 쪽으로 이끄는 에너지라고 말하고 싶다. 좋은 운이 자신에게 발현되는 순간 이전에 이미 많은 사람들을 운좋은 사람으로 만들어 준 사람이라는 말이다.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도 누군가를 칭찬하고  먼저 자신이 가진 것을 기분 좋게 내어줄 용의가 있는 사람들에게 좋은 '운(運)'은 모여들것이다.


그렇다면 운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 우리는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일은 어렵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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