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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Jul 27. 2023

4억 그지, 18

광철의 깊어진 외도

 주호 졸업이 가까워 오면서 석 달 전부터 투자금을 돌려받으려 했다. 그런데 여자는 명의를 나누어 가진 사람들이 모두 동의를 해야 팔 수 있는데 그 사람들이 땅의 가치를 알아보고 지금은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서 기다리라고만 했다. 그동안 이자라고 주는 돈은 둘이 사랑놀음 하고 진숙에게 재희와 만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사업을 벌였다며 용돈으로 푹푹 퍼주느라 모두 써 버렸다.   

  

이제 이자는 필요 없으니 원금만 돌려 달라고 할 참이었다. 오늘도 광철이 어떻게든 원금을 달라고 말하려고 찾아왔는데 재희는 광철의 시간에 맞추어 샤워를 하고 젖은 머리를 말리고 있었다. 얇은 시스루를 입은 여자는 광철의 본능을 제어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바탕의 광풍이 불고 지나가니 광철은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아 천정만 바라보고 어떻게 첫말을 뗄까 고민하고 있었다. 재희는 광철이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어서 그 말을 막아 보려고 목을 끌어안고 잠든 척 시간을 끌고 있다. 저녁 장사가 바빠질 시간에는 장사를 도와야 한다며 서둘러 가는 광철이기에 오늘도 조금만 버티면 말할 시간 없이 옷을 주워 입고 갈 것이라고 시간만 재고 있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여자는 깨어나지를 않아 광철은 여자의 어깨를 흔들었다. 여자는 이제 가겠구나 생각하며 몸을 뒤척였다.

"응? 몇 시야? 피곤했나 봐 진짜 잠이 들어버렸네"

광철은 일어나 주섬주섬 옷을 입으며 여자에게 말했다.

"일어나 봐, 이야기 좀 하게"

여자는 다시 주춤했다. -오늘은 바쁘지 않은가? 마누라한테 전화도 안 오네...-

"응~ 피곤해~"     

광철은 여자를 일으켜 앉혀놓고 이제 원금만 이라도 돌려달라고 말했다. 졸업식까지 마치고 돌아와 있는 조카에게 어른으로서 체면을 깎이지 않으려면 통장부터 돌려놓아야 한다며 애원하듯이 말했다. 알았어 알았어하며 미적대던 여자는 광철의 언제까지 줄 건지 확답을 하라는 말에 생각지도 않았던 말을 한다.


"어휴, 답답해, 그거 당신 형님 돈이잖아? 형님이 처음에 포클레인 살 때 당신이 대출받아서 빌려 줬었다며, 그때 당신이 형님에게 대출받아 주지 않았으면 형님이 돈을 어떻게 벌었겠어? 결국 당신 때문에 형님이 수입이 많아져서 보상금도 많이 받은 거잖아? 그리고 당신 형님돈인데 당신이 좀 쓰면 안 돼? 그것 좀 썼다고 그렇게 벌벌 떨어? 그것도 다 먹고 쓴 것도 아니고 투자를 한 거잖아? 나중에 한몫 잡으면 원금이랑 이익금까지 합쳐서 돌려주면 주호도 좋아하지 않겠냐고?"

광철은 어이가 없어 여자를 바라보는데 진숙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할 말이 있다고 빨리 좀 오라는 전화였다. 여자와는 더 이상 말해도 시간만 낭비이고 또 닦달을 했다가 아주 못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자 안 받아도 되니까 누구 있으면 내 자리 넣어주고 내 돈부터 먼저 좀 빼줘-라고 부탁조로 겨우 말하고 오피스텔을 나왔다.     


주호가 2학년 여름방학 때 여자를 만나다 들킨 적이 있었다. 읍내에 대형마트가 들어섰는데 그곳에 보아둔 목걸이가 세일한다며 그걸 사달라고 졸랐다. 그때 여러 번의 투자금에 대한 이자를 받은 상태여서 자기 덕분에 매달 그만큼의 돈을 벌고 앞으로도 계속 벌게 해 줄 테니까 선물로 그 목걸이를 사달라는데 남자 체면에 거절할 수가 없어서 그곳에 갔다. 목걸이를 보며 흥정을 하고 있을 때 하필이면 진숙에게 들키고 말았다. 주호와 소희 옷을 사준다며 옷가게에 왔던 진숙이 광철을 본 것이다. 이혼하자며 펄펄 뛰는 진숙을 주호의 집을 담보 잡아 2억을 해주고 달래었다. 여자도 다시는 만나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썼지만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도 여자와 헤어질 수는 없어 지금까지 만나고 있었다.     


주호집에 대한 이자와 원금은 진숙이 식당을 확장해서 고급식당으로 운영해 갚는다고 했다. 그날부터 진숙은 식당 확장 공사와 별채까지 지으며 주변에서 가장 고급스러운 식당으로 변신시켰다. 공사가 끝나고 진숙의 식당은 주변의 기관장급들이 모여들었다. 판공비로 식사를 하는 기관장들은 음식값 몇 배를 올려도 기분만 맞춰주면 전혀 개의치 않았다. 진숙은 출입문을 통과해 룸으로 들어가면 손님끼리 부딪히지 않도록 각방마다 화장실까지 갖추어 놓았다. 비밀이 보장되는 진숙의 식당은 돈 많은 사람들의 아지트가 되었다. 룸마다 매일 손님이 꽉 찼으니 아마도 돈을 꽤 모아 놓았을 것이다. 이제 주호의 집을 담보 잡고 쓴 돈을 갚으라고 해야겠다. 재희의 말대로 현금은 써서 버린 게 아니고 투자해 놓은 것이니 나중에라도 원금과 이자를 갚아 주면 된다. 어차피 지금 당장 필요하지도 않을 테니 은행이자 쳐다보고 묶어두는 것보다 잘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렇게 불안한 마음을 위로하며 진숙이 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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