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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31. 2023

4억 그지, 20

빗나간 욕심

진숙에게 내일이라도 당장 집담보해제하라고 말하고 식당을 나와 하천변 공터로 갔다. 그곳에는 주호의 포클레인이 서있었다. 주변에 개발붐이 일어나는 만큼 포클레인을 사서 개업하는 사람도 많아져 너도나도 귀한 기사를 모셔가느라 기사임금은 2배로 올랐는데 경쟁자들에게 일거리까지 빼앗기니 수입이 되지 않았다. 임금이 적은 경험이 없는 젊은 애들하고 하려니 일이 매끄럽지 않고 빨리 마무리가 안된다고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근 1년간 일거리가 없었다. 일거리도 없는 포클레인을 세워두느라 사무실 운영비를 내는 것이 아까웠다. 겨우 머리를 쓴다고 쓴 것이 하천변에 포클레인을 세워 두는 거였다. 포클레인은 그동안 사람손을 타지 않아 곳곳에 녹슨 흔적들이 보였다. 운전대와 의자에도 먼지가 앉아있고 학생들이 담배라도 피우고 갔는지 담배꽁초와 휴지조각들이 널려 있었다. 광철은 속이 상했다. 형님이 기름치고 닦아 항상 반들반들하던 포클레인이 떠올라 눈물이 났다.


형님이 돌아가시지만 않았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기획부동산의 투자라는 것에 욕심내지도 않았을 것이다. 주호가 졸업한다고 해도 이제 스무 살짜리가 돈 버는 요령을 알지 못할 것이 분명하니 얼마라도 불려 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은행보다 이자가 세배는 되는 투자에서 수익의 일부는 주호에게 주고 자기도 용돈 정도 벌어 쓸 수 있으니 윤재희 말이 아니더라도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기획부동산 열풍을 타고 한몫 잡았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고급승용차를 타고 다니는 것을 보면서 투자하면 정말 큰돈을 버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윤재희가 -오빠니까 좋은 정보 주는 거야-라면서 함께 어딘가를 가자고 했다. 재희의 차를 타고 간 곳은 기획부동산 사업 설명회였다. 그곳에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무조건 하지 않으면 손해 볼 것 같았다. 때마침 봉수형님에게 비밀로 해줄 것을 부탁하며 어느 때는 일부만, 어느 때는 봉수형님도 모르게 며칠씩의 작업비를 빼내 모았던 3천만 원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형수가 딴마음 먹고 재산을 모두 챙겨 잠적할 경우를 대비해 주호를 위해 쓰려고 모았던 돈이었다. 그런데 가만히 앉아서 버는 투자를 알고도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 그 돈을 모두 투자했다. 그 후 재희는 월 100만 원 정도의 돈을 이자라고 주었다. 확실히 은행보다 많은 이자에 돈 버는 것이 쉽게만 느껴졌다.  

   

투자수입에 대한 믿음이 쌓여 갈 즈음 형수가 결혼을 하겠다고 했다. 형수가 가진 돈을 모두 갖고 결혼하는 것이 못마땅했던 광철에게 형수는 자진해서 재산은 모두 주호에게 주고 간다고 했다. 그때 재희는 투자수익금이 가장 높은 상품에 4억 원짜리 티오가 나왔다면서 돈 있으면 투자해 보라고 했다. 3천만 원에 월 100인데 4억이면 월 1,000만 원 정도를 계산하며 광철은 가슴이 뛰었다. 그때 이미 주호의 돈은 조카의 돈이 아니었다. 망설이면 기회를 빼앗길지 모른다는 재희말에 선뜻 자기가 투자를 하겠다고 나섰던 것이다. 그 후로도 재희는 소액투자라면서 3천만 원짜리 3 계좌를 더 투자를 하도록 만들었다. 투자할 때마다 재희는 3개월이나 6개월을 강조했다. 광철도 그게 좋았다. 짧게 투자해서 어느 순간에 손을 뗄 참이었다. 그런데 재희는 재투자를 유도하면서 광철의 원금을 빼주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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