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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27. 2023

4억 그지, 19

진숙의 또 다른 속셈

   

진숙은 안절부절못했다. 남편의 바람을 트집 잡아 주호집을 담보 잡아 2억을 빌리게 했다. 그 돈으로 집수리를 한다고 1억을 썼고, 별채를 짓는데 1억을 썼다. 그리고 매출이 올라 1년 만에 1억 정도의 현금을 모아 조금만 더 모으면 주호집 담보해제가 가능할 것 같았다. 여유 있게 자기 몸을 치장하면서 지냈는데 진석이 그런 누나를 보고 돈냄새를 맡고 찾아왔다. 이전에 이미 땅에 투자하라고 해서 투자금으로 넣은 돈도 회수가 되지 않아 절대로 빌려 주지 않으려 했다. 그러나 진석은 당장 못 막으면 그동안 사둔 땅을 헐값에 팔고 집까지 빼앗길 실정이라며 우선 급한 불 좀 끄게 해달라고 죽는소리를 했다. 연로한 엄마아버지까지 찾아와 진석이 좀 도와주라고 하는 바람에 가지고 있던 현금을 주고 말았다. 딱 석 달만 쓰고 준다고 했다. 그런데 1년이 다 되어도 갚을 생각을 안 한다. 그동안 밀린 이자까지 정리하려면 진숙이 가진 돈에 1억은 더 있어야 할 것 같다.


남편 광철에게 말하면 난리가 날 것 같아 말하지 않았다. 어제 주호 졸업식도 진석을 찾아가 얼마라도 달라고 애원하다 그만 깜박했다. 남편도 어디서 뭘 하다 왔는지 주호 졸업식에 갔다 온 분위기가 아니었다. 주호를 서운하게 하지 않으려면 졸업식에는 꼭 갔어야 하는데 그만 깜박한 것이다. 그런데 재혼하고 한 번도 오지 않던 형님이 불쑥 찾아왔다. 무슨 이야기를 들은 걸까 불안했다. 간신히 속내는 이야기하지 않고 형님을 보냈는데 남편을 만났다면 거짓말도 못하는 남편이 어떻게 둘러 댔을까 걱정이 되었다. 당장 형님과 주호가 쳐들어와 난리를 칠 것 같았다. 이런 상황에 남편은 어딜 가서 오지를 않는 걸까? 남편한테 혼나도 주호와 형님에게 들키기 전에 대책을 세우는 게 더 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된 손님들이 오기 시작할 때 남편이 왔다. 진숙은 주방과 홀 담당에게 알아서 잘 좀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하고 남편의 손을 잡고 내실로 들어갔다.

"여보, 낮에 형님이 왔어요. 당신을 보겠다고 사무실로 간다고 했는데 당신이 사무실을 넘겼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 형님이 무슨 눈치를 챈 것 같아서 불안해, 주호는 어떻게 됐어요? 어제 주호 졸업식에 당신은 갔던 거 맞죠?"

"무슨 소리야? 졸업식에 당신 안 갔던 거야? 어제는 급한 일이 있다고 당신이 꼭 간다고 했잖아? 주호가 서운하면 안 되는데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사는 거야?"

"..."

"그나저나 당신 주호집 담보 졸업 때까지 해제한다고 했지? 그건 어떻게 됐어? 당장 그것부터 해결해"

"여보! 내가 돈이 조금 부족한데, 주호통장에서 우선 집담보 해제하게 그 돈 좀 주면 안 돼요? 현금이야 천천히 채우면 되지만 집에 차압이라도 들어오면 곤란하잖아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당신! 주호 졸업 때까지는 갚을 수 있다고 했잖아?"


진숙은 겨우 생각한 것이 다시 주호의 통장을 이용해 위기를 모면할 생각을 했다. 광철이 이미 주호의 현금을 다 찾고 포클레인 까지 담보 잡아 기획부동산에 투자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전혀 상상도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 돈 좀 잠시 융통해보려고 했는데 오히려 광철은 통장의 돈이야기는 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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